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바 메이어르 에세이 『부서진 우울의 말들』(까치글방, 2022 김정
네덜란드의 작가, 화가, 가수 겸 작곡가, 철학자이다. 영어로 번역된 그의 첫 소설 『버드 코티지』는 네덜란드에서 BNG 문학상과 리브리스 문학상을 받았다. 비소설 작품인 『이토록 놀라운 동물의 언어』도 여러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우울증에 관한 치료의 마음가짐에 관한 책이다. 책과 학설, 영화 등이 동원되어 그의 말에 근거를 제시한다.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주장들을 덧붙여서 내가 읽고 있는 책이 논문처럼 느껴졌다. 180페이지로 얇은 편이지만 밀도 깊은 책이었다.
작가는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자신의 마음과 몸 상태를 들려준다. 우울증에 걸렸던 경험을 토대로 서술해 가는 이야기라서 더욱 공감이 많이 갔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걷기와 달리기가 우울들 치료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운동 후에 두 발을 딛고 선 느낌 이후엔 글쓰기도 더 잘 되었다고 한다.
삶의 순간마다 우울을 만나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내게도 여러 번 그런 순간들이 있었지만 어떻게 그런 순간들을 견뎌왔는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생각들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다른 것들로 도망가곤 한다. 대부분은 책이거나 퍼즐, 비즈일 때도 있었지만, 생각을 늘 밝은 쪽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려고 노력하며 그런 생각들을 떨쳐내곤 했다. 바쁘게 살기로 하고 정신없이 일했다는 것은 작가와 동일한 행동이었다.
나의 고민과 우울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에 빠져 있지 않고 싶었고, 대부분은 해내야 할 일들이 하기 싫을 때, 머리가 아프고 우울해지는 것 같아 그냥 부딪혀서 해내려고 노력한다. 빨리 해치워서 고민거리를 털어내는 것이 정신건강에 더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만성피로를 겪고 있지만 게으름과는 친하지 않다.
여러 권의 책과 작가들의 생각을 만난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운명이라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운명을 헤쳐 나가기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스토아철학에 근거를 둔 말들에도 공감이 갔다. 어려운 상황에 주저앉아 있는 것이 최선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당신의 기분을 알아차리는 누군가, 상황이 나빠질 때 당신의 옆에 와서 있어 주는 누군가, 당신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심지어 당신이 항상 울고 있거나 세상에 뭔가 좋은 일을 하지 못해도 당신을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뜻이다.” (138P)
나를 온전히 믿어주는 대상은 꼭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고 말한다. 반려견이나 고양이도 좋다. 사람에게는 그런 대상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작가는 우울증을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겨내려고 노력하면 이겨내지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또다시 그런 감정이 다시 찾아올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울증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들을 알려 준다.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걷기와 달리기. 일을 통해 몸을 움직이고 바쁘게 살라고 권한다. 또한, 나만 그런 것도 아니고 사람들도 그런 감정을 가지고 살고 있다고 말한다. 주위 사람들과 연대를 통해 감정을 나누며 공동체라는 인식으로 살아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때로는 후퇴가 최고의 전술이 될 수도 있고, 만약 재앙을 피할 수 없다면 끈기 있게 견뎌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속절없이 폭풍에 갇힐 수도 있다. 그러니 굳건히 서 있고, 의연해지자.” (152P)
「세상은 넓다」에서(157P)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이 세계는 우리의 집이다. 글쓰기도 이런 세계성(worldhood)을
확장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것 때문에 밖에 나갈 필요는 없지만,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언은 말 그대로 계속 움직이라는 것이다.”
한 문장 한 문단 모두가 중요하고 의미 있는 글들이라서 어떤 부분을 인용해 리뷰를 쓸까 고민이 될 정도였다. 밑줄을 긋고 또 긋고, 접고 또 접힌 책갈피에서 우울증, 우울한 사람, 우울한 세상, 우울한 삶. 그 어떤 것도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세상은 넓고 넓어서 태양은 매번 새롭게 다시 뜨고 내일은 다를 수도 있다는 결론이 큰 위로가 되었다.
내가 왜 우울들에 관한 책을 이렇게 정신없이 읽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부서진 우울의 말들과 기록은 우울을 물리칠 수 있는 제목 같았다. 우울증의 증상과 우울증을 이기는 방법들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내용이 쉽지는 않았지만 매끄러운 문장이라서 한 편의 기나긴 시를 읽고 난 후처럼 마음 가득 차오르는 그 무엇이 있다.
「책 소개」에서
“우울증의 치료에 대한 글은 많지만, 그 의미에 대한 글은 비교적 적다. 독창성이 돋보이는 이 책에서, 에바 메이어르는 프로이트, 푸코, 울프와 같은 사색가들의 통찰과 자신의 경험을 하나로 엮어서 우울증이 어떤 상태인지를 예리하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일깨워준다. 그는 우울증이 어떻게 우리를 점점 뒤틀린 나무처럼 만들 수 있는지, 우리가 다른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어떻게 그 형태를 잡아가거나 가장 어두운 생각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부서진 우울의 말들』은 우울증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인 동시에, 철학, 예술, 반려견과의 산책, 고양이와 가만히 앉아 있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크고 작은 것들에 대한 의연한 탐구이다.”
책이 내용은 책 소개가 너무 완벽해서 덧붙일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