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OSONO Jan 18. 2024

엄마! 점심 같이 먹어요

아들은 시험중

 큰 애의 IGCSE Mock시험기간이다. 영국계 학교를 다니고 있어 11학년 말에는 IGCSE 시험을 치뤄야하는데 Mock는 그 시험을 대비한 모의고사 정도라고 하면 되겠다. 보통 하루에 다 치루는 한국의 시험과 달리, 이 곳에서의 시험은 짧게는 일주일 , 이런 Mock는 2주, IGCSE는 본인이 선택한 과목에 따라 2주가 훌쩍 넘는 경우도 있다. 선택한 과목에 따라 다르지만 과목당 보통 두 세번의 시험을 봐야 하므로 큰 애의 경우 30회의 시험을 2주 동안 치뤄야 한다.


 지난 주 화요일부터 시작했는데 어느새 8부 능선을 넘어섰다. 어제와, 오늘은 시험이 없어 동생들만 등교하고 큰 애는 집에 있다.

한 녀석이 학교를 안가니 도시락 싸는 것도 수월하고 뭔가 여유로운 아침이다. 두 녀석을 등교시키고 오니 남편고 출근하려 하고 있다.

좋겠네~  아들하고 둘이 있어서…”

남편은 내 마음을 잘 들여다 본다.

배시시.

그러게.  것도 아닌데 기분이 좋네


 어차피  방에서 나오지 않고 내내 시험공부하겠지만, 괜히 기분이 좋은  사실이다.




아들이 아침에 밥먹고 제 방 들어가면서 한 마디 한다.

엄마 점심은 같이 먹어요”

본인만 점심 차려주고 나는 안먹을까봐 하는 소리다. 동생들 없으니 큰 애 먹고 싶은 걸로 해 주고 싶어 슈퍼에서 소고기 안심 한 덩이 사와 마리네이드 해 놓는다. 파스타고 좋아하니 생면으로 볼로녜제 파스타도 만들고, 모짜렐라-토마토 샐러드도 준비한다.

정성껏 소고기도 구워 한 상 차려 놓고 아들을 부른다.

밥 먹자~~”

으음 엄마 맛있어요..”

아들이 먹으면서 맛있다고 하니 더 즐겁다.

아들 덕분에 혼자였으면 대충 때우는 점심을 정성스럽게 만들어 먹으니 좋다.

포크질 몇 번 하더니 아들이 술술술 요즘 보는 시험 얘기를 한다.

엄마, 시험이 생각보다 너무 어려워서 힘들어요. 휴… 영어도 너무 어려웠고, 히스토리는 5분 남겨두고 페이퍼 다 썼는데 심장이 터져버리는줄 알았어요. 등에서 땀나고 손가락이 덜덜덜 떨려서 글씨도 엉망이 되고요.. “


안경너머 보이는 아이의 눈에 수심이 가득하다. 입은 연신 음식 씹느라 우물거리는데 표정은 슬프고 ..그 모습이 정말 우스꽝스러워 그러면 안되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실실 새어나온다.

뭐 어때. 얼마나 다행이야. 진짜 시험이 아니고 모의고사니까. 이제 부족한 부분을 잘 준비하면 되지. 끝난 건 잊어버려.”


엄마 시험이 무서워요. 하…”


나와 단둘이 있을때면 큰 아이는 이렇게 슬며시ㅜ본인 속내를 꺼내곤 한다. 그럴때면, 나에게 털어놓는게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짠하기도 하다. 모든 고등학생들이 다 겪는, 어쩌면 학생이 겪는 당연한 과정이고, 나 역시 겪었던 일인데 내 자식이 시험이 무섭다고 하니 마음에 돌덩이가 내려앉는 기분이다.


 큰 아이는 공부에 그닥 흥미가 없었다. year3에 한국에서 건너와 영어 수준도 같은 year그룹보다 한참 떨어져 year5까지 EAL이라고 영어추가수업을 들었다. 수학 하나 조금 잘 하는 정도였지만, 다른 한국 아이들에 비하면 자랑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렇게 secondary 학년이 되어서도 그냥자냥 학교 숙제정도만 했다. 그러던 애가 무슨 계기가 있었는지 10학년이 되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성적도 꾸준하게 오르니 자연스럽게 더 열심히 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기특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그렇지만 오늘 시험이 무섭다고 말하는 아이를 보니 답답해진다.


아이는 이 시험 하나하나가 큰 일이겠지만, 나는 안다. 이런 시험 망친다고 인생이 잘못 흘러가는 건 아니라는걸.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되새겨 본다. 아이의 실패와 좌절에 안절부절하지 말자고.

나도 담대한 마음으로 지켜보기만 하자고.



매거진의 이전글 막내의 화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