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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덕 Jan 07. 2024

슬픈 건 아닌데

그냥 그런 날이 있다

유독 흐리멍텅한 것들이 보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럴 때면 괜히 앨범을 뒤적거려 사진들을 찾아 가만히 들여다보곤 한다.


우울하지도, 그립지도, 서럽지도 않음에도. 그냥 그런 존재들이 보고 싶은 날. 분명하게 진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위로와 안도 사이 어느 감정으로 그저 슥 넘겨버리고 말 수 있으니. 좋지 않은가.


그냥.


예를 들자면 이런 사진들을 말이다.


흐리멍텅하다 못해 우중충하다고까지 느껴질 수 있는 이런 순간들을 나는 못 이기게 애틋하게 생각한다.


에잇. 하고 지나쳐버릴 수도 있는 그런 흐리멍텅한 순간. 별 거 아니라며 스쳐버릴 수 있는 그런 흐리멍텅한 존재감을 가진 모든 순간을, 어쩌면 나는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순간들을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있는 걸까?


흐리멍텅하게 스스로 묻는 나.


그러다 문득 여느 날처럼 묻어버릴 흐리멍텅한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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