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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사막투어 24-시끄러운 중년 아재들
by
뚜와소나무
Jul 27. 2023
몽골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테를지에서 아침식사를 하려고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우린 한국말로, 기사님은 몽골말로 아침인사를 동시에 건넸다.
가이드만이 양쪽이 동시에 아침인사를 나눴다는 걸 알아챘다.
서로 말이 달라도 일주일 함께 지내다 보니 통하는 게 있나 보다.
우리는 차를 마시며 테를지에 흐르는 강에 대한 담소를 나누었다.
그때 한 무리의 60대 중후반 한국남성 열여 명이 소리를 지르며 우르르 레스토랑으로 들어왔다.
‘어젯밤에 마신 위스키 때문에 밤을 즐기지 못하고 떡실신했다.’는 얘기부터 시작해서
‘속았다’는 둥 잡다한 얘기를
그 큰 홀 안의 사람들 다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고성은 점점 그들끼리 시너지를 내고 있었다.
수년 전 유럽 여행할 때 보았던 중국인 관광객들의 모습과 비슷했다.
게다가 여성 몽골 가이드가 레스토랑으로 들어오자
이제 이들은 한 술 더 떠 성희롱에 가까운 발언을 해댔다.
나는 이 상황이 너무 불편해서 툴툴거렸다.
그런데 우리 가이드는 오히려 내게
“저 사람들이 나이 때문에 귀가 어두워서 그럴 거예요.”라고 했다.
몽골인다운 너그러움인지
하여간 애써 그들의 허물을 가리려는 가이드의 노고가 느껴졌다.
아침 식사가 나오자 그들은 황급히 조용해졌다.
그리고 작은 소리로 서로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닌가!
내 남편은 가이드에게 ‘저 사람들 귀가 어두운 것 같진 않네요’라 했다.
그들끼리 술 가지고 호기롭게 경쟁하고
또 여성가이드가 나타나자 더욱 과장해서 온갖 폼을 잡는 모습을 보며
그들에게 아직 테스토스테론이 남아있어서 저러는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라 저러는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했다.
매너는 지킵시다.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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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와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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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마당에서 풀 뽑고 야채 기르며 사는 전직 한의사입니다. 오래전부터 진료실 이야기와 가족의 일상을 간간히 기록해왔었는데, 이제 그 얘기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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