"OO 엄마는 좋겠어요. 어떻게 이렇게 남들 부러운 아들을 키웠어요?"
"OO는 속 섞인적 한 번도 없었어요? 사춘기도 없었어요?"
"음... 생각해 보니 OO는 사춘기도 없었네요."
그렇다. 나는 사춘기 없는 사춘기 소년이었다. 누구나 다 겪는 중2병이 나에겐 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동안 나는 중2병이 오지 않은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나는 성공에 대한 욕구가 매우 강했다. 아니 성공해야만 된다고 생각했다. 사업으로 인해 힘들어하시는 부모님을 볼 때마다 그리고 결국 부부싸움으로 번지는 부모님을 볼 때 난 다짐했다. 꼭 성공하겠다고. 내가 성공하면 부모님이 조금 더 여유로운 생활을 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면 우리 가족은 더 화목한 가족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지금 내가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정답은 공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서 밤 늦게까지 시간을 보냈고, 주말에는 아침 일찍부터 학원에 가서 학원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렇게 난 전교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학생이었고, 난 내가 바라는 성공에 점점 더 가까이 가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이런 나에게도 내면의 난는 끊임없이 소리쳤다. 내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살아야 되나?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똑같이 놀고 싶은데... 그럴 때마다 난 스스로를 다그쳤다. 그런 얼빠진 소리 하지 마. 나약한 소리 하지 마. 그렇게 가슴 깊숙한 곳에 내 내면의 소리를 묻어두기 시작했다. 나는 이런 나를 또래에 비해서 더 어른스러운 거라 생각했고, 뭔가 더 성숙하게 앞장서 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점점 참는 것에, 욕구를 잠재우는 것에 익숙해졌고 어느 순간 참는다는건 나에게 당연하게 되었다. 내 안에 휘몰아치는 소용돌이를 저 지하 깊숙이에 가두는게 너무 당연해졌다.
지금의 내가 당시의 나를 바라보면 참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항상 난 괜찮다고. 힘들어도 '아니 난 힘들지 않아 난 괜찮아'라고 합리화하면서 사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어린 나이에 괜찮은 척하며 사는 게 익숙해진 어린 내가 너무 안쓰럽다.
과거의 나에게 지금이라도 말해주고 싶다.
"어린 나이에 혼자 너무 많은 책임감을 느끼느라 정말 많이 힘들었지? 힘들 땐 힘들다고 말해도 돼. 길고 긴 시간 동안 혼자 버티며 싸우고 견뎌줘서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