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네, 압구정닭꼬치
7월 '여름 민어 특집' 에서의 보양으로 무더위를 이겨냈더랬다. 시간 맞추기 어려워 8월을 건너 뛰고 9월이었다. 이마저도 보네마네 하다가 결국 사당, 교통의 요지에서 짧고 굵게 모임을 진행시키기로 했다. 영-차!
기다리고 기다렸던 곳, 찰진 숙성회 뿐 아니라 쉴 새 없이(?) 나오는 이른바 이모카세, 삼촌카세로 유명한 집이었다. 스끼다시의 향연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 일단 숙취해소제부터 분배했다. 곧이어 소주 한 잔. 에피타이저는 우리 사는 이야기, 잘근잘근 씹으며 시작한다.
스페셜 회 하나를 시키면 안주가 주륵 주륵. 맛이 띠용~한 건 아니다만 이리 다양하고 준수한 음식들이 줄지어 나오니 좋지 아니한가! 입이 심심할 틈 없다!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미소들, 이래서 가게 이름이 '미소네'가 아닐까!? (웃음) 숙성회는 쫀득쫀득 맛이 좋아 마음에 쏙 들었다. 그리고 제일 기대했던 투박 초밥. 음식 하나하나 예쁘디 예뻐진 요 근래에 이리도 투박한 초밥을 보았는가. 단순한 구성, 두툼한 회, 어쩐지 흩어지지 않는 꾸덕한 밥알까지 술 한 잔에 오물오물하기 제격인 안주였다. 메뉴판을 보니 모듬초밥이 10,000원에? 사장님, 여기 초밥 하나 더요! 회장님의 예약 덕분에 만족스럽게 훅 지나간 저녁이었다.
시간이 없다, 제군들! 얼른 자리를 옮겨 아쉬움을 한 잔이라도 덜어내자! '매스컴이 극찬한 맛있는 닭꼬치', '찾아라! 맛있는 TV 방영!' 이런 귀여운 문구들은 못 참지! 허름함은 우리의 멋, 오래된 노포에서 한껏 멋을 부려보자꾸나! 느낌표 살인마!
치- 반칙이다. 메뉴판, 분위기, 기본 안주...이 조명, 온도, 습도...적절한 2차이다. [ 음주 흐름의 법칙 ] 제 3조 2항, 2차는 가볍게! 안주도 분위기도 가벼운 곳을 선정해라! 흐름은 자연스레 이어질 것이다!
회장님이 과자 담배를 피우시는 동안, 안주가 채워졌다. 양념, 데리야끼, 바베큐, 소금구이, 간장소스를 하나씩 시키고(왜 가볍지 못한 거야!) 참을래야 참을 수 없는 라면 한 냄비까지. 맛없없 = 맛 없을래야 없을 수 없는 안주들이겠지만서도 그 야무짐은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 음주 흐름의 법칙 ] 제 5조 7항, 노포는 괜히 오래된 곳이 아니다! 이유 있는 맛과 때묻은 세월이 곧 안주렸다! 그러나 어느 곳이든 화장실은 유의할 것.
그리고 그리고 대망의 대망의 총무님 생일 초 시간! 그의 깜찍한 성향을 닮은 밸리곰 케이크와 함께 하는 한 달 늦은 생일 파티, 옛말에 이런 말이 있지!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뭔 상관!) 음, 많이 늦었어도 챙길 건 챙기는 맛동산의 대원칙이렸다! 총무님과 찰떡인 니트 선물까지, 오늘 만남의 이유를 해소하는 순간이었다. 늘 1차, 2차, 3차를 가는 술친자들의 백업을 든든하게 봐주는 그이기에, 녀석의 취향대로 달달 드라이브 코스를 계획했으니 곧 실현하는 날을 기다리자!
슬슬 막차 시간이 다가온다. 타임 리밋이 걸려있던 게 언제였나, 주구장창 마시던 우리의 색다른 하루였다. 또 다음날을 챙기겠다고 소주잔에 맥주를 채워 마시는 알량한 마음들, 작고 소중해....! (경악) 와중에 뭐가 또 부족했던지, 탄수화물이 필요하며 이런 집은 떡볶이가 맛있다는 둥 이모를 한 차례 불렀고 그것도 모자라 요런 떡볶이엔 사리가 필요하다며 두 차례 불러 메뉴에도 없는 사리 추가하는 모습을 자체적으로 뿌듯해하던 맛동산 회원님들. 맛있으면 뭐든! 자 이제 엉덩이를 떼어보자!
역으로 가는 길, 위험했다. 자칫했다가는 또 사당 바닥에 눌러앉을 위기. 순간 휘청거리는 몸을 택시에 싣는 장면까지 상상까지 했지만 오늘은 가자. 우리도 막차 전에 집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쇼앤프루브 하자! 다음을 기약하자, 또 멸망할 그날까지. 그리운 초멸망전, SAY GOODB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