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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업유목민 Aug 20. 2022

업무 습관을 만들자

이제 막 업무를 시작했다면

이전 글에서 신입으로서 숙지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다루었다면, 이번 글에서는 업무를 직접 하기 시작했을 때 익혀두면 좋을 습관들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사실, 기본적인 내용들인데, 의외로 그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아래 사항들을 참고해 효율적인 업무 습관을 만들 수 있길 바란다.






1. 매일 아침 메일함을 확인하고 업무 우선순위를 세워라.


드디어 프로젝트에 투입된 당신. 당신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함께 입사한 '나동기'와 커피를 사러 다녀왔다.





그러나, 월요일이라 그런지 회사 앞 스타벅스 대기줄이 예상보다 길었다. 당신은 평소보다 10분 정도 늦게 사무실로 복귀했고 이제 막 자리에 앉으려는데, 옆쪽에서 사수가 당신을 부른다.




김신입씨, 내가 어제 부탁한 건 다 했어?



언제까지 끝내라는 말이 없어 느긋하게 해도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사수가 시킨 일을 정신없이 하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어버렸다. 입사한 동기들과 삼삼오오 모여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와 오전에 하다 만 작업을 이어하려는데, 방금 막 회의에서 돌아온 팀장이 당신을 부른다.




김신입씨, 잠깐만 내 자리로.




팀장은 오늘 회의에서 나온 내용이라고 설명하며, 천천히 한 번 작성해보라고 지시한다. 자리로 돌아온 당신은 팀장의 가이드를 잊지 않기 위해 초안을 작성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한창 문서작업으로 바빠지고 있는 와중, 평소 협업관계에 있던 부서에서 전화가 온다.




김신입님, 제가 보낸 메일에 답장이 없으셔서요...   




전화를 받은 당신은 메일함을 열어 발신자가 설명한 메일을 찾는다. 그리고 본문 내 적혀있는 '가급적 금일 오전 중으로 전달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를 발견한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오후 4시 45분이다. 하지만 요청받은 작업은 못해도 2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결국 당신은 사수가 시킨 일도, 팀장이 지시한 일도, 타 부서에서 요청받은 일도 모두 마무리하지 못했다. 당신이 오늘 한 일이라고는 커피를 마신 것뿐인데 심지어 그 커피마저도 다 끝내지 못했다.


위 사례에서의 당신은 분명 하루 종일 일했으나 아무것도 완료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 모습이 입사 초기에 흔히 볼 수 있는 신입사원들의 모습이다. 신입의 경우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할지라도, 직접 'To'로 받는 메일보다는 'CC'로 받는 메일이 훨씬 많다 보니 메일함 확인하기를 소홀히 할 때가 많다. 그러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이상, 언제든 당신도 메일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만약, 메일함에 쌓인 메일들이 너무 많고, 내용이 어려워 읽는데 오래 걸리는가? 그렇다면 지금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메일 하나하나를 완벽히 이해하겠다며 붙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해도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최대한 빠르게 전체적인 업무의 우선순위를 파악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식이 다르겠지만, 내 방식을 아래 적어보았으니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1. Outlook 받은 메일함에 들어간다.
2. 메일의 발신자, 제목, 본문 내 마감기한을 확인하고 그에 맞는 [추가작업(깃발모양)] 설정한다.
3. 다이어리를 확인하여 어제 못다 한 일들 중 급한 일이 있는지 확인한다.
4. 마감이 급한 메일부터 정독하고 처리한 후, 기한이 남은 순서에 따라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한다.


간단하지 않은가? 물론, 우선순위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마감기한만 고려하는 게 아니라, 일의 중요도까지 생각해야 하지만, 당신이 입사한 지 1년 차 미만의 신입인 경우 그것까지 파악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해결책이 없는 건 아니다. 당신에게는 사수가 있다.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이 여러 개인 경우, 사수에게 어떤 일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질문해보라. 사수는 이미 비슷한 업무 Cycle을 경험했을 확률이 높고, 직접 해보지 않았더라도 간접적으로 보고 들은 게 있다. 만약, 당신과 사이가 좋은 사수라면 그 업무를 잘하는 사람과 연결시켜줄 수도 있다.    



2. 사소한 것이라도 메모해라


메모. 메모의 중요성은 입이 닳도록 얘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내가 아는 상당수의 일 잘러들은 언제나 키보드 바로 앞에 A4용지 깔아놓는다. 그렇게 하면 누군가 자리로 와 업무를 지시할 때 노트를 펼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칸도 넓어 마음껏 휘갈길 수 있다.


나 역시도 메모를 생활화한다. 사실 나는 꽤나 악필이고, 쓰는 속도도 느리지만 무조건 받아 적는다. 중간에 끊기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냥 쓴다. 안 쓰고 귀로만 듣는 것보다 백배 낫다. 일단 적으면 보게 되고, 보면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악필이라 하더라도 걱정하지 마라. 사수가 알려준 유용한 정보는 시간적 여유가 될 때 예쁘게 정리하면 된다.  


만약 Face to Face 가 아니라 전화로 업무 지시를 받는다면? 그 경우라면 차라리 타자를 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나는 주중 며칠은 재택근무를 하므로, 업무지시를 전화로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메모장에 필기한 후, 전화가 끝나자마자 사내 메신저로 상사에게 보내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을지 확인받는다. 전화로 하는 업무 지시는 오해의 소지가 많고, 가끔 말을 바꾸는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기에 증거용으로 남겨놓는 것이 좋다.



3. 반드시 상사에게 먼저 상의해라


당신이 신입이라면, 부디 이 3번을 명심해라. 단지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비슷한 수준의 동기들에게 업무에 관해 질문하지 마라. 질문받는 사람도 곤란해질뿐더러, 당신의 사수 역시 기분이 좋을 수 없다. 잠깐 편하자고 찾은 궁여지책이 당신의 무덤을 팔 수도 있다.


물론, 사수가 휴가를 떠났거나, 너무 바빠서 물어보기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정 물어봐야 한다면, 당신의 사수와 레벨이 비슷하거나 그 보다 업무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라. 일하다 보면 알겠지만, 사람은 저마다의 스타일이라는 것이 있다. 누군가는 A 스타일을 선호하고, 누군가는 B 스타일을 선호한다. 두 스타일 모두 틀린 게 아니지만, 누구나 각자 더 편하게 느끼고, 더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방식이 있다는 말이다.


당신에게 알려준 신입 역시 누군가에게서 배웠을 테고, 그의 스타일이 당신의 사수와는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라. 만약, 당신이 입사한 지 기간이 꽤 지났으나 하려는 질문이 너무 기초적이라 창피하다면... 그래도 사수한테 물어봐라. 그냥 얼굴 한 번 빨개지더라도, 제대로 배울 기회를 잡아라. 이 사람, 저 사람한테 일관성 없게 배우다가는 대체 뭐가 맞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 이를 수 있다. "이것도 몰라?"라고 핀잔만 주고 안 가르쳐준다면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대부분의 사수들은 하루라도 빨리 업무를 덜어내고 싶으니, 어지간한 경우라면 잘 가르쳐 줄 것이다.


하지만 부탁하건대 제발 핑프족은 되지 마라. 질문하기 전 스스로 생각이란 것을 좀 하고, 회사 가이드라인이나 참고자료, 정 안 되겠거든 인터넷 검색이라도 해본 후 물어라. 질문받는 사람을 마치 동전을 넣으면 음료수를 뱉어내는 자판기처럼 이용하지 마라. 그것은 당신의 사수와 동료들이 당신을 손절하게 만드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4, 나만의 업무 매뉴얼을 만들어라


이 방법은 아마 '해야 되는데...'라고 생각은 하면서 막상 실천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도에 포기하더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백배 나으니 여력이 될 때마다 실행해라. 반드시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정해진 틀은 없다. 그냥 자신만 알아볼 수 있게 잘 쓰면 된다. 사진이나 그림만 넣어도 되고 '이 때는 이걸 해야 함.' 정도의 짤막한 글이라도 좋다.  


당신이 하는 일들이 프로젝트 단위라면, 분명 Cycle이 존재할 테고, 연 단위의 장기 프로젝트를 하는 경우라면 그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 앞단의 일들이 기억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프로젝트 한 개만 하고 퇴사할 것이 아니라면 한 번쯤은 작성해놓는 것을 추천한다.


내 경우에는 업무 매뉴얼을 Word 파일로 작성한다.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나는 손글씨 속도가 느리고 거기다 악필이기까지 해서 손으로 쓴 글은 두 번 쳐다보기가 싫어진다. 게다가 Word로 관리할 경우 검색이 편리하고 수정하기도 쉽다.


파일명 앞머리에는 [업무 정리]만 적을 때도 있고, [업무 정리_A 업무]라고 구체적으로 적을 때도 있다. 한 파일 안에 모든 업무에 대한 내용을 작성해도 좋고, 나처럼 나누어서 작성해도 좋다. 하다 보면 본인에게 더 나은 방법을 찾게 될 테니 일단 시작하면 된다.


[예시] 나만의 업무 매뉴얼



5. 시키는 일만 하려고 하지 마라


시키는 일만. 딱 하라는 만큼만. 이건 일잘러 사수들이 가장 싫어하는 행동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주는 만큼만 하는데 거기다 결과물까지 엉망이다? 만약, 그 상태가 지속된다면 당신은 곧 '일못러'로 소문이 날 테고, 그것은 매년 하는 연봉협상에서 불이익을 가져다 줄 지도 모른다. (당신의 태도를 당신만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을 평가하는 팀장의 눈과 귀가 도처에 널려있음을 명심해라.)


물론, 신입 때는 하라는 일만 해내더라도 평균은 하는 거라지만, 항상 신입만큼의 일만 주는 회사는 없다. 앞서서도 말했지만 신입 때는 일을 적게 하는 것보다 많이 하는 게 낫고, 일이 없으면 찾아서라도 하는 게 당신의 미래에 득이 된다.  


먄약, 누군가는 탱자탱자 놀면서 당신과 똑같은 월급을 받아 기분이 나쁜가? 그래도 너무 억울 해마라. 혹시 그 회사 평생 다닐 생각인가? 공무원, 공기업 직원이라면 얘기가 또 다르겠지만, 당신이 다니는 회사가 그런 불공평을 방관하는 회사라면, 일단 경력만 채우겠다는 생각으로 버텨라. 그리고 당신이 한 일들을 주기적으로 이력서에 업데이트해라. 기회는 갑자기 찾아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당신은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이번 글 '업무 습관을 만들자'에서는 업무를 시작한 신입사원이 가지면 좋을 습관들에 대해 다뤄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협업할 때 알아두면 좋은 점들에 대해 적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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