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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사랑 Mar 03. 2024

복권에서 희망을 보았다.

곤히 잠든 아이의 숨소리를 들으며, 초록 검색창에 글자를 하나하나 입력한다.


연. 금. 복. 권


잠깐의 로딩시간. 요즘 시대에 로딩시간이라니. 조급증으로 불편감이 생길 때쯤 연금복권 당첨 번호가 검색결과로 나온다.


000회 차(2024.0.0)

당첨번호 O조 x.6.1.1.0.2


"응?"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소리가 튀어나왔다. 황급히 입을 틀어막고 벌떡 일어나 앉는다. 가슴이 팔딱거리고 손이 축축해졌다. 잘못 본 건가?

 다시 초록창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마음은 급한데 글씨가 부옇다. 망할 노안 같으니라고. 핸드폰을 얼굴 멀리로 가져가니 그제야 숫자가 또렷이 보인다.


x61102’

잘못 본 게 아니다. 11월 2일. 내 생일이다! 헷갈리려야 헷갈릴 수가 없는 숫자!

하나, 둘, 셋, 넷, 다섯. 옴마야! 다섯 개가 맞은 거야? 그래서 이게 얼마짜린데?


그걸 어찌 알겠는가! 끝자리 하나 맞아서 1000원 받아 본 것도 한 번뿐인 걸!

다시 당첨금액을 검색해 본다.


1등 월 700만 원*20년 0조 000000

2등 월 100만 원*10년 각조 000000

3등  100만 원.             각조 x61102


“헉” 머리가 아득하다. “여보~!!!” 하고 부르고 싶지만 입술을 꽉 깨물고 버텨냈다. 아이가 깨면 큰일이다.

뒤에서부터 다섯 자리 숫자를 맞추면 3등이다. 상금은 무려 100만 원!! 그럼 조별로 다섯 장을 샀으니까


500!!!!


머릿속에서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이럴 때가 아니다. 확실하게 확인을 해야 했다. 조용히 하지만 신속하게 살금살금 침실을 빠져나왔다. 매일밤 하는 미션 임파서블 장면이지만 오늘은 왠지 더 영화같이 느껴진다. 종종걸음으로 작은방 내 컴퓨터 앞에 앉았다. 남편은 일찌감치 나와 게임 중이다. (우리는 각자 컴퓨터 관련 일을 해서 작은방에 데스크톱이 두대다.)


“고생했어요. 금세 잠들었네? 오늘도 엄청 놀었나 봐. “

“응.”


대답할 틈이 없다. 내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확인하고 자랑해야지!

내가 산 복권은 인터넷에서 구입한 거라 당첨확인도 동행복권 사이트에서 할 수 있다. 참 좋은 세상이다.

 빠르게 하지만 신중하게 키보드 자판을 두드린다.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가 우아하다. 그럼~ 나 500 당첨된 여자거든?


남편은 내 대답이 짧자 불안한 지 자꾸 흘끔거리며 쳐다본다. 기다려 웃게 해 줄 테니.


흥분과 삐져나오는 웃음을 감추느라 온 얼굴 근육을 긴장시켜야 했다. 입이 씰룩거리는 사이 메인 페이자가 떴다. 눈이 홈페이지 화면을 탐욕스럽게 훑어간다.

 ‘내 돈 내놔라~ ’

모니터 오른쪽 위부분 마이페이지를 클릭한다.

그리고 드디어!!!

















그날 나는

복권에서 팔자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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