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세상 읽기 4

by 민휴

[도전은 아름답다]


농막 설치 기준이 24.8.1. 에 합법화되었다. 같은 해 12월부터 시행되었다. '농촌체류형 쉼터'가 그것이다. 농촌 인구유입과 "농업인의 편의 증진을 위해 농막의 불필요한 규제 개선"의 이유로 반가운 소식이었다. 11평 규모까지 가능하며,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를 신고하면 된다.



남편은 쉼터를 직접 꾸미겠노라 선언한 후, 이것저것 장비들을 준비하며 몇 년이 흘렀다. 농원일에 치여서 쉼터 만드는 작업이 계속 미뤄졌다. 쉼터용 농막을 이미 제작된 컨테이너를 구입하자는 의견을 일축하고 한사코 직접 만들겠다고 했다.



쉼터 만드는 일이 뒤로 미뤄질수록 불편함보다 내 잔소리가 더 귀찮았을 그였다. 본격적으로 바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을 대비해 이번 겨울에는 반드시 쉼터를 완성해야 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 된 것이다.



고교 진학을 위해 대도시에서 자취를 한 것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여러 집들을 이사와 이사를 거듭하며 현재까지 오게 되었다. 이제, 농원에서도 숙식이 가능한 농촌체류형 쉼터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큰 행운으로 생각하고 힘겨운 도전을 시작한다.



목공 건축학교 4개월 코스를 졸업한 그가 드디어 작업을 시작했다. 모든 일은 장비발이라고 하지만, 차근차근 궁리에 궁리를 모으는 손길에서 제법 전문가 티가 난다. 도전! 쉼터 만들기!!!



[콩 고르기]


콩대를 털었던 콩을 선풍기로 티끌을 없애는 작업을 이제야 했다. 한꺼번에 일하기 힘들어서 오늘까지 모든 공정을 마칠 만큼만 티끌을 없앴다. 집으로 가져와 체에다 2차 분리를 마쳤다. 자그마한 찻상을 기울여 펼쳐 놓고 마지막 3차 분리 중이다. 고개를 숙이고 한 알 한 알 8시간에 걸쳐 골라낸 후에야 그럴듯한 콩무리가 되었다.



콩깍지에 오래 있었던 콩알이 하얗게 터져 있어서 골라내야 한다. 작은 알맹이와 모양이 이상한 것, 상처가 있는 것 등도 골라내야 한다. 좋은 것들만 골라서 로컬에 내고, 못난이들은 우리가 먹게 생겼다. 큰애의 택배상자에도 콩자반과 함께 적잖은 콩을 담아서 보냈다. 한 줌씩 물에 불렸다가 밥 할 때 넣어 먹으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우리 가족들의 밥을 지을 때도 넣어서 먹고, 콩자반이 될 귀한 콩 들이다. 일주일 동안 콩 고르기 작업을 할 계획이었는데, 눈이 내리는 날이 많아서 농원에 가기 힘들었다. 이 달이 가기 전에 마무리해야 할 일이다. 밥상에 오르기까지 이토록 많은 수고로움이 있다는 것, 농부가 되면서 체험으로 배우고 있다.




[싹을 잘라야 할 것]


블루베리 화분의 밑동 쪽 가지치기를 하면서 잡초까지 제거했다. 작년까지는 일이 하도 바쁘다 보니, 크고 굵은 풀들만 제거했었다. 명아주, 공중대가 그 대표 선수들이었다. 조금만 여유를 주면 목질화가 되어서 나무처럼 굵고 단단해져서 우리를 놀라게 하고 했다. 가느다랗고 여려 보여서 그냥 두었던 풀이 있었다.



복숭아나무를 돌보다가 블루베리 하우스에 왔더니, 그 여린 풀들이 금세 자라서 훌쩍 자라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여리던 풀들이 나뭇가지들을 타고 올라 나무를 감싸고돌며 자라는가 하면 아예, 나뭇가지를 꺾어 내리기까지 했다.



올해는, 여려 보이는 작은 풀들도 철저히 뽑아냈다. 덕분에 블루베리 나무들이 겪는 고초가 훨씬 적었다. 삶도 그렇다. 해가 될 줄 알면서도 그냥 미뤄두고 본다면 나중에 큰 화를 당하게 된다. 두리뭉실하게 흘러가고 있는 일들도 명확하게 마무리가 되어야 다음 단계가 또 진행이 된다.



12월 말까지 화분의 풀 뽑기와 밑동 가지치기를 마쳤다. 물 주기도 1월은 휴식기라서 중간에 한 번만 주면 되어서 온도관리만 신경 쓰고 있다. 어제까지 눈이 많이 내렸다. 오늘은 비닐하우스 위에 눈이 쌓여 있는지를 확인하러 다녀와야 한다. 혹시, 화분에 잔풀들이 또 살아나고 있는지도 잘 살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