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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 Feb 12. 2024

내 선은 여기다 이 놈아

내 감정의 불편함은 정확하고 명확하게 표현하기

인도와 한국을 자주 오가다

종종 우연히 알게된 상대방이 정말

선을 모르고 넘는다는 생각이 든 순간이 몇 번 있었다.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옆자리에 앉아있던 인도인 친구와 우연히 친해진 적이 있다.


같은 산업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흥미로웠던 비행기 옆자리친구와 만나

이야기를 하거나

사촌동생에게 줄 선물 쇼핑을 도와주면서

처음 한국으로 출장을 오게 되어 낯섦을 느끼는 이방인에게 친절함을 베풀었다.



자주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마다 기본 30분, 1시간을 늦길래 늦게 오면 늦게 오나 보다 가볍게 생각했지만


코엑스에서 한 시간을 넘게 멍 때리던 날에는

한 마디 해야겠다는 생각에

얼굴을 보고 "넌 항상 늦네?"라고

끝음을 올린 채 질문을 던졌다.


어디선가 들었는데,

이렇게 질문형으로 상대방에게 이야기를 하는 경우에는

이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이 비난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자기에 대한 변명을 하게 되고


스스로 깨닫기를 바라는 뉘앙스로

질문형으로이야기를 한 사람은 타인의 변명을 들으면서

더더욱 답답한 마음이 든다고 한다.


그래, 그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이 나였다.



그 날 이후에

그 친구와 마지막으로

카페에서 이야기를 할 상황이 있었다.


길거리를 지나가는 커비한 여자 몸을 보면

"쟤 좀 봐. 섹시하다."라고 이야기하길래

"네 취향이면 용기 내서 번호 물어봐라"라고 조언을 해줬다.


카페에 들어가서

회사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맥락도 없이

"널 좋아한다. 너랑 사귀고 싶다."는 되지도 않는 소리를 하길래


"난 아직 누구를 만나고 싶지 않아.

연애에 관심이 없어."라고 딱 잘라서 말했다.


분명히 거절을 했는데

버스를 기다리는 버스정류장에서

흔한 레퍼토리로 본인 집에 가자느니

말귀를 못 알아들었는지 참 더럽게도 껄떡거리더라.


친구 하나 생겼다고 좋아했더니

참 화가 나네라고 생각하며

"집. 갈. 거. 야." 하고 집으로 왔다.


그 뒤로 몇 번 더 연락이 왔는데

갑자기 왜 본인이 만나자고 하는데 바쁘다고 하냐고 해서


내가 분명히 너에게 정중하게 관심 없다고 거절하는데도

본인 집에 가자느니 존중하지 않는 말을 했다.

기분이 나빴고

그런 사람과 친구로 지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넌 왜 그래?"라는 비난 섞인 어조가 아닌

"내 선이 여긴데, 네가 내 선을 넘었고 난 불편해"라는

어조로 확실히 나의 의사를 전달했다.


그랬더니

사과를 하길래 솔직히 그간 보여준 모습이 실망스러워

한 동안 보내온 메시지 확인을 안 했는데


오랜만에 왓츠앱에 들어가 확인해 보니

본인이 한국인이었으면 만났을 거냐고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아냥 거리질 않나

자기를 무시한다고 하질 않나

궤변을 털어놓은 걸 보니 어이가 없었다.


열등감과 피해의식으로 만들어진

불똥이

잘못 튄 느낌이었다.


참나


내 선은 여기다.

이 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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