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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OSONO Sep 26. 2023

막내의 화법

아이에게 또 하나 배운다.

 일요일 아침, 큰 애들은 더 자게 내버려두고 주말에도 평일과 다름없이 일어나는 우리 셋만 먼저 아침을 먹으려 식탁을 차린다.

보통 아침은 브리오슈에 과일이나 계란만 곁들여 먹는데 브리오슈 대신 호밀빵이 올라오기도 하고 팬케이크를 구워 낼 때도 있는데 거의 빵을 먹는다.

 남편과 나는 커피를 마시고 막둥이는 아기일때부터 우유를 마시지 않는 대신 사과주스를 매일같이 마신다.


오늘은 특별히 초코브리오슈에 계란후라이 그리고 과일은 사과를 곁들여 내 주었다.

한참 맛있게 먹고 사과만 남겨둔 막둥이가 나에게  말이 있는지  하고 쳐다본다. 요녀석은 뭔가 말을 시작하기 전에  나를 스윽하고 보면서 나지막하고 느린 템포로 “엄마~~” 한다. 그러면 나는 자동으로  녀석에게 집중하게 되는데   이것도 재주라면  유용한 재주인  싶다.


“ 엄마는 싫어하는 과일 있어요?”

“ 음… 아니, 엄마는 과일은 대부분 다 잘 먹는 것 같아. 흠… 근데 왜?”

“ 엄마. 저도 그렇긴한데…

음… 사과 주스를 마시고 나서 사과를 먹는건 좀 이상하더라구요. 대신 다른 과일은 다 괜찮고요.”

푸하하


이 녀석 접시위에 준 사과가 먹기 싫다는 말을 내가 기분 상하지 않게 돌려서 얘기를 하는 거다.

사과 먹기 싫어요. 라고 말하는 대신, 아침 차려준 엄마에게 조심스럽게 돌려 본인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당연히 나는 먹지않아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 날 오후, 나는 막내에게 물었다.

“ 왜 사과 안먹겠다고 바로 말하지않고, 엄마가 어떤 과일 싫어하냐고 물어본거야?”

엄마, 그건 너무 mean 한 말이잖아요. mean하게 말하는건 안 좋은 것 같아요. 그건 기분 나쁠 수 있잖아요..”


 가끔 9살 막내 머릿 속에 90살 노인이 들어앉은게 아닌가 싶다. 내가 이 녀석에게 배우는게 많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것.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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