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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왕 Jul 10. 2024

책을 읽으면 뭐가 좋을까?

한국인이 독서를 안 하는 본질적인 이유


지난 글에서 책 안 읽는 한국인들의 특징에 대해서 분석해 보았다. 책을 읽는다는 건 어찌 보면 번거로운 일이다. 독서 자체가 고도의 집중력과 방대한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지난 글 참고


그러나 확실한 건 독서 자체가 분명한 메리트가 있다는 것이다. 좋은 책이 전해주는 핵심 메시지 1~2개만 잘 수용해도 인생의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독서는 분명히 내적 성장과 깨달음을 일으키는 가장 유용한 도구 중 하나이다. 날마다 발전하는 '성장형 인간'이 되기 위해서 독서는 필수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인이 독서를 하지 않는 본질적인 이유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한다. 더불어서 도대체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독서의 필요성에 관해서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빨리빨리 증후군 ▶ 도둑맞은 집중력


그동안 한국 사회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압도적으로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해 왔다. 빠르게 성장하는 사회에서 비교와 경쟁은 불가피했다. 좋은 학벌, 직업, 자산, 집안으로 대변되는 물질사회의 성공 지표는 빨리빨리 증후군을 더욱 가중시켰다. 남들에게 뒤쳐 지 않고 더욱 높은 사회적 지위와 성공을 누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에 몰두했다.



바로 이러한 점이 오늘날 많은 한국인들이 타인에 대한 시선과 평가에 민감한 이유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기에 유행이나 트렌드에 민감하고 평균에서 소외되는 것을 싫어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빨리빨리 실행하고 경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떤 일이든지 빠르게 처리하려 하고 지체되거나 기다리는 것을 싫어한다.





이러한 빨리빨리 증후군은 몰입력과 집중력을 흩트리는데 크게 일조한다. 요즘은 5~10분이 넘어가는 영상조차 잘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영상도 이럴진대 책과 같은 정적인 매체에 대한 선호도와 집중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해 보인다.



유튜브 쇼츠나 릴스 같은 플랫폼은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대중들의 취향을 저격한다. 이러한 콘텐츠는 짧은 시간 안에 재밌고 알찬 정보를 압축하여 제공한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편하게 감상만 하면 된다. 집중력이 흐려져도 어차피 영상은 알아서 흘러가고 반복된다.



반면에 책은 높은 집중력을 요구한다. 영상 매체로 쉽고 빠른 자극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 독서라는 행위 자체는 고난도의 작업이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책과 성인 ADHD 관련 콘텐츠가 괜한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니다.



수없이 범람하는 콘텐츠 홍수 속에서 책을 고르고 읽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인들은 평균적으로 1년에 책을 단 3.9권 밖에 읽지 않는다. 게다가 국민 10명 중 6명은 1년 동안 책을 단 1권도 보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 시대에 독서를 즐기는 사람은 그 자체로 특별하다. 



꾸준하게 책을 읽는 사람들은 책이 가져다주는 가치를 안다. 그들은 본능적인 욕구와 자극적인 재미 보다 본질적인 지혜와 자성적인 깨달음을 추구한다.


과정보다 결과, 해답보다 정답을 중시하는 사회


빨리빨리 증후군은 과정보다 결론을, 해답보다 정답을 중시하는 집단 무의식을 부추긴다. 사람들은 빠른 시간 안에 결론과 정답을 얻고 싶어 한다. 시성비를 따지는 분초 사회에서 시간을 세이브한다는 것은 엄청난 메리트로 여겨진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과정을 생략하고 정답만 알아내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마이너스다. 과정이 있어야 맥락이 있고 해답을 찾기 위한 추론을 할 수 있다. 과정 없이 결과만을 추구하는 개인의 사고력은 저하되기 마련이다.



영상매체는 기술적인 작업으로 시간의 제약과 표현의 한계가 존재한다. 영상은 콘텐츠 제작자의 손을 거쳐 빠른 결론을 도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상을 보는 시청자는 콘텐츠 제작자가 제시한 내용을 별다른 의심 없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 쉽다. 영상만 보면 굳이 논리적인 사고나 추론을 하지 않아도 쉽게 쉽게 이해되기 때문이다.



책은 영상과 달리 글로 구성되기에 시간의 제약과 표현의 한계가 없다. 책은 작가의 글로서 결론을 도출하기까지의 과정이 디테일하게 묘사된다. 쉽게 말해서 인과관계가 명확하다. 독서를 하면서 글의 맥락을 파악하다 보면 비판적 사고력과 문해력이 증진된다. 책을 읽을 땐 도중에 쉬거나 멈추면서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 시간엔 개인의 생각이 개입되거나 상상력이 발현되기 쉽다.






독자는 책이라는 매개물로 저자와 깊이 있는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과정이 있어야 결과도 의미가 생긴다. 스토리와 내용에 공감하고 공명하는 건 결국 책을 읽는 독자다. 전후좌우를 모두 둘러보아야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와 가치를 깨달을 수 있다. 독자 스스로 깨달아야 진정한 자기 것이 된다.



영상은 결론을 중심으로 정답을 제시하고 책은 서사를 통해서 해답을 찾아낸다. 책에는 서사의 3요소인 행동, 시간, 의미가 명확하게 담겨있다. 즉, 책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이 영상에 비해 구체적이고 명확하다.



독자는 저자가 기술한 서사를 보고 전후 맥락을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저자가 가진 의문점과 풀이 과정이 설득력이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가진다.



제시된 결론과 정답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독서는 분명 까다롭고 귀찮은 활동이다. 책을 읽는 것 자체만으로 상당한 시간과 집중력이 요구되기에 더더욱 독서를 꺼린다. 그러나 단편적인 지식이 아닌 근본적인 지혜를 키우고 싶다면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의식 성장을 촉진하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이다.



글에 담긴 천문학적인 가치


본질은 텍스트다. 사실상 거의 모든 콘텐츠가 글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즐겨보는 넷플릭스, 유튜브, 숏폼에는 촬영을 위한 콘티와 대본이 녹아들어 있다.



글은 모든 콘텐츠의 본질이자 기본이다. 


텍스트를 말로 전달하거나 시각화하면 영화, 연극, 만화, 애니와 같은 콘텐츠가 된다. 좋은 글이 좋은 콘텐츠를 탄생시킨다. 그중에서도 책은 글이 주류를 이루는 콘텐츠다. 이점이 바로 우리가 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책에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방대한 지식인들의 지혜가 담겨있다. 위대한 성인군자와 종교가, 예술가, 학자, 작가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전달한 말이나 기록들은 책으로 남겨졌다.





고전을 비롯한 수많은 문학작품에는 영상으로 담아낼 수 없는 미학과 진리가 존재한다. 이러한 글은 돈으론 환산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가치가 있다. 우리는 그 위대한 가르침을 배우기 위해 단지 책 읽기에 마음먹고 몰입만 하면 된다. 수 시간만 투자하면 책이 전달하는 의미를 곱씹어 보고 학습할 수 있다.



독서는 단돈 15,000원~20,000원의 가격으로 위대한 성인들의 경험을 제대로 흡수할 수 있는 최고의 도구이다. 이 최고의 도구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건 막대한 낭비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경쟁이 아니라 다가오는 미래사회의 진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독서를 반드시 해야 한다. 



간접 경험도 직접 경험이 될 수 있다


독서는 창의력, 집중력, 통찰력, 문해력을 향상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 중 하나이다. 실제 위대한 성공을 거둔 위인들 중에서 '다독가'가 아닌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책이 가져오는 막대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독서율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사람들은 점점 스스로 책을 읽는 대신 남들이 2차로 가공한 콘텐츠를 보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유튜브, 인스타, 블로그를 통해 책에 관한 요약본이나 핵심 내용, 후기를 빠르게 훑어본다(물론 책에 아예 관심 없는 사람들은 이러한 행위조차 안 한다). 이런 식으로 책을 읽는 과정을 생략하고 자신에게 도움 되는 알맹이만 쏙 빼먹으려 한다. 하지만 그 알맹이는 알맹이가 아닌 껍데기에 불과하다. 



진짜 알맹이는 개인 스스로 해답을 찾고 풀이하는 과정에서 오는 '내적 깨달음'에서 온다. 


책(원본)을 통해 나 스스로 경험하고 반성하며 사유해서 깨닫는 것과 타인이 제작한 2차 가공물의 퀄리티가 결코 같을 수 없다. 내적인 깨달음이 없으면 변화가 없고 변화가 없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깨달음이 부재한 지식은 단순한 정보이지 지혜가 아니다.




흔히 독서를 간접경험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독서는 결코 간접경험만 선사하는 것이 아니다. 책을 읽고 타인의 생각, 경험, 깨달음을 머리로만 이해하면 간접경험이 된다. 반면에 책을 자기 방식대로 새롭게 재해석하고 체득하면 직접경험이 된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독서든 영화든 드라마든 타인이 2차로 가공한 글과 영상을 습득하는 행위는 분명한 간접경험이라는 것이다. 직접경험과 간접경험의 차이는 천지차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과정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 과정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그 깨달음을 내 것으로 완전히 체화하기 위해서는 직접 겪어보고 느껴봐야 한다. 



책을 가장 효과적으로 읽는 방법은 메모와 기록이다. 책을 읽으면서 좋은 구절이나 인상 깊은 내용을 메모하고 곱씹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그 내용에 관해서 자기만의 생각과 영감을 기록한다면 금상첨화다. 때로는 책의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의문점과 반론을 제기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와 같이 메모와 기록이 병행되면 나만의 훌륭한 독서노트가 만들어진다.



결론 : 콘텐츠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돼보자


책을 쓰는 저자가 아니라도 영상을 만드는 유튜버가 아니라도 누구나 콘텐츠 생산자가 될 수 있다. 블로그, 인스타, 스레드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자기만의 영감과 인사이트를 글이나 사진, 영상으로 남기면 된다. 



단순하게 독서 후기를 쓰는 것도 생산자가 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책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거나 독서를 통해 배운 지혜와 깨달음을 전달하면 된다. 독서노트를 만들었다면 작업은 훨씬 더 수월하다. 자신이 제작한 콘텐츠로 타인을 유익하게 한다면 이미 생산자가 된 것이다.



어떠한 행위의 주체자가 된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다. 읽고 사색하고 쓰는 시간은 분명한 메리트를 가져온다. 책 읽기를 해도 글쓰기를 안 하면 내용을 망각하기 쉽다. 머리로 이해하고 터득한 내용을 직접 써봐야 장기기억화되고 오랜 기간 우리 뇌에 보존된다.




글을 쓰는 건 정말 생산적인 일이다. 독서는 열심히 해도 정작 글은 안 쓰는 사람이 생각보다 꽤 많다. 거꾸로 글 쓰는 사람 중에(단순한 일상 기록이나 일기만 쓰는 사람 제외) 책을 안 읽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독서조차 힘든데 글쓰기는 더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난도가 낮은 쉬운 글쓰기부터 시작해 보면 된다. 글은 크게 일상 글과 정보글, 리뷰글로 나눌 수 있다. 일상은 말 그대로 일상을 올리는 것이다. 일상에 관한 생각이 나 취미, 맛집, 음악, 영화, 요리와 관련된  주제가 포함된다. 리뷰글은 독서후기나 영화 후기 같은 게 해당된다.



정보글은 일상 글이 좀 더 체계화된 것이다. 단순히 그날 하루하루의 일상과 생각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통한 깨달음을 전달하는 것이다. 즉, 타인에게 필요한 정보와 노하우, 팁을 제공하여 글을 읽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궁금증과 문제점을 해소하는 것이다. 이에 정보글은 다른 글쓰기에 비해 난도가 높고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필요로 한다.



글쓰기를 통해서 콘텐츠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돼보자. 앞서 강조했듯이 글은 모든 콘텐츠의 본질이자 기본이다. 자기만의 깨달음과 노하우를 글로 쓰면 블로그 콘텐츠가 되고 말로 떠들면 유튜브가 콘텐츠가 된다.



혹시 아는가? 당신이 작성한 사소한 메모와 기록이 빛을 발하고, 언젠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는 좋은 콘텐츠가 될지도 모른다. 시도하지 않으면 결과를 알 수 없다. 그러니 Just Do It! 고민 말고 지금 당장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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