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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와소나무 Jul 26. 2023

고비사막투어 21-산자 기사님

내성적인 기사님의 이름은 산자였다.

이 분은 운전경력이 36년 즈음된 베테랑이었다.

처음 운전한 차는 대형 트럭이었다고 한다.


당시 운전기사들은 1년간 차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몽골은 대한민국보다 땅이 15배가 넓다.

차가 달리다 고장 나면 스스로 진단해서 고쳐야만 했다.

자갈이 무수한 올록볼록 비포장도로가 대부분이라 자주 고장 날 수밖에 없는데,

가끔은 다른 기사의 도움을 받아 고쳐가며 달렸다고 한다.

지금은 우리 기사님이 같은 여행사의 고장 난 차 연락을 받고 고치러 다녀오기도 하신다.  

   

‘세상 많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해서 들어보니

예전에 일주일간 달렸던 곳이 요즘은 6시간 가면 나타난다고 했다.

또 한 달 내내 운전해서 찾아갔던 곳이 요즘은 2~3일 운전하면 도착한다고 했다.

남이 운전하는 차에 앉아 매일 5~7시간씩 일주일 간 돌아다닌 이번 여행도 힘들었는데,

도대체 한 달 내내 운전해서 찾아가는 곳이라니!


기사님은 내 남편보다 한 살 많은 분이었는데 외모 차이는 컸다.

그분의 따뜻하고 개구쟁이 같은 웃음소리가 참 좋았다.


자녀 중 딸은 서울대대학원을 졸업하고 지금 미국 유학 중이다.

아들은 인하대를 다니고 있는데 2025년에 졸업할 예정이라 했다.

딸이 대학원 졸업할 무렵에 한국에 와서 서울도 돌아보고, 제주도로 가족여행까지 갔다고 한다.

혼자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서울지리를 금방 익히셨다.


몽골인들은 이정표도 없고 지형도 구분이 되지 않는 그 넓은 사막 오지도

처음엔 유목민 도움을 받아 찾아가고, 두 번째부터는 혼자서 알아서 찾아간다고 한다.

뇌 MRI를 찍어보면 그들에게서 최소한 나침반이 나올 것이다. 잘하면 지도까지 딸려 나올 수도 있고!


아들이 졸업할 때는 그때 못 돌았던 한국의 남은 곳들을 여행할 결심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부부의 여행이 마치는 날까지 숙소에서조차 술 한 잔을 마시지 않으셨다.

내 남편이 권해도 사양하셨다.

여행객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셨다. 

끝까지 친절하고 매너 있게 소임을 다하신 산자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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