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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끝내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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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덕 Apr 26. 2023

이번에도, 부산.

벚꽃이 지나 봐요.

손만 뻗으면 닿을 가까운 곳에서 느껴지는 너무나도 아득한 거리감.

아마 그건 그들이 날 떠날 준비를 마쳤기 때문일 것이다. 특별하지도, 그렇다고 무난하지도 않은 이별. 다음을 기약하며 맞는 일방적인 상실.

마치 이제까지 붙들려 있어 주었던 것이라는 듯.
떠난다.
흩어진다.
무심히도 멀어진다.

'예뻐. 멋지기보단 예뻐.' 하는 말에 가만히 웃던 우리의 순간을 아무 의자에나 앉아 생각했다. 다른 어떠한 말로 대신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예뻤다.


그저 가만히 쳐다보는데 괜히 눈이 시려오고서야.


가는 길에 안약을 산대 놓고 안 샀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날이 이렇게 좋을 줄 누가 알았나 하고 볼멘소리를 하면서 다시 눈에 가득 담았다. 하얗다가 은은하게 분홍빛으로 물드는. 어쩌면 감히 가장 좋아한다고 말할 그런 존재이자 순간.

사랑까지는 아니라고 웃어넘기면서도, 한동안은 잊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무척이나 아름다워서. 그게 좋아서.

손을 뻗어 붙들 용기는 없어서 부려보는 욕심이었다. 망가트리지 않으려면 그저 보기만 할 수밖에.

억지라면 억지겠지. 평소라면 내보이지 않을 욕심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 싶었어. 것도 엄청.


맞네. 네 말처럼 정말 억지네.


웃기다.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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