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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뽈삐래 Aug 13. 2022

05. 로스앤젤레스 여행기

#2 서로 다른 감정의 디즈니랜드

 디즈니랜드 Disneyland Park를 가기 위해서는 다운타운에서 버스를 타고 가야 했다. 정류장에 도착하기 직전 눈앞을 지나가는 디즈니랜드 버스. 배차 간격이 1시간이라 우리는 무작정 버스를 잡기 위해 다음 정거장까지 달리기 시작했다. 차라리 버스가 빠르게 멀어지면 깔끔하게 포기할 텐데, 신호에 걸려 차가 계속해서 멈춰 서자 왠지 뜀박질로 버스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은 희망 고문이 시작되었다. 다행히 그런 우리를 운전수가 발견했고 정차하겠다는 손짓을 보였다. ‘Thank You’를 얼마나 많이 말했던지. 오랜만에 고등학교 체력장 장거리 달리기 때 느꼈던 피 맛이 목구멍에서 올라왔다.


 드디어 도착한 디즈니랜드. 이곳에서 우리는 서로의 다른 성장 배경과 성격이 반영되듯 느끼는 감정이 너무 달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_디즈니랜드


이뽈) ‘현실과 달라 슬픈 환상의 세계’

 일요일 아침 8시 ‘디즈니 만화동산’은 누군가에게는 모닝콜이었다. 그 시간에 부모님을 따라 교회에 가야 했던 나는 반 친구들이 모두 소풍으로 놀이동산 가는데 나만 빠진 기분이었다. 나만 못 가본 그 환상의 세계를 서른이 넘어가게 되었다. 디즈니랜드의 하이라이트는 디즈니 성인데 생각보다 너무 작아 실망했다. 디즈니 성이 작다고 느끼는 건 내가 어린이가 아니라 어른이라는 거겠지? 어트랙션도 심심하고 퍼레이드도 밋밋하다고 생각되니 좀 슬펐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것 같아서.


 여긴 내가 살고 있는 세상과는 또 다른 세상이었다. 치솟는 집값에 좌절하는 사람도 입시나 취업에 대해 근심 걱정하는 사람도 없었다. 불닭볶음면 같은 세상이 이렇게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앗아갔구나. ‘잠시 모든 걸 다 잊고 내려놓으면 그 순간 나는 모든 걸 얻죠’라는 뮤지컬 ‘빌리 엘리엇’의 OST가 떠올랐다. 번뇌를 멈추고 웃음과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디즈니랜드였다. 게다가 이곳은 부랑자도 노숙자도 대마초 냄새도 찌른내도 총도 없는 로스앤젤레스와는 너무나 다른 세상이었다. 그 괴리감에 씁쓸해졌다. 미키마우스와 도널드 덕이 뛰놀아서 디즈니랜드를 환상의 세계라고 하는 게 아니라 현실에 녹아있는 사회의 어두운 면이 없어서인 것 같았다.




삐래) ‘타임머신을 타고 꼬마 삐래로 돌아간 하루’

 디즈니 입구에 들어서자 그제야 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의 나라가 디즈니랜드인지 알 수 있었다.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양옆으로 세워져 있고 가로등, 분수 등 여기저기에 미키 마우스 그림이 그려져 있어 꼭 내가 만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하나하나 디테일에 신경 쓴 흔적이 보였다. 또한 디즈니 캐릭터 탈을 쓰거나 코스프레한 사람들이 곳곳에 있어 같이 사진을 찍기도 하고 함께 놀이기구를 타기도 하며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려는 어른들 같았다.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퍼레이드였다. 픽사 영화 인트로에 등장하는 전등을 시작으로 미키마우스, 미니마우스, 토이스토리, 인사이드 아웃 등 주옥같은 작품들의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인사이드 아웃’ 슬픔이의 시무룩함을, ‘토이 스토리’ 우디의 발랄함 등 각각의 캐릭터들이 영화 속 행동과 감정들을 생생하게 연기를 했다. 화면에서 보던 그들을 실제로 만나는 느낌이 이런 걸까? 매주 일요일 아침 ‘디즈니 만화 동산’ 보려고 일찍 일어나 설레는 마음으로 텔레비전 앞에 앉아 기다렸던 꼬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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