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앞바다에서 자라고 있는 산호 청소 체험
다음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담당 다이브마스터로부터 장비 세팅 및 관리 관련 정보를 전달받고 앞으로 하게 될 활동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 첫 다이빙은 체크다이빙 개념으로 가볍게 진행한다. 그렇지만 실상은 가볍게 끝나지 않는다. 펀다이빙 목적의 잔잔한 바다도 아니고 비치 다이빙이라 밀려오는 파도와 싸우며 핀 신느라 난리나리, 중성부력 못 맞춰서 웨이트를 넣었다가 뺐다가 난리난리. 정말 부끄러운 첫 다이빙을 끝내고 뭐 잘했다고 맛있게 점심 한가득 먹고(치킨요리가 너무 맛있었는데 설마 마당에서 놀던 그 닭인가?) 한숨 자고 나니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오후 다이빙에서는 바닷속에서 재배 중인 산호들 청소하는 일을 하기로 한다. 다행히 첫 다이빙보다는 나아졌지만 중성부력 신경 써가며 산호들 닦는 일은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잘 가누지 못하면 장비와 몸으로 산호를 오히려 부숴버리는 결과를 얻게 되니까 나에게는 여간 마음 쓰이는 일이 아니다.
가로 4m, 세로 2m 정도의 커다란 철제 틀에 격자로 철제 기둥을 부착하여 최대한의 접촉 공간을 마련한 구조물에서 산호를 재배한다. 조그마한 산호가닥을 손바닥만 한 콘크리트에 부착하고 이를 다시 간격을 두고 철제 구조물에 부착하여 산호들이 정착하여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산호들이 호흡하고 성장하는데 방해가 되는 흙이나 먼지들을 주기적으로 제거해 주고 다른 생물과의 교류가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서너 달 키운 산호도 아직 조그마한 것을 보면 키우는 것보다는 일단 파괴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겠다.
인위적으로 산호를 재배하는 것은 정말 신선한 경험이었다. 어디서도 듣지도 보지도 못해서 막연한 그림조차 그려지지 않았던 산호 키우는 모습을 실제로 보고 미약하게나마 힘을 보탠 경험에서 얻은 벅찬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더라. 알 수 없는 뿌듯함과 사라지지 않는 미소와 어떤 결심 같은 것들이 내 몸과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
스쿠버다이버들이라면 한 번쯤 꿈꾸는, 나의 위시리스트에도 들어 있었던 그것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다이빙이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는 호주 북동쪽 해안이 있는 거대한 산호초 군락지이다. 산호가 많으면 더불어 살아가는 다양한 바다 생물들도 많다는 얘기이니 얼마나 볼거리가 많겠는가. 그러나 이 아름다운 지역 역시 기후위기 등의 영향으로 산호의 백화 현상이 심해지며 병들어 가고 있다. 환경오염과 무분별한 관광산업의 여파로 세계 곳곳의 유명한 관광지들이 파괴되기도 하고 어떤 곳은 폐쇄하여 정화를 위한 치유의 기간을 마련하기도 한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역시 전 세계 관심을 받는 곳이다 보니 막대한 자금을 들여 복구 및 보호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마주하고 보니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 꼭 가야겠다는 목표는 자연스레 사라졌고, 이 자연을 살려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이 있을까에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