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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끝내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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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덕 Mar 09. 2024

아무것도 아닌

내가 너에게

서운해. 네가 나한테 연락이 없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지. 그래도 마음이 막 간질거리면서 아려. 네가 완전히 아물었다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


서로 무언가를 온마음을 다해서 좋아하는 일에 소질 있다던 우리 그 한순간이 떠올라. 어쩌면 그 말들이 저주가 되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는 게 조금은 슬퍼. 다 타서 없어질 때까지 열성을 다하는 우리는 아직도 덜 탄 걸까 아님 애초에 타다 말았어야 했던 걸까.



최선의 최선을 다하던 존재도 돌아서면 끝인 내가. 몇 번을 너에게 새로 반했었는지 너는 알까.


돌아서서 가다가 이내 다시 돌아 달려가곤 했다는 것도,


너의 눈에 잠깐 스친 피곤에 심장이 시큰했다는 것도,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좋아하지 않아야 해서라는 사실에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는 것도.


너는 영영 모르겠지. 나는 말하지 않을 거니까 지금까지 그랬듯이.


그렇게 나는.


이제 나를 믿지 않는 너를.


혼자 좋아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이렇게 지나쳐, 우리.


지금까지 그래왔 어떤 말도, 어떤 눈빛도 심지어는 우리가 건넸던 수많은 안녕도 없던 것처럼.


그렇게 지나가.


너에게 나는 더 이상 의미가 되지 않고.

나는 너에게 여전히 이유를 묻지 않은 채.


너는 내가 더 이상 궁금하지 않고.

나는 네게 여전히 말할 것이 없어서.


그냥 이렇게 또 지나가는 거지.


아무것도 아닌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너를 홀로 그리는 채로, 그렇게 하루는 지나 한 달이 되고 한 달은 일 년이 되겠지.


언젠가 나는 너를 잊을 거야.


그러니까 지금은.

사랑할래.


너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나의 이 마음이 다 할 때까지. 사랑할게. 너를. 어느 날 네가 했던 이야기처럼 나는 무언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니까. 내 진심을 다해 잊는 날까지 좋아하고 아끼고 끝내 사랑까지.


그거까지.


할게.


그러니까 오늘은.

조금만 미워할게.

조금만 서운할게.


알아달라는 게 아냐.


그냥.


너에게 내가 이제는 그저 아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문득 슬퍼져서 해보는 투정 같은 거라고 생각해. 이기지 못하고 내가 또 먼저 연락하고 말 테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의 네가 한껏 행복했으면 좋겠으니까.


언제나처럼 너는 아무것도 모르길 바라며.


우리 그냥 이렇게.

또.

안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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