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한 편 (14).
매일 시 한 편씩 올리다 보면, 금방 한 권의 책을 읽게 되겠지요?
첫 번째 책은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창비-2024)입니다.
울창하고 아름다운
리산
모퉁이를 돌면 말해다오 은밀하게 남아 있는 부분이 있
다고
가령 저 먼 곳에서 하얗게 감자꽃 피우는 바람이 왔을 때
바람이 데려온 구름의 생애가 너무 무거워 빗방울 후드득후
드득 이마에 떨어질 때 비밀처럼 간직하고픈 생이 있다고
처마 끝에 서면 겨울이 몰고 온 북국의 생애가 풍경처럼
흔들리고 푸르게 번지는 풍경 소리 찬 바람과 통증의 절기
를 지나면 따뜻한 국물 펄펄 끓어오르는 저녁이 있어 저녁
의 이마를 짚으며 가늠해보는 무정한 생의 비밀들
석탄 몇조각 당근 하나 노란 스카프 밀짚모자 아직 다 말
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은밀하게 남아 있는 부분이 있어
다 알려지지 않은 무엇이 여기 있다고
* 마음을 붙잡은 문장
모퉁이를 돌면 말해다오 은밀하게 남아 있는 부분이 있다고
(어떤 드라마에서 이런 글귀를 들은 적이 있다. “실력은 비탈처럼 오르는 게 아니라 계단처럼 오른다. 폴짝, 폴짝. 사람들은 저 모퉁이만 돌면 성공이 있는데, 그것을 모르고 코앞에서 포기한다.”아마도 이런 말이었을 것이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 다는 것, 오늘도 힘을 내야 할 이유가 아닐까. 울창하고 아름다운 날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