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황현산, 난다, 2018.
첫 번째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를 열심히 공부하며 감탄하며 읽었는데 이번 산문집 『사소한 부탁』은 내용까지 사소하지는 않아서 작가와 책, 문학사조, 표현 등 더 깊이 있는 가르침으로 사색과 성찰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새로운 내용들을 알아가는 기쁨에 더해 글쓰기에도 큰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여기저기 그어진 밑줄로 되새김질하듯 읽어 낸 책이라서 더 소중한 내용들을 배웠다는 느낌이 들었다.
프랑스 문학 번역가인 저자는 보들레르를 비롯한 프랑스 작가나 책들을 인용해 현대의 상황을 설명하고 파헤쳐서 논리를 펼쳐나간다. 어떤 내용도 수긍이 가도록 또박또박 찬찬히 이해시켜 준다. 글의 면면에서 올곧고 단정한 그의 삶의 자세와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글쓰기에 대한 소견을 많이 적었는데 적절한 표현들은 물론, 잘못 표기한 예시를 바로잡아 설명하기도 한다.
첫 번째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와 마찬가지로 이번 책에서도 당면한 사회현상에 대한 글들이 많다. 시대의 어른으로서 우리들이 새겨야 할 자세 등을 알려주고 정확한 정보를 근거로 바른 지식을 소개하는 자상함을 느낄 수 있다. 용산참사와 세월호, 일본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흥분을 우리 민족에 자긍심이 두드러지는 것을 보면 그는 조정래 선생님처럼 민족주의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부까지 글쓰기에 관한 것이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문제들에서 자기 생각과 바른 정보들을 알려주고 우리에게 올바른 판단과 삶의 자세를 제시하고 있다. 4부와 5부에서는 영화와 책을 읽은 소감들을 기록했다. 특히, 5부에서는 시집을 읽은 두 페이지 정도의 짧은 리뷰들이 있는데 적은 분량으로도 책 한 권에 대한 소감을 어떻게 쓰는지를 알려주는 모델로서의 글쓰기 표본이 아닐까 싶어서 큰 공부가 되었다. 요즘 새로운 작가와 시집들이 많아서 생소했는데 천양희, 장석남, 정진규 등 열심히 시집을 읽었던 시들이 나와서 반가웠다.
중요하게 생각되는 내용들이 많아서 책을 인용하여 기록하며 다시 새기고자 한다.
「한글날에 쓴 사소한 부탁」에서 “언어는 사람만큼 섬세하고, 사람이 살아온 역사만큼 복잡하다. 언어를 다루는 일과 도구가 또한 그러해야 할 것이다.”라고 용례 등을 통해 언어 사용이 바르고 적확해야 함을 간곡히 부탁하셨다. 글을 쓸 때 그만큼 더 많이 생각하고 쉽게만 쓰려고 하지 말고 적확한 말을 찾아서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인문학의 어제와 오늘」에서는 “인간의 깊이란 의식적인 말이건 무의식적인 말이건 결국 말의 깊이인데, 한 인간이 가장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그 존재의 가장 내밀한 자리와 연결된 말에서만 그 깊이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하셨다. 말이나 글이나 함부로 가벼이 할 일이 절대 아니며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단어 하나라도 고심하여 선택할 일이다.
「변화 없다면 ‘푸른 양’이 무슨 소용인가」에서는 “그들이 낯선 나그네를 환대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새로운 농담을 배우기 위해서라고 했다. 중략... 다른 땅에서 먼 길을 걸어온 손님은 새로운 농담을 전해주는 사람이고, 그래서 천사와 다름없다. 새로운 농담이 삶의 새로운 변화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그에 대한 기약일 수는 있기 때문이다”라고 적었다. 나그네는 새로운 소식을 가지고 오는 사람일 것이다. 이 글을 통해서 우리가 글을 쓸 때 새로운 것을 찾아 쓰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상력이 낡은 상상력을 뛰어넘지 않으면 농담도 변화도 없는 것이 확실하다”라고도 썼는데 누구나 생각하고 쓸 수 있는 글은 식상하기 때문에 새롭고 신선한 글감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다.
「작은, 더 작은 현실」에서는 모파상이 그의 소설 『피에르와 장』의 서문을 인용한다.
“중요한 것은 표현하고 싶은 것이면 어느 것이건 충분히 오랫동안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 살핌으로써 이제까지 아무도 본 적도 말한 적도 없는 어떤 모습을 거기서 발견해내는 것이다. 어느 것에나 아직 탐구되지 않은 것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는 우리가 응시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 이전에 누군가가 이미 생각했던 바의 추억에 의지해서만 우리의 시선을 사용하는 데에 습관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하찮은 물건도 많게 건 적게건 미지의 것을 담고 있다. 그것을 발견하자”
플로베르가 모파상에게 가르치는 것은 작가가 그 자신의 시각에 질적 변화가 올 때까지 사물을 지켜보는 방법이었다고 한다. 사물을 깊이 있게 관찰해서 다른 사람이 발견하지 못한 것을 발견해 내는 글쓰기의 필요성을 강조한 새겨야 할 글인 것 같다. 어떤 작가든 선배 작가에게 빚을 질 수밖에 없는 상호텍스트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자신만의 독창적인 발상과 글쓰기를 위한 노력을 당부한 내용이다.
이렇듯 글쓰기의 정수를 배우는 듯한 내용들로 가득한 책이다. 내가 읽었던 책과 보았던 영화도 만나지만 처음 대하는 책과 영화는 읽고 싶고, 영화도 보고 싶게 만든다. 내가 만약, 더 일찍 황현산 선생님을 알았고 어디선가 강의하신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달려가서 맨 앞줄에 앉아 두 눈을 반짝이며 숨을 참아가며 귀 기울여 들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