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규제
FTX가 몰락하고 있다. 바이낸스 CEO 자오장펑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FTX 토큰인 FTT를 매도하겠다는 트윗을 올렸다. FTX의 CEO인 샘 뱅크먼은 경쟁사가 헛소문을 퍼트리고 있다면서 FTX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반박 트윗을 올렸다. 처음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간의 기싸움이라 여겨졌다. 하지만 일주일도 안되 거래량 기준 세계 2위를 기록했던 가상자산 거래소가 회생절차를 밟게 된다.
거래소가 무너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일본 가상자산 거래소 마운트곡스가 해킹을 당해 파산했으며, 피해자들은 지금까지도 배상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FTX사건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자체 토큰인 FTT를 담보로 대출받은 것은 물론, 고객 자산을 고지 없이 운용했다.
FTX는 모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이하 알라메다)의 자금확보를 위해 FTT 토큰을 활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알라메다의 총자산인 약 146억 달러 중 가장 큰 비중인 약58억 달러가 FTT 토큰(또는 FTT담보), 약 54억 달러는 기타 가상자산 및 미상장 회사 주식 지분으로 이뤄진 구조가 됐다(코인데스크, 2022). 여기서 그치지 않고 FTX는 고객 자산 중 100억 달러 상당을 알라메다로 입금했다(로이터, 2022). 부풀려진 자산은 기업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로 활용됐고, 이를 통해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만약 자오장펑이 FTT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았다면, 이 기형적인 구조는 유지될 수 있었을까? FTX의 CEO이자 알라메다의 창립자인 샘 뱅크먼이 취한 방식은 가상자산 호황기엔 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발행한 코인을 담보로 했다는 점에서 침체기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했다. 그러지 않아도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인데 유동성마저 부족한 FTT를 담보로 사업을 확장했다. 사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지 않는 한 언젠가는 무너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리스크 관리 대책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확히는 아주 쉽지만, 비윤리적인 방법을 택했다. 바로 고객 예치금이다. 테라 사태를 통해 많은 기업이 타격을 받았고 알라메다도 여기에 직간접적인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불안정한 담보로 기업 가치를 유지하던 알라메다는 보유 중인 가상자산의 하락으로 구멍난 회계장부를 채워야 했을 것이다. 정확한 내막은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이들이 고객 예치금을 운용했다는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우려는 다른 거래소로 번져나갔다. FTX처럼 예치된 가상자산을 돌려줄 자금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는 점과 고객 자금을 운용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문제 됐다.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각 거래소는 앞다투어 준비금을 증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제 준비금이 아니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준비금을 증명하기 앞서 거래소 간의 대량 입출금 거래 내역이 공개되면서, 구멍난 회계장부를 서로 돌려막기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게 된 것이다.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이용자들은 거래소를 탈출하고 있다. 자신의 자산을 합당한 가치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무너짐에 따라 발생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뱅크런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재, 살아남을 거래소들은 얼마나 될까? 파산 도미노에 대한 우려와 함께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는 특금법 규정에 따라 주기적으로 재무제표를 공개하고 있다. 의무적으로 보유 중인 고객 자산을 공시하게 돼 있는 것이다. 또한 현금 자산은 시중 은행을 통해 관리되기 때문에 현금에 한하여 고객 자산을 동의 없이 이용할 수 없는 구조다. 하지만 거래소가 보유 중인 가상자산을 어떤 방식으로 보관하고 있는지는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지 않다.
만약 국내 거래소가 가상자산을 보고와 달리 운용했거나, 해당 자산이 실제 가상자산(예를 들어 BTC를 wBTC로 보유)이 아닌 타 거래소에서 발행한 자산으로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이러한 정보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다. 현재 DAXA(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를 통해 자율 개선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적절한 규제가 언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지금의 가상자산 거래소는 고객의 (매수/매도)포지션을 모두 알 수 있는 상태에서 마켓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 동시에 고객의 자금을 보관하고 있다. 하지만 이용자는 이들의 포지션과 보유자산, 심지어 자신이 예치한 자산에 대한 정보에 대해서도 눈이 가려져 있다. 이런 문제는 소수에 의해서만 제기되어 왔지만, 논쟁거리가 되진 않았었다. 하지만 위태로운 가상시장에 FTT는 역린으로 작용했다. FTX 사태를 통해 거래소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버렸다.
Fragile(취약)한 가상시장을 견고하게 만들기 위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출처:
Ian Allison(Coindesk; 코인데스크). “Divisions in Sam Bankman-Fried’s Crypto Empire Blur on His Trading Titan Alameda’s Balance Sheet”. 2022.11.10 URL: https://www.coindesk.com/business/2022/11/02/divisions-in-sam-bankman-frieds-crypto-empire-blur-on-his-trading-titan-alamedas-balance-sheet/
Angus Berwick(Reuters; 로이터). “Exclusive: At least $1 billion of client funds missing at failed crypto firm FTX”. 2022.11.14 URL: https://www.reuters.com/markets/currencies/exclusive-least-1-billion-client-funds-missing-failed-crypto-firm-ftx-sources-2022-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