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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퍼민트 Mar 24. 2024

공황과 불안장애, 감흥 없는 이름들(2)

  내 병이 뭔지 알고 싶어 미치겠고, 내가 알고 있는 그 병명이 맞는지 의사선생님으로부터 꼭 답을 들어야겠고, 도깨비 방망이처럼 모든 증상 사라지게 해줄 묘약을 찾고 싶고...

나는 이미 그 단계를 넘어섰다. '초월'이라는 거룩해보이는 단어를 여기에 갖다 붙여도 될런지...^^

  

  '정상적으로' 살기 위해 2시간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병원을 방문해 몸에 무리가 되지 않는다는 약들을 장기복용한 적이 있었다. SNS에서 인정받는 전문의에게 내 영혼을(그래, 정말 내 영혼도 개조시켜주시길 바랬었다)  맡겨본 적도 있었다. 오랜 기간  그 여정 끝에 결론 내린 건, 약의 효과만큼 한계 또한 있다는 것,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며 이 소중한 내 삶과 시간을 괴로움으로 채우진 말자는 것...


  왜 이리 오늘따라 약발이 잘 듣는지 몽롱해져오는 의식을 부여잡고 하나님께 갔다. 이제 이런 일로 울지 않는다. 나이가 든 것인지, 강해진 것인지, 무뎌진 것인지, 하여간 나는 기도 속에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고 있었다. 예배 후 소모임에선 내 삶도 나눠야 하니 또렷한 정신을 위해 아메리카노까지 사서 참여하는 센스.


  내 삶을 나누되, 오늘  선명해진  나의 병명들을 아직 나누진 않기로 했다. 선천적으로 나에게 관대하지 못하지만,  타인을 돕고  가이드하는 건 워낙 좋아하는지라 현재 하고 있는 일도 그런 것이기에, 불필요한 근심과 어쩔 수 없는 인간적인 편견의 시선을 굳이 만들어내고 싶지 않았다.


  한 집사님이 철새들이 무리지어 이동하는 장관을 보러 다녀왔다고 했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저 아래지방에서부터 날아와 합류한 아이들 이야기며,  높이 날아 산 너머로 가는가 싶더니 기류가 안맞아 다시 돌아오고 또다시 돌아오고 하다가 결국엔 수차례의 도전 뒤에 원하는 곳으로 멀리 갈 수 있었던 무리들 이야기... 자연의 신비를 주제로 했을 집사님의 얘기에 눈물이 났다. 내 삶도 자연의 일부. 당당하게 웃으며 사람들 챙기는 내 모습 이면에 이런 어둡고 아픈 모습도 있다는  거, 받아들이면 되는 거지.

완벽(그게 뭔진 모르겠으나)을 기대하고 날아보는 시도조차 안 하고 기류 탓만 하고 있을 순 없지. 무모해보여도 날고 다시 돌아오고 또다시  날고 또 돌아오고, 난 그렇게 살아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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