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정책 선호가 외교안보정책으로 완성되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 국가의 외교정책은 대통령 중심이 아닌 국내 정치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미다. 로즈노우가 제기한 국내 정치모형은 엘리슨의 정책결정이론으로 점차 진화했다.외교문제에 직면할 때 이에 관여하는 조직에 따라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이 다르다는 이론이다. 정책의 결과가 아닌 정책결정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윤석열 정부의 국정원 파벌싸움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검사시절 국정원의 ‘댓글 사건’을 직접 수사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원이 국내정치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국정원을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인 모사드처럼 키우겠다는 포부가 있었다. 국정원을 해외·대북 정보 업무에 중점을 둔 첩보조직으로 재편해야겠다는 구상이 컸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복마전이 됐다. 공정성이 생명인 정보기관의 인사가 대통령 결재 이후에 뒤집히고, 우리나라 블랙요원의 주요 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가기까지 했다. 국정원발 리스크가 용산까지 불붙었다. 국정원 파벌싸움은 관료정치의 산물이었다. 정통 외교관 출신(김규현)을 국정원장에, 해외정보 분야에 잔뼈가 굵은 정보맨(권춘택)을 1 차장에 함께 앉힌 것이 화근이었다.전직 국정원 간부는 간첩 잡으러 뒷골목에서 막걸리 마시는 국정원 요원과 넥타이 매고 와인 마시는 외교관은 근본 스타일이 다르다며 파벌싸움의 원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비슷한 사례는 역대 정권에서 반복되어 왔다.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중단’ 국면에서도 마찬가지다. 2013년 2월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남북관계는 긴장이 고조되다가 한미군사훈련을 계기로 폭발했다. 이윽고 개성공단 가동중단 사태로 파국을 맞았다. 이후 정부는 다각도로 출구전략을 마련했는데, 이에 대응하는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의 전략은 서로 달랐다. 우선 통일부는 대화를 지향하는 정책선호를 보였다. 통일부의 평화노선은 조직의 예산과 영향력 확대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방부는 매파적 입장을 고수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첫째도 둘째도 응징이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강조했다. 외교부는 당근과 채찍 병행전략을 선호하며, 국제사회의 여론과 다자협의체 등을 동원했다. YS의 쌀시장 개방부터 노태우 정부의 이산가족 정책까지, 우리나라의 외교안보 정책은 1인자 중심이 아닌 관료조직의 파워게임 속에서 타협의 산물이 이뤄진 경우가 종종 있었다. 결론적으로 국가가 이성적 판단에 따라 일관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가설에 불과할 수 있다. 국가 내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 주목해야 외교안보정책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안녕하세요. 서강대학교 공공 커뮤니케이션&공공외교 석사 첫 학기를 시작했습니다. <정치와 공공외교> 왕선택 교수님(전 YTN외교안보 전문기자) 수업과제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