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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와소나무 Jul 27. 2023

고비사막투어 25-한국인이라 다행

어느 민족 어느 나라나 불가피한 운명이 있다.

그 운명은 공정했던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


1990년대 초반에 베이징에 갔을 때

별 다섯 개인지 일곱 개인지 달고 있는 호텔에서조차 샤워기에서 황토색 물이 나왔었다.

그리고 만리장성 아래 모여있던 중국인들은 시원찮은 옷을 입고 추워서 떨었고  차가운 도시락을 었다.

가만 보니 중국빵과 청경채볶음이 전부인  도시락이었다.

그러면서도 ‘우리 중국이 최고야! 중국빵이 세계에서 제일 맛있어’라 강변하여

나는 '우물 안 개구리도 저런 개구리가 있나' 싶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넓은 땅, 많은 사람들, 자원들

무엇보다 중국이 날로 발전해 갈 것이라는 그들의 믿음과 의지를 보면서

당장 눈에 보이는 모습 말고 그 이면의 저력에 두려움을 느꼈다.    


3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그때의 중국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몽골 여행에서는 좀 달랐다.

구조적으로 몽골이 갖는 여러 한계가 느껴졌다.    

 

몽골이 인접한 바다가 없는 내륙이란 것부터 참 불리해 보였다.

그들은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끼어있어서

두 나라의 협조 없이는 다른 대륙으로 나갈 방법이 없다.

그들은 직간접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고 사는 것 같다.

친러반중의 정서가 느껴진다.

    

또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경제 시스템인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시기가 상당히 늦었다.

자본주의가 빈부격차를 크게 만들어 사회불안을 야기하는 단점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 각자가 가진 사적 욕망의 극대화가 국가 단위의 발전을 추동하는 강력한 힘이기도 한데, 몽골은 1990년대에 들어서서야 이를 받아들였다.

이제 겨우 30년이 지났다.      


인구 역시 너무 적다.

땅은 대한민국의 15~6배나 되는데 비해 인구는 대한민국의 1/15 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370만 명 중 절반이 수도 울란바트르에 몰려 있다.

몽골의 그 넓은 땅을 일구고 유기적인 산업기반을 닦을 사람 숫자가 태부족하다.

게다가 과거와 달리 젊은 세대들은 자녀를 한둘 밖에 낳지 않는단다.

     

그 와중에 몽골이 여전히 양 떼나 소 말 낙타 등 가축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사회인 것도 큰 제약이다.

기후 때문에 벼농사를 할 수 없고, 밀농사만 겨우 하고 있었다.

식량 생산성이 떨어지고 유목민으로 살아가니

문화나 기술발달을 위한 여력이 많지 않다.

     

물론 몽골사람들은 우리보다 강한 체력과 좋은 체격조건을 갖추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쉽게 외국어를 배우며

평균 시력도 세계에서 제일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선진국의 과학과 기술 초격차를 좁힐 가능성에 대한 한 나는 비관적으로 본다.     

아무쪼록 몽골이 갖는 강점을 잘 찾아서 몽골인들의 삶이 계속 나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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