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브랜드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 AnD
안녕하세요. AnD입니다.
더 이상 평생직장은 없다고 하죠. 그래서 미래를 준비하거나 추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N잡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 변화를 눈여겨보고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적 틀을 벗어나 두 발로 우뚝 선 분들을 통해 미래의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직장/직업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만의 콘텐츠를 브랜드로 구축하는 분들을 만나 뵙기 시작했고 이제 저희는 그분들을 행동하며(Act) 꿈꾸는(Dream) 사람(er)이라고 해서, AnDer라고 부릅니다.
(https://actndream.com)
박홍희 대표 프로필
경북 상주시 청리면에서 ‘우공의 딸기정원’이라는 딸기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굿파머스그룹 대표
- 現 굿파머스그룹 대표
- KTF 11년 근무
- LG전자 7년 근무
- KAIST Techno MBA 졸업
박홍희 대표님은 회사원으로 18년을 근무하시다가 마흔이라는 삶의 전환점에 딸기로 창업을 하셨습니다. 이전의 삶과는 전혀 달랐을 선택을 하기까지 고민을 많이 하셨겠지만, ‘우공의 딸기정원’을 방문하여 이야기를 듣고 나니, 창업 이후가 훨씬 힘든 여정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내 최초의 딸기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비전으로 멋지게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계신 박홍희 대표님과의 인터뷰, 이제 시작합니다!
Q01. 우공의 딸기정원과 굿파머스그룹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공의 딸기정원’은 우직한 노인이 산을 옮긴다는 의미의 ‘우공이산’처럼 우직한 농부가 되겠다는 뜻을 가진 우리 딸기의 브랜드명입니다. 처음에 귀농해서 만들었던 농장 이름이기도 하죠. 처음에는 개인 사업으로 진행했었습니다. 그런데 농업은 면세 사업이라서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거래를 하거나 B2B 거래를 하려면 법인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귀농한 지 4년이 지난 2017년도에 굿파머스그룹이라는 농업회사법인을 세웠습니다. 근처에 짓고 있는 제2 농장은 6천 평에 유리온실이라 별도의 자회사로 설립했고, 농장이 많아지면서 필요한 내부 IT 인프라 및 ERP 시스템 구축을 위해 올해 1월에 굿파머스시스템이라는 인하우스 SI 업체를 설립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굿파머스그룹이 성장하면서 함께 일하고 있는 청년들이 독립하며 함께 규모를 키우고, 그룹의 프랜차이즈 네트워크에 들어오는 농장에 대해 자본 투자, 교육, 컨설팅, 공동구매, 자재 공급 등을 포괄하는 수직 계열화된 모회사가 되는 것입니다.
기존에 키위 하면 제스프리, 오렌지 하면 썬키스트를 생각하는 것처럼, 딸기 하면 ‘우공의 딸기정원’을 떠올리실 수 있도록 브랜드를 보고 딸기를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저희의 비전입니다.
Q02. 다른 일도 있는데 농업을 선택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는 직장생활을 할 때부터 마흔이 되면 독립하고 나만의 사업을 하겠다는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다니는 동안 어떤 업종에서 무슨 일을 할 건지 계속 탐색했어요. 대기업 전자회사에 있으면 퇴사 후에 주로 협력업체에 중간 간부나 임원진으로 들어가거나, 모회사에 납품할 수 있는 중소기업체를 차리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저는 도전하고 배우는 것에서 행복을 얻는 사람이기에 남들이 안 하는 걸 하고 싶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농업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육아 휴직을 하면서 2년 간 농업 인턴 생활을 하면서 준비한 후 상주로 내려왔습니다. 저희는 내려올 때부터 귀농보다는 창업한다는 생각으로 왔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계속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03. 많은 작물 중 딸기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에서 벼농사를 지으려면 몇 만 평의 땅이 있어야 하고, 과수원도 유지하려면 5~6천 평 있어야 합니다. 과수원은 수확까지 시간도 5~6년씩 오래 걸립니다. 이건 대대로 자리를 잡고 농사를 하신 분들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귀농인들은 땅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땅에 투자하는 비용을 시설에 투자해서 평당 매출을 많은 올릴 수 있는 시설원예 작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도 땅은 임대를 하고 땅 살 돈으로 시설을 구축했습니다.
그렇다면 딸기, 파프리카, 오이, 토마토 등이 있는데, 딸기는 일단 맛있고 도시 쪽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직거래, 체험하는 등의 6차 산업으로 확장 가능성이 높아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시설원예를 고려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마트팜에 눈을 돌리게 되었어요. 그런데 농장에서 하루에 200~300KG 생산하는데 포스 시스템이 없고, 생산량 관리도 안되고 오더 매니지먼트 시스템도 없습니다. 다른 업종에서 20~30년 전에 적용했던 기술이 농업에 활용되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기존에 전자회사에서 스마트 TV를 다루던 사람이기에 ICT에 익숙합니다. 그래서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만 잘 정리하고 써먹어도 부가가치가 높아지는 블루오션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Q04. 하루 일과와 일주일 루틴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기존 농부님들은 새벽 4~5시에 일어나서 딸기 수확하시고 오후에 주무시는 루틴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회사 생활하던 습관이 있어서 출퇴근한다고 생각하고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7시 반에 출근해서 8시부터 수확 작업을 하고 오후 3~4시까지 선별 포장 작업을 한 후 출하처에 가져다 놓으면 4~5시에 퇴근합니다.
다만 저희는 쉬는 날 없이 365일 일했는데, 함께 일하는 청년들은 쉴 수 있도록 바쁜 시즌 6개월은 주 6일 일하고, 여유 있는 나머지 6개월은 주 5일 일하고 있습니다.
첨언하자면, 기존에는 저희 부부와 외국인 농부 2명이 일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일하면 바빠서 사업을 진행할 틈이 안 납니다. 고민을 하던 끝에 초반에 적자가 나더라도 향후 비전을 위해서 청년들을 키우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2~3년은 어떤 청년과 함께해야 하는지, 어떻게 독립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 의사결정하는 힘든 시기였습니다. 그러다가 작년에 처음으로 1명의 청년이 독립해서 전체 프로세스가 세팅이 된 것 같아요. 이렇게 확장하면서 1년에 20~30명의 청년 멘티가 농장 운영의 노하우를 배운 후 독립하는 것이 저희 사업의 목표입니다.
Q05. 귀농했을 때의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은 무엇인가요?
귀농은 삶의 방식이 달라지는 것이기에, 본인이 삶의 방식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는가 계속 점검해야 합니다.
요즘엔 많이 다르다고 하는데 제가 직장 생활할 때는 매일 야근하느라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없었어요.
농장에서 일하면 휴일 없이 365일 작물 중심으로 생활하는 걸 각오해야 합니다. 그래도 여기에선 아침과 저녁의 삶이 있습니다. 아침에 아이들 학교 데려다줄 수 있고, 저녁에는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이 다르기에 내 적성에 맞는 삶이 뭔지 잘 들여다봐야 합니다.
Q06. 귀농한다고 했을 때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맞벌이 부부의 자녀가 학교를 다니면서 갖게 되는 아픔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가 올 때 저희는 우산을 가져다 줄 수가 없어요. 저희 첫째 딸도 초등학교 때 그런 서운함이 있었대요. 그런데 졸업하고 여기 오니까 시골 중학교인데다가 학생은 총 30명인데 선생님은 14~15명에, 학교 예산도 많아서 케어를 잘 받았어요. 친구들도 좋으니까 아이들이 심리적인 치유를 받으면서 자존감도 많이 올라갔습니다. 저희 아이 로망이 친구들 초대하면 엄마가 집에서 떡볶이 해주는 거였대요. 근데 여기서는 반에 있는 여자친구들 다 불러와도 대여섯 명이니까 카레라이스 해주고 하룻밤 자고 가는 게 힐링의 과정이었던 거죠.
관점의 문제일 수 있는데 여기는 학원 체계가 도시보다 열악해서 그걸 바라시면 불만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는 공교육이 살아있어요. 그래서 도시에서 아이를 키우다가 내려오신 분들은 상당수 만족합니다.
Q07. 아까 스마트팜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 설명해주셨습니다.
농업의 기본은 환경 관리이고, 그걸 ICT 기술의 도움을 받아서 편하게 하는 것이 스마트팜입니다.
스마트팜은 농업의 최종 지향점이 아니고 그냥 농사를 잘 짓게 해주는 툴입니다. 그런데 스마트팜이라고 하면 외부에서는 스마트하게 농사를 짓는다고 오해를 하십니다.
백종원이 요리를 하면서 전자동 시스템을 활용하면 훨씬 편하겠죠. 그런데 전국에 있는 요리 레시피를 빅데이터로 모아서 시스템에 넣는다고 해서 시스템 자체가 요리를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요리를 하는 건 백종원이라는 요리사이고, 그 사람의 역량과 전문성이 맛을 좌우하는 것이죠.
농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엔 농사를 짓는 사람이 핵심이고 그 사람의 역량과 전문성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스마트팜이라는 명목으로 진행하는 사업은 마치 전국의 자장면 레시피를 모두 모아서 최고의 자장면을 만들겠다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시스템만 구축하면 농업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신참이 와도 농업을 잘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하드웨어 중심으로 예산이 편성되고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좀 더 본질적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을 잘 육성하여 재배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한 게 그게 간과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농업에 대한 기본 베이스가 없는 일반 IT 회사가 마진을 취하고 있어서 정작 농업인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거의 없는 게 현실입니다.
Q08. 농사는 어떤 분들이 적성에 잘 맞고 잘하실까요?
농사는 차분하고 분석적이고 꼼꼼한 사람들이 잘합니다. 영업 잘하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분들은 체험 농장을 하시는 게 좋습니다. 체험 농장은 서비스업입니다. 본인의 적성을 잘 파악해서 선택하시는 게 좋습니다.
Q09. 왜 직거래 택배가 일반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비싼가요?
마트로 나가는 제품은 유통사의 책임입니다. 하지만 직거래는 농부의 이름을 걸고 나가는 상품이기에 가장 좋은 품질의 딸기를 내보냅니다. 기대치를 맞춰주는 게 1순위라서 제일 좋은 물건을 제값을 주고 사는 게 직거래입니다.
Q10. 귀농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가장 먼저 해야 되는 일이 뭘까요?
먼저 주말에 각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귀농 교육과 농진청, aT 센터 교육을 받아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이번 달에는 상주에서 받고, 다음 달에는 완주에서 받아보면서 농촌과 농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게 필요합니다. 다녀보면 꽂히는 곳이 생길 겁니다. 특히 혼자 가지 말고 가족이 같이 가서 함께 체험해보는 게 좋습니다. 그 과정을 6개월~1년 정도 한 이후에 작물과 지역을 정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2년 정도 걸릴 거예요.
다만 삶의 방식과 철학이 바뀌어야 합니다. 도시에서 사는 것보다 수익도 덜하지만 지출도 덜하기에 그런 생활에 익숙해질 준비를 하시는 게 중요합니다.
Q11. 농업의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농업이 미래 성장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점점 도시화가 진행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삶이 그레이해질수록 그린에 대한 사람들의 갈망이 커질 것으로 봅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일본과 네덜란드의 방식이 공존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 같습니다. 일본은 장인 정신이 뛰어나서 작은 시설에서 최고의 농작물을 뽑아냅니다. 반면 네덜란드는 기업형으로 시스템이 농사를 짓는 구조이죠. 특히나 코로나 이후에는 농업과 연계된 부가산업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가 많이 창출될 것 같습니다.
Q12. 카이스트 MBA가 어떻게 도움이 되셨나요?
학교에서 기업가정신을 배웠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창업에 대한 꿈을 키웠습니다. 저는 회사를 다닐 때도 부서를 굉장히 많이 옮겨 다녔습니다. 왜냐하면 직장 생활만큼 교육의 장이 없더라고요. 마흔에 독립하기 위해서는 그전에 직장 다니면서 많이 배워야 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경북 상주를 처음 가봤는데 고즈넉하고 따뜻한 느낌이 감도는 공간이었습니다. 이렇게 고요한 곳에서 농업의 미래가 크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뭉클해졌네요.
박홍희 대표님의 비전과 AnD의 비전을 모아서 저희는 '농업으로 창업’을 원하시는 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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