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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끝내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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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덕 Mar 18. 2024

미안해서 미안해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이 싫어져서 마음을 접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어제.


'그런' 사람이 되어버린 나를 마주했다.

미안할 만한, 속상할 만한 여지를 안 만들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서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분명 이해해 준다고 해서 괜찮은 게 아닐 텐데 익숙해 보이기까지 하다는 게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나고 마음이 미어진다. 왜 나는 그토록 말에 집중하면서 행동은 통제하지 않을까. 너를 잘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 꺼내게 만들고 나의 사랑을 온몸으로 확신으로 확인시켜주질 못할까.

편하다고 말하는 건 핑계다.

마음이 아프다는 게 다른 결일 수가 있구나. 이렇게나 안절부절못하게 될 수도 있구나. 화조차 안 내고 체념해 버리는 내가 사랑하는 이가 지쳐가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노력을 안 한 거다. 누워서 늘어져버린 그런, 설렜다는 이유로 드러누워버린 순간 의지를 잃은 거다. 알고도 노력하지 않는 건 정말 나쁜 일이다. 고로 나는 나쁜 사람이다. 내가 감히 슬퍼도 되나 모르지만 모처럼 일정이 없는 오늘 함부로 서글프다.

미안하다고. 내가 잘하겠다고.

말을 닦고 갈고 빛내두면 뭐 해. 결국 할 줄 아는 말도 할 수 있는 말도 이렇게나 진부한데. 진심이라 해도 허공에 흩어버리면 그만인 '말'뿐인데. 이럴 때 가깝지 않음이 아쉽다. 불쑥 찾아가고 싶은 마음도 결국 나 혼자의 것인 것을, 깨닫는다. 어쩜 이렇게 이기적일까. 상대만 나를 이해해 달라 조르는 일이지 않은가. 사람은 이기적이라지만 잘해주지 못해 아쉬운 마음은 결국 슬픔이 된다. 나는 왜 마음이 덜 보이고 덜 전해지는 사람일까.

감히 서글프다.


괜히 눈물 난다.

밝아오지도 않은 아침이 나는 슬퍼졌다.

떠나보내지 않은 사랑이 벌써 그리워졌다.


내가 미안해서.

그래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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