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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Sep 02. 2024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사람들

임희정 에세이 『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간다』(수오서재, 2019)를 읽고

임희정 작가는 광주 MBC, 제주 MBC 아나운서로 근무했고, 지금은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강의, 행사 등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에서 '임희정 아나운서의 나를 붙잡은 말들'을 연재하고 있으며 <브런치>에 글을 쓴다. - 작가소개에서



우리는 반드시 누군가의 자식이었다가, 누군가의 부모가 되기도 한다. 나를 키워 준 부모를 부끄러워하는 시기를 거쳐 부모가 되어 보면 더 깊이 알게 된다. 부모의 아픈 마음을...     



평생 건설 현장 노동자로 살아온 아버지를 걱정하고 아파하는 자랑스러운 아나운서 임희정의 가슴 따뜻하고 애잔한 이야기다. 자신의 결핍들이 부모의 사랑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가난한 부모는 사랑스러운 딸에게 무언가를 더 해주지 못해서 늘 미안해한다. 딸은 그런 부모를 원망했다고, 부끄러웠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고, 부모가 되면서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온 부모를 이해하게 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가난한 부모를 부끄러워하기보다, 그들의 진실한 삶의 자세를 배워 나가는 딸이다. 엄마가 돈을 아끼지 않고 마음껏 쓸 수 있도록 돈을 드리고 싶다는 말에 울컥해졌다. 나도 그런 마음을 가졌던 적이 많았다. 물론, 지금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다.   




   

“나의 생각도 부모의 삶도 다 잘 써 내려가고 싶다. ‘계속’ 쓰는 사람이고 싶다.”(p147)  



임희정 작가는 작가소개에서처럼 신문이나 브런치에도 감동적인 글을 쓰고 있는 인기작가다.  벌써, 두 번째 에세이집도 출간했다. 글쓰기 강의를 좋아하고, 수강생들의 글을 톺아보고 최선을 다해 피드백을 해주는 따뜻한 선생님이라는 것을 풍문으로 들었다. 계속 쓰는 사람이기를 강조하는 선생님이라는 것도. 


  

가난한 부모를 부끄러워했던 마음도 원망하는 마음도, 철없이 투정했던 어린 날의 이야기도 모두 공감이 갔다. 가난 속에서도 부모의 자식 사랑은 따뜻했고, 부모를 안타깝게 여기고 살뜰히 챙겨 드리려고 노력하는 딸의 모습이 진실되게 그려졌다.   


   

아빠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예쁜 딸이고, 엄마를 도울 줄 아는 착한 딸이다. 부모의 자랑이 되고자, 더 열심히 공부했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감동적이었다.  




    

작가는 부모의 삶을 글로 쓰면서 더 깊이 인식했고, 자신이 받은 사랑을 깨달았으며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방식과 부모의 삶을 통해 배우고 자랐을 자신과 부모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오롯한 마음이 적혔다.  부모를 생각하는 임희정 작가의 깊은 마음은 또 이렇게 드러난다. 다음을 보자.



"내가 이 미련을 없애지 않는다면 평생 서럽겠구나. 내 꿈을 이루지 못한다면 내가 아닌 부모를 원망하겠구나. 엄마와 아빠를 생각하면 눈물부터 나는 이 감정을 극복할 수 없겠구나. 무엇보다 내가 행복하지 않겠구나. 애써 비범해지려 사서 고생했다. 청춘이었으니까."(p223)



이 부분을 읽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다. 내가 너무도 크게 공감이 갔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젊은 날,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하는 문장이었다. 세상 탓 부모 탓만 하며, 그런 말을 꺼내지도 못하면서 마치, 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내 삶은 팽개쳐 두고, 형제들 뒷바라지만 하며 살았다. 어깨를 늘어뜨리고, 땅만 보며 살았던 청춘의 시간들이 너무도 부끄러워 이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부모를 위해, 자신을 위해 꿈을 이루고자 애쓴 임희정 작가의 마음과 노력에 큰 박수를 보냈다. 


  

아무리 가난한 상황에서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사람들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자신이 부끄럽게 생각하고 감추려고 했던 부분들을 과감하게 드러내고, 인정하는 자세가 임희정 작가를 더 빛나게 한다. 사랑받고 자란 사람의 당당함, 단단한 자신감이 느껴져서 부러웠다.



책 속에서도 작가의 내공이 돋보인다. 문장 곳곳에 수많은 깨달음이 적힌 글들이 많다. 삶을 관조한 사람의 글이라고 해야 할까? 서른 중반의 사람의 글이라 믿기기 어려운 사유들이 적혔다. 일찍 철이 든 아이가, 일찍 삶에 대해 깨달은 삼십 대가 된 것 같아서 애잔한 마음까지 든다. 삶의 애환을 글쓰기로 풀어가고자 한 마음도 크게 공감이 갔다.



꿈을 향해 노력하고 도전해서 꿈을 이룬 사람의 이야기는 독자를 꿈꾸게 하고 도전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의 발걸음에 앞으로도 빛나는 일들이 더욱 가득하기를 빌어 본다. 임희정 작가의 두 번째 책『질문이 될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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