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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한 생각 Nov 12. 2023

행복일기(7)

손님과의 전쟁

2023년 11월 11일 토요일 흐림


이렇게 내가 화가 난 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몇 년 만에 화가 나는 오늘이었다.


한 고객이 3 객실을 예약했다. 예약하면서 한 가족이다 보니 3 객실을 모두 나란히 붙여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오늘 오전에 퇴실한 고객님이 객실에서 담배를 피워서 한 객실을 붙여줄 수가 없는 상황이 생겼다.

어쩔 수 없이 한 객실을 옆 동으로 배정하였다. 체크인할 때 이 내용을 고객님한테 설명드리자 고객님이 사전에 고지도 없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자신이 불편함을 겪었으니 침구추가도 해주고 조식도 공짜로 주고 다 서비스로 달라고 하는 것이다. 너무 어이가 없었지만 체크인하고 있는 다른 고객도 계시니

객실로 들어가 계시면 연락을 드리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냥 원하는 거 다 드리고 조용히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 그런데 잠깐 생각해 보니 내가 여기서 그냥 이렇게 요구를 다 들어주면 분명히 억울해서 오늘 밤에 방 가서 이불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관계를 읽는 시간’에서 읽었던 내가 인간관계를 맺는 잘못된 방식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객님께 찾아가서 조식은 어렵다고 말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객님 방에 찾아가는 데 얼마나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는지… 막 화 내면 어떻게 대처하지…? 온갖 두려움과 걱정에 굉장히 떨렸다.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내가 억울해서 힘들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찾아가서 고객님께 조식은 드릴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 객실 배정은 고객님 편의를 위해서 최대한 요청 사항을 반영해드리고 있지만, 필수 사항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사전에 고지를 드리지 못해서 불편을 겪으신 것에 대해서 침구를 제공해 드린 점을 충분히 설명드렸다. 하지만 고객님은 계속 우기기만 하고 무조건 뭐라도 더 달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 순간 느꼈다.

‘아 이 사람은 그냥 뭐라도 어떻게든 뜯어내려고 하는 사람이구나.’ 그래서 나도 일부러 눈 똑바로 쳐다보면서 하나하나 또박또박 말씀드렸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했다. 그러자 오히려 고객이 당황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 원래 이러면 줘야 하는데 뭐지’라는 눈빛이었다. 오히려 이제 나한테 화를 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난 더욱더 화내지 않고 또박또박 말씀드렸다. 결국 고객은 씩씩 대면서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 일을 하면서 그동안 수천 명의 고객들을 만났지만 이렇게 무례하게 말하는 고객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두려웠다. 그냥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마무리하고 났을 때 내 감정이 분명히 안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를 위한 선택을 했다. 물론 그렇게 말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어려운 결정을 해냈다는 점과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을 다 하고 왔다는 게 너무 뿌듯했다. 정말 힘든 하루였지만 성장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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