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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지윤 May 07. 2023

조직의 성장과 PO의 역할 변화

우리는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 글이 이런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조직이 성장함에 따라 요구되는 역할들이 달라지는 상황을 겪고 있는 PO



들어가며


내가 합류할 당시 50명 규모였던 스타트업은 이제 200명 가까이 구성원이 있는 회사로 성장했다. 그리고 1개뿐이던 목적 조직(스쿼드)은 이제 8개로 늘어났다. 이 변화의 기간 동안 내가 맡은 일의 타이틀은 거의 변하지 않았으나 주어진 상황과 조직의 성숙도가 변화함에 따라 조직과 동료들이 나에게 필요로 하는 역량은 조금씩 변해왔다. 오늘은 나와 우리 팀이 이러한 변화의 과정들을 어떻게 헤쳐왔는지 서술하려 한다.


많은 회사에서 다양한 사례를 몸소 겪은 것이 아니다 보니 오늘 이야기는 어떤 회사의 고군분투 성장기 내지 사례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1. 태동기

작고 귀여운 Sapling Groot처럼 막 화분에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였죠


1) 비즈니스

회사의 자원이 1~2개의 비즈니스 영역에 집중, 전사적 목표 개수가 적음.

50명 이하 규모의 단계로, 회사의 사업성이 안정적으로 검증되었고 완성도 있는 제품 성장에 몰입하는 시기였다. 비즈니스 개수 대비 집중된 인원과 역량자원이 컸기 때문에 비즈니스 역량을 대신하거나 더 잘할 수 있는 안전 인력(사업개발자, 운영, 영업 등)이 충분히 배치되어 있었다. 따라서 PO에게는 비즈니스 역량보다는 대체 가능 인력이 없는 제품 운영/관리 역량이 더 많이 요구되는 시기였다.

(단, 오히려 더 작은 조직이라면 세부 역량에 대해 대체할 수 있는 안전 인력이 없기 때문에 PO가 사업-제품에 대해서 모두 깊게 관여하여 성장을 주도하게 된다.)


2) 제품/조직

1~3개의 스쿼드가 존재하며 동일한 비즈니스 모델 내 제품을 다룸.
목적조직 문화와 PO 역할이 막 자리 잡아나감.
문제 해결에 PO 개인의 개인기가 중요함.

본격적으로 전사에 목적 조직 문화를 정착시키며 '스쿼드' 단위에서 여러 직무의 구성원들이 상호 간의 업무 방식을 맞추는데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은 시기였다. 기능조직에서 변화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기에 늘 새로운 갈등이 나타났다. 또한 이 시기에는 목적조직에 대한 이해가 전사 구성원 간 다른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때문에 프로젝트 후 스쿼드 내 구성원 로테이션이 생겼을 때 새로운 멤버와 업무 방식을 맞추는 데 많은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투입되었다.


PO팀에 축적된 경험과 지식이 많지 않아 팀 단위의 정책이 공통적으로 도출되어 스쿼드에 전파되기보다는 각 PO의 개인기에 기반하여 조직 매니징, 제품 문제 해결 방식이 운영되었다. 가이드라인과 안전장치가 부족한 상태에서 업무를 해야하는 불안감은 있었으나 다만 아직 스쿼드 수 자체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전사 차원에서 통용되는 스쿼드 운영 정책을 정교하게 쌓기보다는 '당장의 우리 스쿼드'가 일을 잘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데 집중했다.


이 시기의 저는 이런 고민을 했습니다

Task 단위의 백로그 관리

프로젝트 기획/매니징 방식 정착

스쿼드 문화 빌딩



2. 과도기

이걸 누르면 프로젝트가 터지나?


1) 비즈니스

비즈니스의 영역이 점차 확장되나, 아직은 메인 비즈니스에 기반한 변주곡

메인 비즈니스에서 여러 세부 비즈니스들의 줄기가 다양하게 뻗어 나 다양한 사업 영역들을 확장했던 시점이다. 본격적으로 데이터 인프라가 구성되며 전 구성원이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했다. 이에 데이터에 기반한 구체적인 가설 제안/검증 문화가 전사에 자리 잡아 나갔다.


2) 제품/조직

4~5개의 스쿼드가 존재. PO 간의 상호 협의 지점들이 늘어남
목적 조직의 문화가 공고히 자리 잡아 스쿼드의 OKR과 프로젝트들이 정렬됨
스쿼드에 담당 데이터 분석가 배치되며 가설을 더욱 정교하게 세우게 됨

비즈니스가 세분화되며 제품적으로 이를 뒷받침해 줄 PO의 수=스쿼드의 수가 늘게 되었다. 

든든한 팀 동료들이 늘어난 것은 분명 좋은 일이었으나 PO가 여러 명이 되면서 서로 담당 비즈니스/스쿼드에서 요구받는 업무, 그리고 우리 스스로 이해하는 업무의 범위에도 오차가 생기게 되었다. 

아직까지 조직 내 서비스기획자-PM-PO에 대한 역할 이해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때였는데, 이에 우리는 팀 활동을 통해 요구되는 여러 업무 중 무엇을 우리의 핵심 업무로 둘 것인지, 어떤 것은 위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할 것인지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긍정적인 점은 목적조직에 대한 이해가 전사적으로 완전히 자리 잡아, 이전에 비해 스쿼드 매니징 투입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되던 것이다. 서로의 업무 결이 일정 수준으로 정렬되며 갈등을 중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감소했다. 대신 데이터 인프라를 활용하여 사전에 OKR을 달성할 수 있는 더 좋은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그것을 위한 How를 도출해 내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업무 진행에 발생하는 프로세스들이 다소 정리됨으로써 소위 '빅 샷'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한 고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 타이밍이었다.


이 시기의 저는 이런 고민을 했습니다

비즈니스 목표를 효율/효과적으로 달성하는 프로젝트 도출

데이터에 기반한 가설 수립과 시뮬레이션

프로젝트 성과 예측에 따른 프로젝트 우선순위 결정

팀 성장 활동 - PO 간 역할 이해 동기화 및 전파



3. 성장기

결기에 찬 10대 그루트처럼 저희도 건강한 성장기였습니다.. 아마도?


1) 비즈니스

회사 비즈니스가 점차 다변화되기 시작

늘 성장해야 하는 스타트업이기에 기존 비즈니스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고 성숙기에 접어들자, 기존 조직을 분화하여 새로운 비즈니스에 도전하는 시도를 하게 된다. 회사의 비즈니스가 다변화되며 "제품 포트폴리오"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것이 만들어지는 시기이다.

이에 새로운 비즈니스를 위해 투입되는 인원이 재배치되고, 나의 도메인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던 상위 리더는 더 큰, 더 거시적인 고민을 하는데 많은 시간과 자원을 사용하게 되는 필연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다양한 사업 분화에 따른 인력 재배치 변화를 겪으며 더 이상 나의 리더, 나의 동료들은 이전만큼 이 사업과 제품에 대해서 잘 모를 수 있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PO는 이 도메인의 비즈니스-제품 모두를 가장 잘 아는 이가 되어 가장 균형 잡힌 의사결정을 잘 내려야 하는 책임을 더욱 크게 지게 된다. (하지만 책임이 생긴다고 바로 역량이 향상이 되는 건 아니었다)


2) 제품/조직

6여 개의 스쿼드 PO들이 담당하는 비즈니스의 성장 정도에 차이가 생기며 고민의 결이 달라짐
PO팀 문화의 성숙기를 맞이하며 성장을 위한 다양한 팀 활동들이 일어남
공통의 영역을 개발하는 직무/기술팀들이 생겨나고 그들과의 협업이 늘어남

비즈니스가 다양화되고 조직 문화가 안정화 되며 제품 개발/운영을 넘어 소위 말하는 전체를 바라보는 “큰 그림”을 볼 줄 알게 되어야 했던 시기였다. 

기존 비즈니스 제품을 담당하는 PO라면 더 많은 유관부서, 더 복잡해진 이해관계들을 풀기 위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둔화되는 비즈니스 속도를 다시 불붙게 만드는 새로운 기능을 없을지 탐색하게 된다. 그리고 모든 제품 조직의 숙명처럼 스쿼드의 구성원은 늘어나나 인원의 투입 대비 증가한 업무 효율이 눈에 띄게 감소하는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새로운 비즈니스 제품을 담당한다면 비즈니스 로드맵, 수익구조, 제품 전략 등을 고민하며 PMF와 '우리만의 무언가'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된다. (사실 이 부분은 태동기 이전 단계를 겪었다면 이미 거쳐왔을 단계기도 하나, 내가 회사에 합류한 시점은 이미 이것이 지났을 때였다.)


초창기에는 넘치는 의욕과 달리 여전히 습관적으로 제품 중심의 사고방식에 따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이 잦았다. 우리 팀은 고민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타사 사례를 스터디하고 공유하는 [영감(inspiration) 탐구생활]이라는 팀 활동을 만들어냈다. 기능 위주보다는 왜 사업적으로 이런 제품 전략을 선택했을지, 앞으로는 더 성장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측되는지 중심의 탐구활동을 하며 숲을 보는 역량을 기르고자 했다.


또한 제품 조직 전체의 규모가 커지며 공통의 영역을 개발 및 지원하는 직무/기술팀들(인프라, 회원가입, AI 등)의 역할이 구체화되며 스쿼드와 새로운 협업 패턴을 다지는 시기이기도 했다.


이 시기의 저는 이런 고민을 했습니다

비즈니스 전략 역량 강화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시야 - 전사 제품 포트폴리오 속에서 스쿼드 로드맵/전략 수립

업무효율 성장성 증대를 위한 새로운 working process 고민



4. 성숙기

함께 나이 든.. 아니 성숙해진 동료들이여...

1) 비즈니스

사업 분야가 다각화되며, 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이해가 요구됨

회사가 도전한 여러 사업 분야 중 성공한 사례들이 조금씩 도출되는 시기다. 사업개발자의 관점에서는 집중적으로 사업을 성장시켜야 하는 시기고, PO의 관점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제품의 완성도를 올리며 기존 제품과의 시너지를 공고히 다져야 하는 시기다.


2) 제품/조직

스쿼드가 더 많아지며 PO팀 내에서도 사업 분야에 따라 세부 파트로 부를 수 있을만한 범주가 생김
사업부에 따른 제품 포트폴리오가 디벨롭됨

회사의 제품 포트폴리오가 더욱 복잡하고 다양해지며 타 스쿼드/기술팀과의 연계를 고려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제품 전략을 고민한다. 타 스쿼드와 연계 및 시너지는 각 스쿼드가 개별적인 도메인을 개발하는 상황에서 고객에게 분절적인 서비스 경험을 주지 않기 위해 무척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

이 시기에는 제품, 비즈니스 등의 데이터를 복합적으로 보며 서로 카니발리제이션이 되는 기능은 없는지, 신사업이 더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업과 어떤 연계 구조를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추가적으로, 사실상 이 시기가 되자 스쿼드 매니징과 운영에 그렇게 큰 힘을 쓸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스쿼드 문화에 대한 모두의 수준이 이미 상향 평준화 되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업무는 없애거나 자동화했고, 반복적인 패턴은 모두가 학습이 된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스쿼드원들이 서로의 대체재가 될 수 있어 반드시 PO가 해야하는 일의 목록의 아래쪽으로 조금씩 이동하게 되었다.


이 시기의 저는 이런 고민을 했습니다

비즈니스-제품과 데이터에 대해 균형 잡힌 이해와 액션 실행




마무리하며


각자가 놓인 회사, 조직, 구성원의 상황이 모두 다르니 이 내용이 공감되지 않거나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커리어 성장 / 역할의 성장 / 조직의 성장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이러한 변화가 어느 하나에서 기인했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대략적으로 아래와 같은 순서로 기대 역할이 변화해왔다.

1. 현재 주어진 일을 정확하게 잘 구조화하고 수행하는가

2. 구체적으로 성과를 겨냥하고 만들어내는가

3. 성장하는 제품 조직문화를 만들어내는가

4. 미래의 성과를 예측하고 만들어내는가


다만 공통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PO에게 요구되는 수많은 역량들은 "특정 요구 역량을 도와줄 수 있는 구성원/조직문화가 존재하는가", 그리고 "조직 제품/비즈니스 환경"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가령 초창기에는 조직 문화 성숙도가 낮아 스쿼드 매니징에 대해 개인의 높은 숙련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조직 문화의 완성도가 높아져가며 개인의 역량을 대신할 수 있는 조직적 안전망이 생기게 되었다. 이 안전망이 개인의 역량을 대체할 수 있게 됨으로써 PO의 핵심 과업은 “비즈니스-제품 균형 인사이트 도출”등의 분야로 이동되게 되었다.

(하지만 반례로 초기 단계 조직이어도 이미 성숙된 팀 문화가 있는 팀이라면 그 팀의 PO는 주어진 환경이 발판이 되어 스스로 매니징 역량을 성장시키는데 많은 시간을 투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조직이 커지면 한 사람이 복합적으로 맡고 있던 기존 역할을 쪼개고 각 분야의 개별 전문가들을 채용하게 된다. 즉 비록 내가 어제까지 수행했던 일이더라도 이것을 주 업무로 둔 다른 인력이 존재하게 되고, 그것이 더 이상 나의 주 업무가 아니게 되는 순간들이 찾아오는 것이다. 아마 그렇게 되었다면 당신에게는 당신만 행할 수 있는 할 더 중요한 일이 생겼을 것이다.


PO에게는 요구되는 역량들은 워낙 다양하고 전방위적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변화기의 순간마다 다른 역량 주머니를 꺼내어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잘하는 유니콘이 누구나 처음부터 될 순 없다. 이 시기의 우리 조직에 가장 필요로 하는 PO 역량을 가장 잘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이브이는 무려 8가지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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