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참혹한 시신, 그 옆에 총상자를 위해 헌혈하려고 끝없이 줄 선 사람들이 보였다. 한강 작가가 30년 넘게 일관되게 다루어온 주제는 인간의 폭력성과 그에 따른 비극입니다. 평범한 주부 영혜가 채식을 선언하며 가족과 충돌하는 '채식주의자'부터 마지막까지 도청을 지키다가 계엄군의 총에 스러진 동호의 이야기 '소년이 온다'까지 작가는 갈등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았다는 한강 작가는 광주에서 학살된 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첩은 인간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하게 된 계기였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설을 쓰는 동안 거의 매일 울었다는 작가는 세줄을 쓰고 한 시간을 울었다고도 알려졌습니다. 만약 그녀가 역사적 트라우마를 잊고 소시민으로 살아왔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오늘의 노벨문학상은, 아니 오늘의 한강 작가는 없었을 겁니다. 1993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서 서울의 겨울 시로 등단한 작가는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2005년 몽고반점으로 이상문학상을,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국제수상자로 영예를 안았습니다. 지난해에는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메디치외국문학상에 이어 올해 노벨문학상까지 전 세계 곳곳에 대한민국 문학 르네상스를 이끌었습니다. 아시아 여성 가운데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선보였다는 노벨위원회 평가처럼 그녀는 중력을 거스르는 신념으로 한 발짝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인간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으로도, 게임이론의 대가 존 내쉬의 '뷰티풀 마인드'로도 뻗어나가는 존재입니다. 선과 악이 뒤엉켜있고 참혹한 폭력과 이타심이 모두 있습니다. 한강 작가는 인간성에 대한 양립할 수 없는 숙제를 풀었을까요. 사는 대로 생각하는 사람을 넘어 생각하는 대로 사는 삶을 선택한 작가. 누구보다 연약했던 소녀는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고, 그녀의 이름처럼 한강(Han River)의 기적을 이뤘습니다. 동시에 BTS와 오징어 게임을 잇는 K-문학으로 한류의 공공외교 콘텐츠를 풍성하게 장식했습니다.
#2 경제학은 위기를 극복하며, 학문적으로 진화했습니다. 1929년 세계경제 대공황이 있기까지, 애덤스미스의 '국부론'이 주류 경제학이었습니다. 이기적인 개개인의 영리 활동이 사회 전체의 공익을 증진시킨다는 이론입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모든 시장 참가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자원이 효율적으로 거래되는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따라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세계경제 대공황이 오자 '국부론'은 위기를 맞았습니다. 대량 실업, 빈곤, 사회불안이 사회를 잠식했습니다. 대불황은 20세기 역사상 가장 심각한 경제침체였습니다. 미국 노동자의 1/4이 실업자가 되었고, 백화점에서 상품들이 썩어 나갔습니다.
이때 혜성처럼 케인즈가 나타났습니다. 불황의 경제학자였죠. 케인즈는 민간 부문의 수요뿐만 아니라 기업의 투자와 정부 지출을 포함한 '유효수요'의 중요성을 설파했습니다. 그의 저서 '고용, 이자, 화폐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잘 나와있습니다. 시장에 현금이 흘러넘치는 상황에도 기업의 생산, 투자와 가계의 소비가 나아지지 않는 '유동성 함정'도 관련 내용으로 설명했습니다. 기업가들은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투자하지 않고, 야성적 충동으로 투자를 강행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제주체들은 합리성보다 자신들의 직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겁니다. 때문에 경제불황 시기에 '보이지 않는 손'으로 불황을 극복할 수 없고, 정부가 기존의 자유방임적인 태도를 버리고 보다 적극적인 지출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1930년대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하지만, 1970년대 '오일쇼크'가 오면서 케인즈 경제학도 위기를 맞았습니다. 경제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왔습니다. 당시 밀턴 프리드먼은 '자본주의와 자유'라는 책에서 신자유주의를 주창했습니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과 경쟁이 어떻게 사회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 설명했습니다. 프리드먼은 197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으며 시카고학파의 상징이 됐습니다. 작은 정부와 탈규제, 세계화를 특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이론은 미국의 레이거노믹스와 영국의 대처리즘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경제학은 위기를 극복하면서 시장과 정부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 내리고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그리고 이를 공고하게 하는 경제주체들의 신뢰 시스템을 설계하면서 발전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서강대학교 공공 커뮤니케이션&공공외교 석사 첫 학기를 시작했습니다. <전략적 쟁점과 갈등> 김서연 교수님 수업과제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