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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 지식in Sep 17. 2024

국내 정치체제와 대북외교 상관성

- 7.4 남북공동성명부터 '리더운명' 가설까지


양측 정치 지도자들은 민족 통일이라는 목표를 위해 권력기반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두 개의 한국> 저자 돈 오버도퍼 전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촌철살인 메시지다. 저자는 파란 눈의 이방인이었지만, 남북한 현대사를 촘촘하게 평가했다. 특히 긴장과 대결이 최고조에 다다른 순간 남북한은 갑작스럽게 대화 국면으로 분위기를 반전했다고 서술했다. 7.4 남북공동성명서가 대표적이다.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겠다던 김신조 1.21 사태 이후 남한과 북한은 대화 모드를 시작했다.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 3원칙을 바탕으로 서로 빗장을 풀었다. 당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은 직접 김일성 주석을 만나 외세에 의존하지 않는 자주통일을 약속했다. 이 성과는 훗날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 6.15 남북공동성명의 밑거름이 됐다. 물론 북한은 성명서 잉크가 마르기도 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을 저질렀다. 분단 고착화 정책의 박정희 정부부터 북방외교의 노태우 정부와 햇볕정책의 김대중 정부까지, 남북한 긴장과 대결은 모두 내부 권력투쟁을 위한 선전이라고 기자는 평가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던 대북정책은 결국 국내 정치체제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정의보다 자국의 이익이 우선이라는 외교 원칙처럼 국내 정치체제와 대북외교는 상관관계가 있었다. 제도적 측면으로 살펴보면, 칸트의 자유주의적 평화에 기반을 둔 '민주평화론'이 유명하다. 데탕트 물결과 냉전 이후 민주주의 국가들을 중심으로 국내 정치체제와 국제관계를 서술했다. 국내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경험적으로 평화 외교정책을 증명하는데 기여했다. 다만, 민주평화론은 세계 체제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민주주의 체제의 외교정책을 설명하지 못했다. 이른바 '독재평화론'이다. 민주국가에서는 투표와 선거라는 정당기제를 통해 정적을 제거하지만, 독재국가에서는 군부에 의존해 정적을 제압한다는 의미다. 북한이 그랬듯, 우리 군부정권에서 '레드 컴플랙스'는 한동안 유효했다. 7.4 남북공동성명은 유신체제의 주요 근거가 되었으며, 1974년 박정희 정부는 '공산주의 인민혁명'을 이유로 민청학련 사건을 벌였다. '민주평화론'의 민주국가와 마찬가지로 군부정권 역시 정치적 불안을 제어하기 위해 대외정책을 쓴다.



최근 논의에는 정치체제와 함께 지배자의 속성이 들어갔다. 전통적인 논의에 따르면 국내의 정치적 안정과 대외정책의 성격 사이를 매개하는 기제가 모호한 채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리더운명' 가설에 따라, 독재자의 운명은 그의 대외정책에 중대한 영향을 준다는 문헌이 등장했다. 김정은이 북한 내부체제 안정화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잠재적 반대세력은 현실화한다고 꼬집는다. 미국의 대북제재를 통한 경제난,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난, 하향평준화로 점철된 사회주의 한계 등은 김정은 정권의 해답 없는 고차방정식이다. 문제는 김정은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섣불리 전쟁을 감행할 경우, 높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가설은 설명한다. 실각비용이다. 많은 독재자들은 전쟁에서 패배할 경우(권력상실) 내전, 대중봉기, 쿠데타를 겪었다. 북한이 대남적화 '오물풍선' 풍선에 집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남 북한 독재자들은 책임회피나 국면전환 메커니즘에 의존해 왔다. 전문가들은 자국의 정치시스템과 리더의 속성을 함께 파악하며 대북외교를 입체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의 대북외교정책은 어떠한가. 민주화 이후 남한 역시 두 개의 대한민국으로 갈라졌다. 진보와 보수, 한 지붕 두 가족생활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일본을 주적으로 생각하는 좌파와 북한을 주적으로 간주하는 우파. 대한민국 건국연도는 1919년인가 1948년인가. 건국의 아버지는 김구인가 이승만인가. 어느 정권에서 집권하는지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북정책도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다만, 중요한 사실은 한미일 삼각공조를 기반으로 한 외교안보 실익과 북중러를 맞닿아 있는 지정학, 지경학적 두 마리 토끼를 챙겨야 한다는 점이다. 트럼프, 시진핑, 푸틴,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빅마우스 '리더 리스크'를 대비하고, 정의와 함께 자국 이익에 근거한 현실외교에 따라 우리의 실익을 놓치지 않는 대북외교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안녕하세요. 서강대학교 공공 커뮤니케이션&공공외교 석사 첫 학기를 시작했습니다. <정치와 공공외교> 왕선택 교수님(전 YTN 외교안보 전문기자) 수업 과제인데요, 앞으로 수업 리포트를 정리해서 브런치에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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