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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끝내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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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덕 Mar 02. 2024

사랑은 그렇게

또다시 해 버리는 것.

요즘 알 수 있는 게, 또 알고 있는 게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좋은 지위를 가진,
좋은 사람들에 둘러싸인,
좋은 분위기를 가진 사람.

시선에 담기는 나의 모습.
누군가에게 비치는 나의 모습.

그 모습 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뭘 좋아하는지 심지어 뭘 하고 싶은지조차 모르는 채 그저 하루에 나를 흘려보내며 버텨내곤 한다.

무표정으로 우는 능력이 생긴 것 같다. 이제는 눈조차 벌게지지 않고 소리도 내지 않고, 그저 흐느낀다. 시간을 대가로 나의 이 무료함과 우울으로 흐느껴 보낸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결국 나를, 그들을 슬프게 한다. 사랑은 상처가 되고, 상처는 자라 서로의 부담으로 자리 잡는다. 부담이 될까 내딛지 못한 발걸음은 결국 한걸음도 가지 못하게 한다. 부담이라는 말을 할수록 부담은 무게를 더해 어딘가로 뻗어갈 수 없게 한다. 나를 누른다.



상처가 아니라고 했지.

그저 너의 나는
잘 지내면 된다고.

그냥 다 미안하다고.
내가 다 미안하다고 할 걸 그랬어.


내 마음대로 네가 묻지도 않은 나를 다 내보인 거.

내 마음대로 네가 말하지 않아도 다 보려 했던 거.


감히.

내가 감히.


너를 안다고 생각했던 거.


그래, 그거까지.


잘못한 것 같아.

나는 결국 누군가를 불안하게 한다.
나는 결국 누군가를 눈물짓게 한다.

그럼에도 나는,
사랑하고, 만다.
사랑받고, 만다.


그렇게 나는 쭉

불안해하고

눈물짓고

미안해하다가


어쩌다 또 너를 문득 생각해.

그리고 또 너를 금세 잊고는.








버려.




나는 매번 그렇게 너를.





사랑해,

버리다,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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