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저래도 좋아
여름은 바야흐로 토마토의 계절이다. 토마토처럼 싱그러운 빨강이 있을까. 토마토의 빨강은 태양의 빨강보다 시원하고, 딸기의 빨강보다 단단하고, 고추의 빨강보다 물이 많고, 파프리카의 빨강보다 유연하다. 단단하고 맨질맨질한 과육을 베어물면 특유의 향과 물과 말강말강한 씨앗이 입안을 팡! 채운다. 수박과는 다른 여름의 맛이다. 오이와도 다른 여름의 맛이다. 시작은 강렬하지만 마무리는 상쾌하다.
방울토마토를 씻어 입이 심심할 때마다 하나씩 입에 넣는 것을 좋아한다. 혀끝에 맴도는 미세하지만 딱 좋은 달콤함이, 허기와 입맛을 잘 메워준다. 얇고 동그랗게 썰은 토마토와 치즈를 번갈아 뉘어놓고 바질 페스토를 톡톡, 올리브오일을 주루룩 뿌려먹으면 그것만으로 배를 채울 정도로 손이 간다. 또각또각 작게 조각내고, 양파와 오이, 병아리콩과 신 것(레몬즙이나 식초류), 고소한 것(올리브 오일이나 들기름 또는 참기름), 짠 것(간장이나 소금), 단 것(알룰로오스나 설탕 혹은 아가베 시럽)을 적당히 넣고 섞어주면 입맛이 없을 때도 손이 가는 샐러드가 된다. 깨끗하게 씻어 꼭지를 제거한 토마토를 냄비에 넣어 뭉근하게 끓인 토마토 주스도 일품이다.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맞추면, 토마토를 싫어하는 누군가도 기꺼이 마실 수 있는 감칠맛 가득 주스가 된다. 물론 아직 아이들은 잘 마시지 않지만.
토마토를 좋아하는 나와 달리 나의 아이들은 토마토를 그닥 즐기지 않는다. 토마토 소스는 먹지만 생 방울토마토를 권하면 기겁해버린다. 그래서 치킨스톡과 토마토퓨레를 넣은 토마토 스프나 토마토 소스와 채소를 구워낸 반찬으로 토마토와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언젠가는 토마토의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기를 바라면서, 다만 멀어지지 않도록.
사실 토마토를 생으로 먹는 것보다는 익혀 먹는 것, 거기에 오일을 첨가하는 것이 토마토의 영양을 극대화해 먹을 수 있기에, 아이들에게 주는 방식이 좀 더 토마토를 효율적으로 먹을 수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익혀 먹는 토마토는 분명히 정말 아주 맛있다. 천연 글루타민산이 잔뜩 들어있어서 기름, 마늘, 소금과 함께 만나면 맛이 기가 막히게 더하기 더하기 더하기 더하기 더하기!가 된다.
하지만 음식이 주는 정서와 분위기가 삶을 풍성하게 해준다는 게 점점 실감나면서, 그 순간에 걸맞는 음식의 어떤 힘이, 아무 장애물 없이 아이들에게 스몄으면 좋겠단 바람이 자꾸 고개를 든다. 음식 감수성이 그들의 일상을 좀 더 부드럽게 만들어주면 좋겠다. 여름 날, 한참을 뛰다가 목마른 순간 빨간 토마토를 입에 넣으며 여름의 싱그러움을 담뿍 느낄 수 있다면!
열매들은 각 계절에 맞는 힘을 가지고 태어난다. 토마토는 더위 아래에서 익어가기에, (냉장고보다) 상온에서 보관하는 게 좀 더 제대로 영양을 머금도록 돕는 방법이다. 꼭지가 선명한 초록인, 단단한 토마토를 구입해 상온에 보관하고, 손으로 살짝 누르면 들어갈 만큼 부드러워지면 꼭지를 떼고 채소칸에 넣어두는 게 좋다. 5도 이하의 환경에서 보관하면 저온 장해를 입어 물컹해져버리기 때문에 꼭 채소칸에 넣는 것을 기억한다.
토마토의 빨간 색은 리코펜에서 기인한 것인데, 리코펜은 붉은색을 띤 카로테노이드 색소의 일종으로, 항산화 작용이 탁월하고 면역력을 높여준다. 루틴 함유량도 높아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풍부한 칼륨은 나트륨을 배출해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다. 이중 리코펜 성분은 익혀야 체내에 흡수가 잘 되기 때문에 익혀 먹는 것이 토마토의 영양을 고스란히 취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은 확실히 맞다.
그러니까 어쨌든 토마토는, 생으로 먹으면 기분이 좋고, 익혀 먹으면 맛과 영양이 좋은, 이래나 저래나 좋은 채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