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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OSONO Feb 21. 2024

동력상실

나는 무얼 찾아 헤매이는거야?

 쓰는 행위가,

하루 세번 양치질을 그냥 하는 것처럼

그렇게 그냥 할 수 있는 일이면 좋겠다.

오늘은  자라도  끄적거리겠다라고 마음을 먹고 하는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아침에  뜨자마자 타이핑을 한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원고작업에 들어서면 외부와 전혀 접촉을 하지 않는다는 대부분의 작가처럼, 글쓰기를 최우선으로 두어야겠지. 그리고 뭔가  쓰는 일이 어렵거나 번거롭게 느껴지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글 쓰는 행위는 나에게는 여전히 대단히 번거로우면서도 시간과 집중이 요구되는 행위이다. 아마 이것은 내가 쓴 글이 후져 보일까봐 시시해보일까봐 걱정되기 때문일 것이다.


작년 여름부터 가을에 이르기까지 한창 글쓰기에 맛들였던 , 하루에  편씩 무슨 도장깨기라도 하듯 일기처럼 매일같이 글을 썼다.  때의 나는 무엇이라도 열심히 하지않으면 견딜  없었다. 브런치라는 공간이  감정의 파고를 쏟아내는 빨대 같은 역할을 했달까. 거기에 어쩌면 공모전에 당선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이 꾸역꾸역 글을 쓰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작년 한 해동안 이태리어 배우는 일도 동시에 열심히도 했다. 이민인듯 아닌듯, 그렇지만 자발적 타향살이이니 언어를 배워야 함을 인정했다. 글쓰기와 더불어 이태리어 배우는 일도 꽤나 열심히 했다. 그래서 10년짜리 체류증을 받았다. 딱 여기까지. 예상외로 갑자기 너무 어려워진 C1코스에 좌절감까지 느껴져 결국 지금은 이것도 흐지부지한 상태이다. 동력을 상실하니 열정도 사라졌다.


나는 이런 부류였다.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기 위해서는 실체의 동력이 있어야 가능했다. 글쓰기는 브런치 공모전 당선 실패로 중단되었고, 이태리어는 장기 체류증 취득으로 끝나버린 것이다.

결국 글쓰기 자체가 좋아서,

이태리어 배우는 일 자체가 좋아서가 아니었기에

중도에 그만두게 된 것이다.




이런 내가 한심하다.

그리고 초조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마흔 중반인데도 아직도 이렇게 헤매이고 있다니.

생각이 너무 많아서이다.

이거 재고 저거 재고, 그러다보니 이거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20대때 했어야 했던 고민을 설렁설렁 넘겨버렸더니 지금 이 사단이다.

아이 셋 낳고도 내가 어떤 길을 가려하는지 안개 속을 헤매이고 있다는 건 진짜 큰 문제 아니겠는가.

정답없는  인생이지만, 그래도 어떤 이유가 있어서가 아닌 그냥  자체가 좋아서 하는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는  아닌가 싶다. 아니면 금세 없어지는 동력말고 뭔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동력원이 있어야 하겠다.

새삼 GOD의 “길” 이러는 노래가 떠오르네.

이 길이 그 길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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