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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Sep 21. 2020

프로이트와 꿈

늦는 꿈



나는 꿈을 많이 꾼다. 희망, 기대, 그런 꿈 말고 잠 잘 때 꾸는 것. 그 꿈도 결국 희망이나 기대가 투영되는 것이라면 나는 현실에서 바라는 것이 많은 사람인가 보다.


그중에 계속 반복되는 것들이 있었다. “늦는 꿈”,  늦으니까 허둥지둥하는 꿈들이 많다. 큰 틀에서는 늦는 것인데, 그 내용은 다양하게 전개된다. 시험 보는 중에 문제를 다 못 풀었는데 시험이 종료된다거나, 버스나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놓치거나, 길을 잃어서 목적지를 찾기 위해 빙글빙글 돈다거나, 그러다 잠에서 깨면 숨이 괜히 차는 것 같을 때도 있고, 꿈이란 것을 깨닫고 허무해서 일어나고 나서도 한동안 멍하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꾸는 꿈은 대부분 악몽에 가깝다. 아무 꿈도 꾸지 않았을 때가 가장 만족스러운 잠이었다.


꿈 해몽이라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뭐 불이 나는 꿈을 꾸면 재물 운이 있다라던가, 이가 빠지는 꿈은 주변 사람이 아플 수도 있다라던가. 조상님이 나타나면 로또를 사라던가. 꿈 해몽도 일부 맞을 때가 있겠지만 나는 반복되는 꿈에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금했다. 예지몽을 꾸는 능력은 없는 것 같고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그러니 꿈에는 깨어있을 때의 나의 마음속에 무언가 내재된 것이 투영되는 것 같은데 그게 과연 무엇일지 궁금했다.




프로이트는 단순히 성에 대한 집착이 심하다고 생각했다. 대학교 때 문학 수업에서 문학작품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관점에서 해석하면, 이성 부모에 대한 욕망이나 부정의 의미가 있다는 식으로 전개가 되어서 관점이 너무 단순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그때는 심리학을 공부한 것은 아니었고, 문학 수업에서 그렇게 해석하고 비평하기도 한다는 것을 간단하게 배우면서 그런 편견이 생긴 것 같다.


최근에 심리학,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면서 프로이트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심리학 개론 강의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으로 시작했다. 수업 내용에서도 그랬고, “프로이트” 영화에서도 봤지만, 프로이트는 성에 집착하거나 말만 떠들어대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상당히 진지하게 성찰하고, 당대에 반발이 많았음에도 본인의 이론을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강단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머릿속 이론에서 출발했다기보다는, 실제 히스테리 환자를 관찰하고 치료해가면서 경험적으로 이론을 발전시켰다. 그걸 알고 나니 프로이트가 조금 다르게 보였다. 내 꿈은 프로이트 식으로 보면, 과연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몇 권의 책을 찾아봤다.




프로이트 꿈의 심리학 (프로이트가 핵심만 간추린 일반인들을 위한 정신분석 입문서라고 한다.) 책에 따르면 꿈들은 3개의 집단으로 나눠볼 수 있다.


1) 우선 의미를 지님과 동시에 이해도 쉬워서 별도의 수고를 하지 않아도 우리의 심리적 삶을 꿰뚫어 보게 하는 꿈


2) 꿈 자체로 놓고 보면 일관성도 있고 명백한 의미도 갖지만 그 꿈의 의미와 우리의 정신생활을 조화시키지 못해서 낯설어 보이는 꿈


3) 의미도 없고 이해도 되지 않는 꿈. 일관성도 없고 복잡하다.


어린아이들은 1)의 꿈을 많이 꾸게 되고, 어른들도 꾸지만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고 한다. 2), 3)의 꿈들은 해석을 해보는 의미가 있다. 그 꿈이 어땠는지를 상세하게 묘사해본 뒤, 떠오르는 생각들을 조합해본다. 그러면서 하나씩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것저것이 복합적으로 섞여서 압축되어 있을 것이다. 과거의 경험과 자기 전에 봤던 뉴스의 내용, 내가 가진 누군가에 대한 생각 등이 융합된 것일 수 있다. 내가 자주 꾸는 늦는 꿈이라고 하는 것도, 결국 그때 그때의 나의 머릿속 상황에 따라 내용이 달라졌던 것이다. 어쨌든 꿈은 이렇게 복합적인 심리 작용인 것이다.


이 책에서는 “가장 명료하고 의미 있는 꿈들이 실현되지 못한 소원들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특히 “이 소원 자체는 억눌러져 있어 의식에 잡히지 않거나, 억눌러진 생각들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예지몽과 같은 것도 실은 희망하는 미래를 보여주는 것, 현실로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욕망의 실현을 기준으로 꿈을 나누면 아래와 같다.


1) 억눌러진 욕망이나 숨겨진 욕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 꿈 - 주로 어린아이들의 꿈


2) 억눌러진 욕망이 베일에 가려진 형태의 꿈 - 대다수의 꿈, 분석이 필요


3) 억압이 존재하나 은폐가 거의 없는 꿈 - 두려움을 동반, 한 때 욕망이 억압 상태에 놓여있다.


내가 자주 꾸는, 무언가에 늦는 꿈은 아무래도 2번 아니면 3번에 해당될 것 같다. 그 날 그 날 꿈을 일으키는 자극은 그 날의 어떤 경험 속에 들어있는데, 이 글을 쓰는 최근에는 그런 꿈을 꾼 게 아니라서 딱히 생각나는 꿈을 꾸게 된 자극이 생각나지 않는다. (혹은 내가 그냥 말하기 싫을 것일지도?) 대신에 내 마음의 욕망 중 억눌린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 것이 욕망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단순하다. 그리고 인간의 아주 근원적인 “성욕”이라고 하기에도 어딘가 단계를 너무 건너뛴 것만 같은 비약이 있다. (이 또한 내가 인정하기 싫은 것일지도?)


어쨌든 보다 더 예전의 기억으로 돌아가 보면 나는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는 아이 었다. 엄마, 아빠가 어릴 적 문집에 써주신 말도 그렇다. “늘 알아서 잘하는 아이라 고맙다” 물론 두 분이 내가 첫 딸이라 엄청나게 챙겨주시고, 마음 써주신 것도 아는데 나는 어릴 때부터 알게 모르게 알아서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던 것 같다. 유치원 때 놀다가 팔이 부러졌는데 엄마한테 며칠간 말을 안 한 적도 있다. 대체 어떻게 참았냐고, 많이 혼났는데 가족에 분란을 만들기 싫었던 것 같다. 현실에서는 열심히 노력해서 결국은 잘 해냈다. 거의 항상. 그렇지만 내면에는 지금은 이렇게 잘 풀렸는데; 혹시 다음에는 잘 안 되면 어떡하지 라는 불안이 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결국은 “그런 알아서 잘하는 것”을 깨부수고 싶은 욕망, “다 망쳐버리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것”의 표현이 자꾸 늦는 꿈으로 표출되는 것이 아니었을까?


또한 프로이트는 “신경증적 두려움이 성생활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애정의 대상으로부터 퇴짜를 맞아 그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한 리비도(Libido : 인간의 건설적인 행동과 관련된 본능적인 생리적, 심리적 에너지를 표현하는 개념, 성적 충동도 포함된다)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했다. “즉, 불안의 꿈들은 성적인 내용을 지니고 있으며, 그 성욕에 담긴 리비도가 두려움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또 나는 과거의 나를 생각해봤다. 늦는 꿈, 그러니까 늦어서 두렵고 불안한 꿈은 돌이켜 생각해보면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때가 제일 자주 꿨던 것 같다. 그때는 실제 시험도 많이 보기 때문에, 정말 늦는 것이 무서워서 그런 꿈을 꿨을 수도 있다. 그런데 프로이트 방식으로 해석해보면, 성욕의 좌절이 표현된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유아기 성욕”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 같다.


어쨌든 프로이트에 따르면 결국 꿈은 “억압된 소원의 위장된 성취”이다. 무의식의 정보들은 마음을 교란시키고, 전의식(무의식과 의식 사이에 있는)의 검열관이 나서서 정보가 의식에 들어오는 것을 막게 된다. 그러나 잠을 잘 때 전의식이 잠시 잠이 들면 무의식 안에 있던 정보들이 의식에 닿게 되고 그래서 꿈은 왜곡되고 변경되고 이상하게 전개된다는 것이다.


이제는 늦는 꿈을 꾸고 힘들어하지 말아야지. 어쩌면 그건 나의 무의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었을 테니, 그런 꿈이 찾아오면 오히려 환영해줘야겠다. (가능하다면...) 그런데 그걸 인식하게 되면 더 이상 억눌린 욕망이 아닐 테니 꿈에 표출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과연 어떻게 될까 궁금해진다.




참고로 이렇게 프로이트가 꿈에 대해서 쓴 책들은 주로 초창기 연구에서 나온 것들이고, 그 이후 예술, 종교 등으로 분석 대상이 넓어지게 된다고 한다.




참고한 것들,



- 꿈의 심리학: 프로이트가 핵심만 간추린 정신분석 입문서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정명진 옮김) - 부글북스


- 프로이트 패러다임 (맹정현) - SFP위고


- 영화 프로이트 (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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