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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시 Jul 18. 2023

그림인가요, 엽서인가요? 토사 데 마르

바르셀로나 주민의 소도시 추천은 실패하지 않는다

 마드리드에 사는 언니는 바르셀로나 주민인 동생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하루 정도 시간을 내어 코스타 브라바(Costa Brava)의 소도시를 구경하고 싶었거든요. 근교 여행에 도가 튼 동생은 고즈넉한 성곽과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지중해 뷰가 매력적인 토사 데 마르를 추천하더군요.


 바다 수영과 일광욕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 이곳저곳에 숨겨진 감성적인 골목들을 탐방하는 재미까지. 매 순간 감탄이 터져 나오고 절로 카메라를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 쉽게 들를 수 있는 토사 데 마르, 이동 방법과 즐길 거리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바르셀로나에서 토사 데 마르 이동방법

 토사 데 마르는 바르셀로나 시내에서 차를 타고 이동할 경우, 한 시간 내 도착할 수 있는 비교적 가까운 소도시입니다. 대중교통을 이동할 경우, 바르셀로나 북부 버스터미널(Barcelona Nord)에서 시외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합니다.


 버스로 이동 시, 1시간 20여 분이 소요됩니다. 비수기에는 터미널에서 현장 예매를 하더라도 표 구매가 어렵지 않지만, 여름철 성수기에는 매진될 수 있으니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는 편이 좋습니다.


 저는 바르셀로나에서 승용차로 이동했으며, 해변에서 도보 5분 거리의 공영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찬란하게 빛나는 코스타 브라바 해변을 기대했는데, 이날은 하늘이 흐려 굉장히 아쉬웠네요.


 4월 중순 방문했음에도 날씨가 상당히 후덥지근해, 성벽 투어는 살짝 미루고 토사 데 마르 시가지를 먼저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토사 데 마르 시가지 둘러보기

 대부분의 스페인 바다 마을의 시내는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덥고 습한 지중해 해변지역 특성상, 거의 모든 건물이 하얗게 칠해져 있죠. 휴양지에 어울리는 원색의 옷을 파는 가게들과 해산물 맛집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더불어 지역 장인들이 만든 도자기, 비누, 올리브유 등을 판매하는 샵 역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수공예 '덕후'인 저에게는 파라다이스나 다름없었죠. 바르셀로나 시내보다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의 수제 기념품을 판매하는 곳이 많아 마치 보물찾기 게임을 하듯 골목 이곳저곳을 누볐습니다.


 스페인 동부 소도시에서 익숙한 K-pop의 향기를 느끼게 될 줄은 몰랐네요. 잠시 웃음을 터뜨리고, 이제 슬슬 성곽 쪽으로 이동해 봅니다.


 사진 속 원통형 고성이 보이시나요? 시가지에서 토사 데 마르 성(Castell de Tossa)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바닷가의 산책로를 통해 성에 올라가기보다는 올드타운을 거쳐 이동하는 것을 추천하는데요, 그 이유를 지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성곽에 숨겨진 아기자기한 올드타운

 중세 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오르막길을 걷다 보면, 석재 건물들이 가득한 고즈넉한 올드타운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울퉁불퉁 걷기 힘든 계단이 불편하게 느껴질 만도 한데, 동화 마을 같은 풍경에 감탄하며 힘든 줄 모르고 언덕을 오르게 되네요.


 토사 데 마르를 봄철에 여행할 경우 흐린 날씨가 지속되는 경우가 잦아, 푸른 지중해를 즐기기에는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어요. 하지만 골목 곳곳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감성적인 느낌을 자아내며, 햇살이 부드럽고 습도가 덜하답니다. 해수욕보다는 산책과 힐링에 초점을 둔 여행을 원했던 제게는 안성맞춤이었죠.


 새 지저귐과 골목으로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취해 걷다 보면, 어느새 토사 데 마르 성 전망대가 코앞입니다. 14세기 스페인 사람들이 즐기던 코스타 브라바 해변 뷰는 어땠을지 감상하러 떠나 볼까요?



지루할 틈 없는 토사 데 마르 요새

 토사 데 그란 해변(Platja Gran)과 요새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스페인에 존재하는 바닷가 요새 중 가장 보존이 잘된 곳으로 꼽히는 토사 데 마르 성은 과거에는 빌라 베야(Vila Vella)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하네요.


 전망대 한편에는 할리우드 배우 Ava Gardener의 동상이 하나 세워져 있는데요, 1950년에 이곳에서 촬영된 영화 ‘판도라’의 주연이라고 합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에바 가드너의 동상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지 않았으니 슬쩍 지나치도록 할게요.


 타워를 지나쳐 오르다 보면, 중세 시대에 사용되던 대포와 군데군데 허물어진 유적들이 눈에 띕니다. 현재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휴양지로 남았지만, 한때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삶의 터전이자 생사가 나뉘던 격전지였겠죠.


 현재까지도 연극 등의 야외 행사가 열리는 San Vicente 성당 터를 지나 흙길을 한참 올라가고 나면, 히든 비치인 코돌라 해변(Cala es Codolar)이 보입니다. 메인 비치인 토사 데 그란 해변에 비하면 상당히 작은 편인데요, 여름철에는 피서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합니다.


 스페인 내에서도 코스타 브라바 해변은 이국적인 풍경과 투명한 물빛으로 유명합니다. 때문에 저 역시 낯설고 신비로운 광경을 상상하며 토사 데 마르에 찾아갔는데요, 뜻밖에 익숙한 풍경에 살짝 당황했음을 고백해야겠네요.


 야자수 또는 푸릇푸릇한 활엽수가 가득한 스페인 내 타 해변도시와 달리, 갈색 바위 사이로 소나무가 빽빽하게 자라난 토사 데 마르의 해변 산책로는 마치 부산 또는 서해안 채석강을 연상시켰어요. 하지만 저 멀리 스페인에서 만난 정겹고도 익숙한 풍경과 봄기운 가득한 물빛이 어우러지니 이 역시 기분 좋은 새로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코스타 브라바의 봄기운을 만끽한 후, 전망대에서 내려와 신선한 해산물을 즐겼습니다. 전날 방문한 바르셀로나 근교 도시 시체스에 비해 훨씬 착한 가격에 지중해 음식을 맛보는 이 호사란...!


 시간 관계상 해가 지기 전 바르셀로나로 돌아왔습니다. 노을이 질 무렵에는 토사 데 마르 성 아래 조명이 켜져 신비스러운 멋이 가득하고 중세 시대 요새의 위엄이 넘친다고 하니, 여유를 가지고 마을에서 하루 정도 묵는 건 어떨까요?




 바르셀로나에 거주했다면 매 계절 방문하고 싶을 정도로 인상 깊었던 토사 데 마르. 한 번만 들르기에는 아까울 만큼 멋진 소도시였습니다. 바르셀로나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하늘이 맑고 햇살이 쨍한 날을 골라 토사 데 마르로 떠나 보세요. 파도 소리와 중세풍 골목을 즐기며 감성을 꽉 채워올 수 있을 거예요.



*더 많은 여행기는 띵시의 블로그를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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