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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정윤 Oct 24. 2023

민서에게

민서에게.

너에게만 하고 싶은 어쩌면 너에게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


요즘 난 자기 전 약을 먹어

그럼 진짜 내가 언제 잠든지도 모른 채 잠에 들거든? 그건 참 다행인데 

꼭 약을 먹고 잠에 든 날은 악몽을 꿔.

그리고 잠들기 전 상황들 , 어제저녁의 기억을 통째로 잃은 채 눈을 떠

하지만 약을 먹지 않은 오늘 같은 날엔 새벽 4시까지 잠을 못 이루고 편두통과 여러 생각에 뒤척여

이러다 피곤에 지치면 잠에 들 수 있겠지?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얼마 전 내가 고대했던 일을 망쳐버렸어 

그리고는 이제는 없는 네 번호에 전화를 걸고 길을 걸으며 펑펑 울었어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어

너무 슬프고 스스로를 의심하는 감정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


요 근래 내가 제일 많이 한 생각 중 하나는 ' 내가 할 수 있을까?' 야

자기 의심이 이렇게나 나를 힘들고 갉아먹을 줄 몰랐거든


근데 민서야 내가 진짜 할 수 있을까?

시간이 앞으로만 간다는 게 너무 무서워 네가 이 편지를 받을  때쯤 너는 어디에 있을까?

지금쯤 지구 반대편에서 따뜻한 날씨를 즐기고 있을까? 

아니면 멋진 야경을 보며 걷고 있을까?


내가 있는 이곳은 갑자기 추워져서 내 마음까지도 얼리는 거 같아

너도 겨울을 참 싫어했잖아, 하지만 우리가 함께하는 겨울은 그나마 버틸 수 있었지


사실 난 겁쟁이라는 거 너는 알고 있지?

하루, 이틀, 한 달, 그리고 일 년을  살아가며 이 세상에는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자꾸만 벌어져

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요즘엔 확신보다 계속 궁금증을 던지게 돼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네가 내 옆에 있다는 게 느껴져

잘 자. 


2023. 10.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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