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미터 달리기
-달리는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살면서 나는 100미터 달리기를 여러 번 했다.
중학생 시절에는
도를 대표하는 400미터 계주선수를 뽑는 시합을 앞두고
두 달 가까이 달렸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나와 다른 선수 두 명은 오후 내내 운동장을 삥삥 돌았다.
대학생시절에는 과목별로 A3 시험지를 받아 들고서
객관식과 주관식 문제를 푸느라 시험지 위의 내 손가락은 100미터 달리기를 했다.
그때 흘린 식은땀이 중학생 때 운동장에서 흘린 양보다 많았을 것이다.
그것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2025년, 나는 여태까지 흘린 양보다 더 많은 땀을 흘렸다.
새해 벽두에 우렁찬 목소리로 손주가 태어났고,
나는 거의 1년간 고속도로를 달리고 또 달렸다.
매주 딸의 집에 가서 손주를 돌봐야 했기 때문이었다.
1박 2일의 육아를 전력을 다해 달리고 나면
나는 파김치가 되었다.
밥 할 힘이 남아있지 않다 보니 우리 부부는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고기로 외식을 했다.
그래서였을까?
고되다고 느끼면서도 체중은 1 kg도 줄어들지 않았다!
지난 주 드디어 딸과 약속한 황혼육아가 끝났다.
살다 보니 때론 숨이 턱에 차오르게 달려야 할 때가 따로 있는 듯하다.
어떤 연유에서건 그때 흘린 땀이
나에게 보람이 되었다.
2025년을 손주 덕분에 잘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