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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OSONO Feb 09. 2024

세그라떼 사람들

Via Olgia 18빌라의 주인 할아버지 SERGIO

 주인 할아버지는 팔순이 넘었다. 아마 여든 다섯은 족히 되었을 것이다. 코로나 전 그러니까 4,5년 전만해도 테니스를 일주일에 두어번 칠 정도로 활기가 넘치시던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그 때의 활기는 보기 힘들 정도로 부쩍 노화한 모습이다. 주인 할아버지를 통해 나는 한 인간이 서서히 노쇠해 가는 모습을 지척에서 볼 수 있었다. 해외생활을 오래한 탓에 내 부모를 지척에서 뵐 수 없었으니 그 과정을 알 턱이 있겠나. 대신 코로나가 터지면서 지나온 4~5년의 시간 동안 주인 할아버지를 통해서 노인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 본 셈이다.

 


 

 주인 할아버지 이름은 Sergio Mell**이다. 이탈리아 사람이 내 글을 읽을 일은 없지만 그래도 사생활 보호라는 것이 있으니 이정도만 밝히겠다. 이 집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가 벌써 8년 전이니 그 때의 할아버지는 70 중반의 연세였다. 할아버지의 첫 인상은 굉장히 활력이 넘치고 세련된 사람이네.였다. 그 연세답지 않게 얼추 의사소통이 충분할만큼 영어도 잘 구사하시고 매너가 몸에 배어있었다.

 Via olgia 18 주소지는 우리가 사는 독채와  아들 Thomas  사는 2건물 하나,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3건물 이렇게  빌라가 ㄷ자 형태로 구성되었다.   집을 관리하려니 할아버지는 당연히 부지런할  밖에 없으리라. 아침이면   건물 가운데 있는 정원 안팎을 정돈하고 치우느라 바쁘셨다. 물론 본인이 하는  아니고 아래층에 살고 있는 AMED 라는 모로코인 관리인을 시키는 것이다.   뿐아니라, 사르데냐 섬에 별장도 있어 이래저래 돈도 많고 바쁜 노인네다. ! 주인 할아버지에 대해 빠진 것이 있다. Sergio 할아버지는 아내와 이혼했는데  아내는 할아버지와 같은 건물 아래 층에서 살았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20살은 족히 어려보이는 여자친구가 있다는 .  사실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던 때의 당혹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여튼  얘기는 모두 5  일이다. 지금의 Sergio 할아버지는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그냥 80 꼬부랑 노인이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아래 층에서 살던 전처는 심장문제로 갑자기 죽었고, 여자친구는 헤어졌는지  이상 이곳을 드나들지 않는  하다. 이렇게  놓고 보니 Sergio 할아버지에게 연민의 정이 생길 법한데,  !!나는 절대로  할아버지에게 연민이 없다.

 우리 가족은  집에서 자그마치 7년을 채우고 이제 8년차에 접어든다. ...  이사를   있을 듯싶다.  하루라도 빨리  집을 떠나고 싶지만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좋든 싫든 2  달을  집에서  보내야 한다. 처음 보여졌던 할아버지의 세련된 매너는 고약한 노인의 의뭉스러움으로 변한지 오래다. 지난 8 동안 폭우로 2 지붕이 새서 물난리가  적도 있다.  구조가 창문이  쪽으로만  있어 습기가 쉽게 차서 안방 화장실이며 거실 벽이 곰팡이로 가득하다. 계속 락스로 지우지만 찜찜하다. 게다가 주방 배수 구조가   되어 있어 배수가  되지 않고 자주 막힌다. 이런 온갖 일들이 난무한 집을 세를  건데, 살면서 나타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배상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이사를 고지하고 나니 할아버지는 2 내로 반드시 나간다는 약정서를 작성하라고 들들들 볶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세입자를 강제로 퇴거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이 계속 쌓이니 8 가까이   집에서 빨리 나가고 싶기만  ,  집에 대한 애정이 전혀 남지 않는다고나 할까. 이미 집이 계약되었다고 하늘이  쪽나도 2 내로 나가라고 하면서  부동산에서는  집을 보러 사람을 데리고 온다고 는 걸까. 할아버지의 속이 뻔히 보이는 거짓말에 넌더리가 난다. 그렇다면  할아버지는 어차피 곧 이사나갈 우리에게 이렇게 난리일까?

그것은 바로 3개월치 deposit 비용을 돌려주고 싶지 않아서이다. 통상 이탈리아에서는 집을 빌리면 3개월 치 월세를 보증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이 보증금은 집을 퇴거하는 시점에 돌려받을 수 있는데, 거주 기간 동안 집을 망가뜨리거나 입주할 떄와 다른 상태일 경우 보증금의 일부를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있기 때문이다. 우리 집의 보증금은 자그마치 7,500유로이다. 당연히 돌려받을 돈이라 생각하고 이사 비용으로 충당하려던 참이었는데 할아버지의 태도를 보아하니 온전히 돌려받는게 쉽지 않을 듯 하다.




    속은 알아도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맞다. 세상 세련되고 멋진 주인 할아버지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끝을 맺게 되다니 껄끄러운 마음이다. 외국에서 사는 이방인으로 한국 사람의 이미지를 대표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는데 이런 결과를 맞이하니 씁쓸하다. 이방인이라서 이렇게 하는건가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진 자가  지키고 싶어하는  전세계 불변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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