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의 참담함
글 쓰는 작가이자 라이프 코치로서 평소 도서관을 자주 애용한다.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 도서관은 이용 가치가 높은 최고의 장소다. 도서관에 가면 평소 궁금하거나 읽고 싶었던 책을 마음껏 볼 수 있어서 좋다. 도서관에 원하는 책이 없어도 괜찮다. 상호대차 서비스를 이용하면 다른 도서관에 있는 책까지 배송해 줘서 편하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별마다 도서관은 나의 최애 장소다. 집 근처에 스타필드가 생겨서 아주 잘 이용하고 있다. 인기가 많은 베스트셀러나 신간의 경우 일반 도서관에서 빌리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스타필드 별마당 도서관에서는 최신 책들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어 편하게 골라볼 수 있다.
책을 쭉쭉 빠르게 읽고 나서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은 별도로 구매한다. 고전, 소설, 인문, 철학, 경제, 자기계발, 예술 등 장르의 구분 없이 양서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좋은 책은 언제나 내게 깊은 영감을 선사한다.
이렇게나 알차고 좋은 별마당 도서관인데 정작 이용객들을 보면 책 읽는 사람이 전무하다시피하다. 도서관을 배경으로 인증샷만 찍거나 테이블에 앉아도 수다 떠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정숙하게 앉아 있는 사람들조차 노트북을 켜고 개인 업무만 본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책 읽는 사람은 열에 한 명 꼴이다.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조차 아무도 빌려 가지 않는다. 언제나 진열장에 놓여 있어서 마음 편히 가져가서 본다. 이곳에서 책을 볼 때마다 개인적인 입장에선 편하지만 한편으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 책을 안 읽을까?’라는 근원적인 물음이 들기 때문이다.
책 안 읽는 한국인
체감상으로도 그렇고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 최근 문체부에서 2023 국민도서실태조사 결과(2024. 4. 18 발표)를 발표하였다. 이 자료를 보면 한국 사람들의 독서율이 현저하게 낮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 성인의 독서율은 10년 동안 꾸준하게 줄어들고 있다. 전체 독서율은 43% 수준이고 독서량은 3.9권이다. 말하자면, 1년에 채 5권도 읽지 않는 셈이다. 개별적인 수치로 따져보면 더욱 형편없다. 종이책 1.7권, 전자책 1.9권으로 2권조차 읽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6명은 1년 동안 책을 단 한 권도 보지 않는다.
독서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일'과 '대중 매체'다. 응답비율을 보면, 일 때문에 시간이 없거나 책 이외 매체(스마트폰/TV/영화/게임 등)를 이용해서 독서를 못한다는 통계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통계를 보면, 종이책을 읽는 비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전자책을 읽는 비율은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전자책을 추구하는 현상은 당분간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그나마 전자책을 읽는 비율이라도 올라가서 다행으로 여겨진다. 종이책이 아닌 전자책을 선호하는 흐름은 도서 구입 수치로도 반영된다. 우리나라 성인은 연평균 단 1권의 책을 구매한다. 책을 구매하는데 투자하는 비용은 단돈 18,000원이다.
독서모임 운영이 어려운 이유
도서관 이용 현황 또한 처참한 수준이다. 성인의 85%가 도서관을 이용한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책을 읽는 독자 역시 66%의 비율만 도서관을 이용하였다(별마당 도서관의 이용객이 괜히 적은 게 아니다). 책을 이렇게 안 읽으니 독서모임과 같은 활동 역시 물론 저조하다. 독서모임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수준은 4.7%에 그쳤다.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를 보고 정말 체감적으로 와닿았다. 나는 2015년부터 무료 오프라인 독서모임을 9년 가까이 운영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독서모임의 신규 멤버를 선발하고 충원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2022년도 때쯤부터 신규 멤버를 뽑을 때마다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독서모임 지원율이 현격하게 줄어든 데다, 막상 사람을 선발해도 1~2번 나오다가 탈퇴하는 비율이 늘어났다. 애초에 책 읽는 마음가짐이 진지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모임 당일에 불참하거나 아무 이유 없이 연락이 두절되는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매주 1권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모임의 운영방식이 어렵다고 성토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독서모임 참여 희망자들도 이럴진대 일반인은 오죽하랴. 우리나라 사람들은 갈수록 책을 기피하고 읽지 않는 것 같다. 책에 대한 필요성은 인지하면서도 막상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 최근에는 아예 독서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꽤 늘어나는 것 같다.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서 왜 그동안 모임 운영이 힘들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독서인구 자체가 갈수록 줄어드는 데다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비율도 4.7% 수준이라고 하니 납득이 갔다.
통계 결과를 보고 5%에 해당되는 사람들과 오랜 기간 독서모임을 함께했다고 생각하니 더욱 뿌듯하고 애틋한 마음이 든다. 내가 운영하는 독서모임엔 유독 장기활동 멤버가 많다. 가장 오래 활동한 멤버는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참여하여 30대가 될 때까지 약 7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하였다. 나머지 멤버들도 3~4년 동안 모임에 열심히 참여하였다.
추후에 기회가 된다면, 장기간 운영한 독서모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모임을 확장해서 운영해 보고 싶다. 사람들의 독서율을 늘리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면 행복하게 운영할 수 있을 것 같다.-
독서의 목적
개인적으로 내가 독서를 하는 목적은 '자기실현'을 위해서다. 나는 마인드 어드바이저로서 사람들이 지닌 심리적 어려움을 해결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일을 계속해서 잘하기 위해서는 나부터가 끊임없이 공부하고 발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에게 있어 독서는 단순히 지식과 정보의 양을 늘리는데 그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 타인의 관점을 수용하며 세계관을 확장하는 데 도움 된다. 세계관이 확장되면 기존의 나보다 내적으로 더 업그레이드된 사람으로 재탄생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독서를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2023년 국민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마음의 성장(위로)을 위해’ 독서를 한다는 응답이 24.6%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책 읽는 것이 재미있어서’(22.5%), ‘자기계발을 위해서’(21.4%), ‘일(학업)에 필요해서’(10.6%)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2023년에 조사된 내용을 살펴보면 2019년과 2021년의 응답률과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19~'21년도의 주된 독서 목적은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얻으려고’(26.9%) 및 ‘교양과 상식을 쌓으려고’(20.3%) 등 지식을 얻기 위해 독서를 한다는 응답률이 높았다.
따라서 최근 통계를 보면 그나마 좀 고무적이다. 독서인구 자체는 줄었지만, '내적 성장과 흥미를 느껴서 독서를 한다'라는 비율이 높게 나왔으니 말이다. 독서하는 재미를 제대로 맛본 사람들은 영화나 애니메이션과 같은 영상매체보다 훨씬 더 유익하고 흥미롭다는 사실을 안다. 특히 독서는 내적 성장을 일으키는 가장 최적의 도구이다. 많은 사람들이 책 읽는 재미와 가치를 깨닫고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독서 라이프를 실현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들 누구나 인정하는 훌륭한 성공을 거두다가도 어느 순간 성장이 정체된 사람들을 보곤 한다. 경험상 그들 중 열에 아홉은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다가오는 미래사회는 독서를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 간의 성장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책을 읽는다는 건 분명히 번거로운 일이다. 독서 자체가 고도의 집중력과 방대한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건 분명한 메리트가 있다. 좋은 책이 전해주는 핵심 메시지 1~2개만 잘 수용해도 인생의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독서는 분명히 내적 성장과 깨달음을 일으키는 유용한 도구이다. 날마다 발전하는 '성장형 인간'이 되기 위해선 독서는 필수다.
여기까지 글을 정독한 당신이라면, 독서의 필요성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했을 것이다. 아무리 시간이 부족해도, 자투리 시간에, 잠자기 전에 단 몇 분 만이라도 독서를 습관화한다면 달라진 인생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당신의 즐거운 독서 라이프를 응원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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