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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오리 Oct 16. 2024

시뮬레이션의 함정

나를 이전부터 괴롭히던 것들에 대해 알아가기 (4)

이전에 글을 쓴 뒤로 약 한 달 정도 지났다.

현실을 유지하고 발전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보내고 다시 글 쓰는 장소로 돌아왔다.

이런 저런 일을 겪으니 또 여러 감정을 느꼈고, 글을 쓸 주제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좀 진부할 수 있겠지만 사람을 대략적으로 분류해서 압축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의미에서

MBTI 는 참으로 명료한 도구 중 하나이다.


사람이 16개로 나뉘지는 않지만, MBTI로 ENTJ에요 라고 말하면 어떤 느낌인지 확 오지 않는가?

E니까 외향적이고

N이니까 나무보다 숲을 보는 것일거고

T니까 공감보다는 논리일거고

J니까 통제형이겠지 라는 느낌


한마디로 축약하면 '채찍을 휘두르는 상사' 형이다. 

그래 MBTI만 보면 그렇게 보이지만, 사실 세세하게 파고들자면 나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오늘은 그런 오해를 풀려고 쓰는 글을 적는 자리가 아니기에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오늘 여기서 이야기 하고 싶은 내용은 저 네 문자 중에 'N' 에 대한 것이다.

다른 성질은 균형적인 비율로 내 안에 있는 반면,
내가 가지고 있는 N의 성질은 MBTI 검사상으로는 70% 가 넘는다.


N의 성질이 높으면 위에서 말했듯이 나무보다는 숲을 보게 된다.

그런데 사람은 오감을 통해 정보를 얻어 판단한다.

오감은 한계가 있다.

그 어떤 사람도 숲 전체에 대한 모든 정보를 오감을 통해 온전하게 얻을 수 없다.

그렇기에 숲을 알고 싶다면 일부를 보고 숲 전체에 대해 '시뮬레이션' 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내가 생각하기에 'N'의 성질이 높다는건 시뮬레이션에 능하다는 것이다.


시뮬레이션은 한정된 정보를 바탕으로 특정한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다.

추리로 따지면 귀납적 추리에 가깝다.

귀납적 추리는 확률에 기반한다.

그러므로 시뮬레이션은 언제든 확률적으로 틀릴 수 있는 것이고,
다른 최신 정보가 생기면 그걸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을 빠르게
그 때 그 때 수정해서 진실에 가까울 것 같은 방향으로 돌려놓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기존에 했던 시뮬레이션을 수정하기 위한 정보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봤을 때, 그러한 정보는 그냥 행동하고 시도해보면서 얻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시뮬레이션에 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수록

어떤 시뮬레이션의 결과 부정적인 결말이 보일 때,
해당 방향으로는 시도하지 조차 않는 양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시뮬레이션 상으로는 해봤자 쓸모 없는 일이니 할 이유가 없으니까!


제한된 정보로 시뮬레이션을 해서 사실과는 다른 예측을 했지만,

그 예측을 믿어버리는 바람에 그걸 수정할 기회 조차 없어지는 것이다.

이전에 나는 그런 사람이었기에, 모든 것을 쉽게 재단했다.
해봐야하는 경험에 대해 이미 결과가 보이는 일인데 뭐하러 하냐고 생각하며

그런 결말을 모르는 사람들이나 바보같이 저런 일에 매진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제는 알고 있다.

예측은 틀릴 수 있고, 내가 생각하는 논리와 시뮬레이션은 결점 투성이라는 걸

일견 보이지 않아보이는 길이어도 개척하면서 느끼는 감정이 있다는 것을


결과는 내 시뮬레이션대로 실패하는 결말일지라도

내가 보지 못했던 과정이 나에게 많은 지식과 지혜를 가져다 준다는 것을


가지고 있는 자질을 개화시키기 위해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측면과 반대로 뛰어보는 경험도 필요하다는 것을


지금 현재의 20대 사람들은 정말 똑똑하다.

또한 지금은 어떤 시대보다도 정말 정보를 얻기 쉬워졌다.

이 두 가지가 합쳐져서 그들은 논리적인 예측, 즉 시뮬레이션을 잘하는 세대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미래의 결혼, 출산, 취직 등에 대해 본인이 쉽게 들은 정보로 시뮬레이션 하고는

그것은 피곤한 것이며 손해이기에 아무것도 안하는게 낫다는 계산을 하는 사람이 많아진 세대가 되었다.


하지만 그 시뮬레이션은 틀릴 수도 있고,
그냥 헤쳐나가다보면 보이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 또한 누군가 알려줬으면 좋겠다.


그렇기는 한데 또 요즘은 그렇게 멘토가 되고 등대가 되어줄 진짜 어른들은 그들 옆에 없는 시대이기도 하다.

가끔은 그런 것을 생각할 때마다 슬픈 감정이 들기도 하다.

이 또한 내가 가지고 있는 제한된 정보에서 나온 틀린 시뮬레이션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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