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정현 동시집 『뛰어오는 비』 (청개구리, 2022)를 읽고
2012년 《아동문예》 문학상에 동시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2016년에 동시집 『고양이가 훔친 하늘』을 펴냈다. 2021년에 《월간문학》 신인 작품상에 ‘시’가 당선되었던, 성정현 작가의 두 번째 동시집이다.
시인의 말에서(4P)
“어린 친구들에게 상상하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 “나무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는 새들처럼 시의 그늘에 앉아서 시를 감상하는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라고 발간 이유를 밝히고 있다.
『뛰어오는 비』는 구체적으로 쓰면서도 다 설명하지는 않고, 상상의 틈을 만들어 주는 정말 좋은 동시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을 한마디도 말하지 않고, 연상하는 말로만 내용을 써도 충분히 이해되는 동시다. 이런 탁월한 동시 작법은 수준 높은 작가의 능력이라 부럽고 새로운 시도에서 배울 점이 크다는 생각에 더욱 감동을 준다.
와! 이런 표현!, 와! 이런 멋진 생각을!, 와! 진짜!, 아! 동시는 이렇게 쓰는구나! (감탄 연발 중...)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계시기 때문인지 어린이들의 시선에서 써진 동시들은 정말 어린이들의 마음에 가닿아 즐거운 놀이와 상상을 곁들인 선물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긋고, 접어 두는 습관이 있는데 이 동시집은 여러 곳이 접혀서 미안할 정도다.
‘로봇청소기는 지구별 탐사로봇이 되고, 운전하는 엄마는 한 줄로 책을 읽는다. 파도는 강아지가 되고, 교실 밖에서 아이들은 집중력이 더 커진다. 해가 울고 싶을 땐 구름이 안아주고, 책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서로 친구가 되어준다. 벌은 금계국 침대에서 꿀잠이 들고, 김은 떼어먹는 책장이 된다. 계단은 벽을 허물어 외롭지 않고, 별명을 피하려면 모른 척해야 한다. 우리는 실뜨기로 별도 잡을 수 있다.’ ― (동시집에서 부분 부분 인용함) 마치, 즐겁고 신나는 동화 같은 세상을 만난다.
책꽂이에 있는 책들은
쉽게 쓰러지지 않아
책 한 권은
혼자 서지 못해
나는 친구에게
친구는 옆 친구에게
서로 기대면
우리도 함께 설 수 있어
등이 닮은 책들처럼.
― 「책등」 전문
아무리 지혜가 가득 찬 책이라도 혼자서는 설 수 없다. 아무리 잘나고 똑똑한 사람도 혼자서 우뚝 서기는 힘들다. 친구들이 서로서로 버팀목이 될 때, 탄탄한 울타리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해 준 따뜻한 동시다.
땡볕 아래
구슬땀 흘리며
바닷가 할머니가 정성 들여 쓴
책
까만 책장
한 장씩 떼어 내
맛있게
먹는 구수한
책.
― 「김」 전문
제목이 ‘김’인데, 내용에는 ‘김’이라는 글자는 없다. 그렇지만, 누구나 김에 대한 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닷가 할머니가 귀하게 쓴 책을 우리들은 구수하게 먹게 된다. 동시집에서 사물이나 현상들을 ‘책’으로 비유한 경우가 종종 있다. 그가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숨겨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가 더욱 좋아진다.
참 맑은 동시집, 참 맑은 마음을 만났다. 책 봉투와 속지에 한 글자 한 글자 정성 가득한 글씨로 써 보내 주신 마음마저 깊은 감동을 주는 선물이었다. 우편함에서 책 봉투를 꺼내는 순간부터 이미 행복했다. 그러니, 그 내용이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맑고 따스함이 가득해서 책을 펼쳐 읽는 내내 미소가 번졌고, 책을 덮은 지금도 여전히 따스한 온기와 여운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