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이의 이야기
다운은 최근 자신이 헛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사실 이렇게 심각한 이야기를 하려고 만난 건 아니었다. 나는 오늘 저녁 갑자기 코인노래방에 가고 싶었고 , 마침 그 코인노래방에서 1분 거리에 다운의 집이 있었기에 그를 불렀던 것이다. 함께 노래방에 가면 나는 랩, 다운은 발라드를 부른다. 발라드를 듣지도 부르지도 않는 나로서는 다운이가 노래를 부를 때마다 참 감정이 풍부한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암튼 그렇게 한 시간을 부르고 나면 배가 고파졌고 항상 그랬던 것처럼 배스킨라빈스로 향했다.
나는 민트초코, 다운은 항상 새로운 메뉴를 먹었는데 이번달엔 쿠키런이랑 콜라보한 초콜릿 아이스크림이었다. 아이스크림으로 당을 채우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때 다운이 입을 열었다. " 너는 네가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해?" 그 말에 나는 바로 대답했다. " 못 살고 있을게 뭐야 왜 무슨 일 있어?""나는 요즘 내가 좀 헛살고 있는 거 같아."라고 말했다. 나는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몇 번을 곱씹었다. 아까 슬픈 노래를 많이 부른다 했다더니 아무래도 요즘 좀 힘들었구나 싶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9시 반 마감시간이 되어 배스킨라빈스에서 나왔고 헤어지기 전 담배 피우는 다운이를 기다리며 살아있다는 건 정말 익숙해 당연하다고까지 느껴지지만 잘 살고 있다고 느끼는 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오는 내내 다운이의 '헛산다'라는 표현이 참 생소해서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역시 감정이 풍부한 친구라 이런 생각까지 하나 싶었다. 그러다 문득 못 사는 것보다 더 슬픈 건 어쩌면 다운이의 말대로 헛살고 있다고 느끼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 가에 대해 한 번 반성하기 위해 빈지노의 24:26 앨범을 틀었다.
9월
9.
3x3 = 9
구구단을 외자
갑자기 배가 고팠다.
냉장고를 여니 마트에서 엄마가 사다 놓은 요거트가 보였다.
8개였는데 1개를 사은품으로 붙여주어 9개였다.
유통기한을 확인하니 9월 9일.
시계를 보니 19시 9분.
그러다 초등학생 때 5단 시험을 보다 시계를 보고 답을적었던 기억이 났다.
9월. 9월에 나는 뭘 했었지?
8월과 다르게 9월은 날이 아직 덥더라도 가을이라 느껴진다.
그래서 9초만큼 빠르다. 기억이 안 난다. 작년 9월에 뭐 했지.
아 돈 벌었지.
음 똑같구나. 후드티를 하나 마련해야겠다. 반팔 반바지를 이제 박스에 넣어야겠다.
자전거를 마음껏 타야겠다.
그리고 이제 얼른 자야겠다.
아 그전에 오늘 달이 참 예뻤는데 달을 보니 생각 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이 오늘의 달을 꼭 보고 잠들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