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세상 읽기 3

by 민휴

[껍데기는 가라]


콩타작을 마치고, 콩대를 거둬 냈는데도 콩깍지와 알맹이가 뒤엉켜 있다.

빈 콩깍지를 고르고, 고르고, 또 골라내고 있다. 진짜 콩알이 얼마나 수확이 되었는지 정확하게 가늠이 되지 않아서 사뭇 궁금해진다.


엄마는 선풍기로 빈 깍지를 날리면 좋다고 알려 주셨다. 선풍기의 오른쪽에 앉아서 쓰레받기로 조금씩 들어서 바람에 날리기를 두 번 정도 하면 깨끗하게 분리가 된다고 하셨다. 하우스 바깥까지 전선을 연결해서 선풍기를 펼쳐야 할 것 같다.


옛날에 수건을 머리에 쓰고, 키질을 하던 엄마의 모습이 생각난다. 몇 차례의 키질로 깨끗한 콩만 남는 것이 참 신기했었다. 어찌, 콩뿐이겠는가. 깨도 쌀도 엄마의 손을 거치면 모두 깨끗해졌다.


콩깍지를 골라내다가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의 마지막 연이 생각났다. 껍데기에 파묻혀 진짜가 잘 보이지 않는 혼돈의 상황이므로~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기로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내 사랑 무등산~]


빛고을 광주의 랜드마크인 무등산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광주광역시를 너른 품으로 안고 있는 무등산은 광주의 모든 것을 보았다. 금남로, 전남도청, 거리에 모인 사람들의 함성을 모두 들어온 산이다. 평등과 평화의 상징인 무등산에 흰 눈이 쌓였다.


주말마다 구도청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앉는다. 행사가 다 끝날 때까지 끝까지 앉아서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연중 가장 춥다는 1월이다. 이 겨울이 춥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농원 일이 좀 한가해지면, 무등산을 오르겠다고, 늘 마음을 먹고 있었지만, 농부라는 처지는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농원을 둘러보고 귀가하는 길, 무등산이 내 품으로 달려든다. 무등산은 이미 내 마음에 있었다.


사랑하는 무등산~ 사랑하는 빛고을 광주~~ 나도 달려갑니다~♡




[너무 깊이 파지 않아도]


농원에 배수 문제로 땅을 파고 관을 묻을 일이 있었다. 남편은 포클레인을 임대했다. 배수관을 묻어야 할 곳을 파고 또 팠다. 거리도 짧고, 묻을 관의 두께도 보여서, 그렇게까지 긴 시간을 들여서 오래오래 할 일이 아닌데, 다른 시급한 일들을 미뤄두고 이틀이나 매진했다.


포클레인을 운전하지도 못하고, 삽으로 땅을 파지는 못하지만, 딱 봐도 얼마만큼 파면될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조금만 파도 된다고 해도, 깊고 넓게 파야 작업하기가 수월하다고 열심히 땅을 파고 있다.


전문가가 오셔서 첫마디가 "너무 많이 팠네!"였다. 어떤 일을 해결할 때는 적절한 시기가 있다. 너무 오랫동안 심사숙고를 하다 보면, 시기를 놓쳐서 문제를 더 악화시킨 결과가 된다.


나름 철저하고 성실한 남편이 객관적인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면 금상첨화겠다. 가끔,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하게 해서,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사서 해서~~~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