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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지윤 May 21. 2023

궁극의 데일리스크럼을 향한 여행기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데일리스크럼이란 


이 글이 이런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매일 데일리스크럼을 하는데 리스크가 미리 발견되지 않는 것 같을 때
- 데일리스크럼에서 사람들이 집중하지 않는 것 같을 때
- 데일리스크럼을 하는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질 때



들어가며

많은 IT 제품 개발 조직들은 데일리스크럼을 진행한다. 그렇다면 이 데일리스크럼이란 무엇인가?

Chat GPT가 그렇다고 합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매일 아침에 하는 점검 회의"정도로 부를 수 있겠다.

스프린트 기간 내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지, 그리고 위험은 없을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회의는 모두가 열정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공유하고 동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서 필요한 도움을 주고받고,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미리 잘 잡아내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우리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의 점검을 잘하고 있을까? 

데일리스크럼은 매일매일 일상적으로 흘러가는 회의다. 그렇기 때문에 잘 진행되지 못했을 때 즉시 선명하게 드러나는 편이 아니다. 때문에 잘못된 방법으로 행하더라도 흘려보내기 쉽다.

하지만 데일리스크럼은 끓는 솥 안의 개구리가 솥의 온도를 체크하기 위해 들고 있는 온도계다. 이것이 없다면 사이좋게 익은 채 발견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좋은 데일리스크럼을 활용한다면 우리는 프로젝트의 리스크를 미리 잡아낼 수 있고, 고객에게 더 좋은 제품을 전달할 수 있다.

이번에는 내가 여러 데일리스크럼 상황들을 더 잘 극복하기 위해 시도해 보았던 여러 변주곡들에 대해서 소개해보려 한다.




1. 데일리스크럼은 어떠한 형태로 이루어지는가?

일관된 시간과 장소를 권고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모두가 출근한 아침시간, 정해진 회의실에 제품개발과 관련된 이들이 모인다. 스쿼드에서 진행할 때에는 보통 PO, 개발자, 디자이너, QA가 모인다.

1명의 호스트가 회의를 이끌며 기본적으로는 어제 완료한 일, 오늘 완료할 일을 공유한다. 때로는 스쿼드 상황에 따라 서로의 상태를 살필 수 있는 체크인, 혹은 스프린트의 목표를 리마인드 하는 액션을 추가하기도 한다.


JIRA라는 시스템을 사용해서 이러한 칸반보드 형태를 주로 이용


얼핏 보면 그다지 어려울 것도 없는 일이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경험했던 데일리스크럼 중 가장 위험한 요소를 쏙쏙 뽑아보자면 아래와 같다.

1. 데일리스크럼을 위해 모두가 모였다. 아, 아니다. 지각한 사람이 있어 모두가 기다리고 있다.
2. 호스트가 리딩을 시작하자 다들 시선을 아래로 내려 자신의 노트북을 본다. 스크럼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다른 일을 하고 있어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진다.
3. 자신의 업무의 공유 시간이 돌아오지만 차례를 놓친다. 이름이 불리자 그제야 고개를 한 번 든다.
4. 어제 무슨 일이 완료되었는지 공유되지 않고 오늘의 할 일에 대해서만 공유가 된다. 어제의 일과 오늘의 일에 어려움이 있는지 이야기되지 않는다.
5.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말을 했는데, 이번 스프린트의 범위가 아닌 일이다. 아뿔싸.
6. 마지막으로 A님의 차례다. 자신의 일의 기술적 어려움과 고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15분이 넘어가도록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다른 이들은 공허한 눈으로 먼 산만 멀뚱멀뚱 본다. 
7. 데일리스크럼이 끝나고 뿔뿔이 흩어지는데 동료 B님이 슬그머니 온다. 오늘 할 C라는 일에 있을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해봐야 하는 것이 아닌지 묻는다. 네? 우리 방금 헤어졌는데요?

물론 대단히 특별하게 이상한 상황은 아니고, 긴장을 조금만 놓는다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모든 요소가 한꺼번에 나타는 경우는 드물지만 2~3개의 요소가 같이 나타나는 것은 흔한 일이다. 



2. 무엇을 시도해 보았을까?

1) 스프린트의 목표/범위에 대한 오류

 스프린트 요약문서를 만든다.

스프린트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마일스톤은 '매일 어떤 Task를 쳐냈는가'보다 '우리가 하는 일이 어떤 OKR을 위한 것이고, 스프린트의 목표에 얼마큼 다다랐는가'이다. 매일의 일을 하다 보면 이것은 의외로 잊히기 쉽다. 또 스프린트 내 여러 개의 스펙들을 다루다 보면 작업자는 작업의 범위를 헷갈릴 수 있다. 

모든 작업자는 각자의 시선과 상황이 있기 때문에 PO와 같은 관점으로 일을 바라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PO는 팀원들에게 지속적으로 목표와 작업 범위를 명료하게 리마인드 하는 행위를 해야 한다.


나는 이 부분을 보완해 보기 위해 [스프린트 요약 문서]를 만들고, 스프린트 첫 시작 날에 공유했다. 

다소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했거나, 강한 팀워크가 필요할 때에는 필요에 따라 매일 데일리스크럼에서 이 문서 내 목표들을 리마인드 하기도 했다. 이 정도로 강한 align이 필요하지 않을 때에는 서면 공유만 하거나, 혹은 시작 첫날에 한 번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 문서는 [사업의 목표 > 스쿼드의 목표 > 프로젝트의 목표 > 이 스프린트의 목표/일]를 기술하며 큰 것에서 점점 작은 것으로 내려오도록 작성했다. 이 구조를 통해 우리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팀원들의 피부에 와닿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러한 가시적인 형태의 문서는 맥락 정보도 담고 있어 작업자들이 업무의 범위가 어디서부터 어디였는지 되새김하는 것을 도와준다. 보통 범위를 헷갈리는 이유는 이전 스프린트에 대한 배포 준비, 현재 스프린트에 대한 개발, 그리고 다음 스프린트에 대한 준비를 동시다발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충분히 헷갈릴 수 있을 만큼 이것은 복잡하고 그리고 많은 업무 전환 비용을 요구하는 일이다.

숲~나무에 이르는 정보, 그리고 이번 작업이 현재~미래에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를 담았다. 물론 이렇게까지 길 필요는 없다.


2) 회의에 대한 집중도 저하

 호스트 외에는 노트북을 가져오지 않는다.

오프라인일 경우에만 통하는 것이지만, 아예 다른 곳으로 집중도가 하락할 여지를 주지 않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컴퓨터를 켜놓고 하나의 일만 하지 않는다. 인간의 본성은 어쩔 수가 없어 메신저가 울리면 눈길을 주지 않는 것은 정말 어렵다. 특히 업무를 시작하는 아침에는 어제 남겨두었던 일에 대해서 다시 일깨우고, 새롭게 밀려드는 자극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뇌를 예열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이 자연스럽게 분산된다.

자극을 차단하는 방법은 다소 가혹하고 아날로그적인 방법일 순 있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했다.


→ 관련된 이의 이름을 언급하여 질문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이 불리면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나는 의도적으로 대화 속에서 필요한 동료들의 이름을 부르려 노력한다. 가령 서버 개발자의 어려움에 따라 프런트 업무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 "프론트 쪽 업무에 영향이 있겠네요" 보다는 "프론트 하시는 OOO님은 괜찮으세요? 어떻게 생각하세요?"등으로 직접적인 이름의 언급과 대화 참여를 유도하는 편이다. 

PO와 발언자 1명 사이의 1:1 소통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PO가 Hub가 되어 업무 관계자들이 서로 이어지는 다대일 커뮤니케이션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방법을 썼을 때 더 활발하고 직접적이며, 건강한 대화를 나누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느꼈다.



3) 어제 한 일, 미래의 리스크에 대한 미공유

→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만약 어제 완료한 일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면 실수로 말하는 것을 까먹었거나, 일을 마무리하지 못한 부채감 때문일 수 있다. 어제 한 일에는 어려움이 없었는지 부드럽게 물어보자. 

'어제 OOO 부분이 걱정된다고 하셨는데 잘 해결되셨나요? 혹시 시간이 더 필요하시다면 다른 업무를 조정해야 할 필요는 없을까요?' 

핵심은 상대가 이 질문을 '감시'로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데일리스크럼의 목적은 감시가 아닌 서로 간 필요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사전에 리스크를 발견하고, 일이 더 잘되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질문을 받는 것을 어려워하고 불편해하는 동료도 있다. 그런 동료들에게는 융통성을 발휘해 따로 단 둘만 있는 시간에 물어보거나 혹은 너무 압박을 주지 말자. 만약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면 구체적인 칭찬과 긍정적인 피드백도 꼭 주자. (특히 걱정했던 것에 대해 문제가 없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질문을 통해 리스크를 발견하게 된다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찾아보는 것이 사실 더 중요하다. 동료가 '데일리스크럼에서 이런 것을 공유했더니 잘 해결이 되더라'라는 기억을 가지게 되면 다음번에도 편안한 마음으로 어려움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고, 이것은 결국 제품의 품질과 속도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4) 회의 시간의 초과

→ 데일리스크럼에서 나눌 이야기를 미리 리스트업 한다.

단순하게 접근해서 타이머를 두는 방법도 써 보았지만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기분만 나쁘고 타이머를 끈 채 대화를 이어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보통 데일리스크럼은 효율/효과의 측면을 위해 길어도 30분을 넘기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한다. 30분이라고 할지라도 하루 8시간 업무 중 무려 1/16이다.

결국 시간 내 마치기 위해서는 데일리스크럼에서 다룰 이슈의 양과 크기를 작게 줄여야 한다.


오죽하면 이런 밈이 생겨났을까..?


이슈레이징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가장 최악의 방법이다. 

그렇게 나는 데일리스크럼 이전에 미리 이슈를 파악하고, 사전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미리 해결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가고자 했다.

아래 리마인더는 데일리스크럼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울리도록 세팅한 슬랙 봇이다. 하루동안 일을 하며, 다음날 데일리스크럼에서 모두와 함께 나누어야 할 이야기를 미리 여기에 적어둔다. 그리고 다음 날 데일리스크럼이 끝날 때쯤 이 슬랙의 스레드를 열어 미리 이슈레이징 된 어젠다에 대해서 논의한다.

모두가 모여 구두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항목들을 주로 미리 올려둔다


이렇게 전날 이슈레이징을 하게 되면 참석자들이 해당 이슈에 대해 미리 생각해 볼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회의 시간이 초과되거나 혹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일부 경우는 관련자들이 이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부족해서이기도 하다. 보통 질문을 던진 사람은 그 질문에 대해 오래 고민하고 심사숙고했겠지만, 질문을 듣는 이는 이것을 처음 보고, 듣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모두가 모이는 것이 불필요한 사항으로 사전에 판단된다면 모두의 시간을 사용할 필요 없이 관련자끼리 별도의 소통창구로 논의하여 해결될 수도 있게 된다.

물론 전 날에 글을 올리지 않았다고 당일에 올라온 어젠다를 매정하게 잘라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을 효율적으로 하는데 확실히 많은 도움이 되었다.



5) 이 모든 것을 PO가 혼자 하기 버거울 때

→ 돌아가면서 호스트를 맡는다.

데일리스크럼을 리딩하는 역할을 대부분 PO(혹은 PM)이 맡는데, 사실 이 호스트의 역할을 반드시 PO만 맡으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했다. 더 좋은 데일리스크럼을 만드는 것은 온전히 PO만의 몫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함께하는 동료가 있다. 사실 단순히 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기도 하다.

JIRA 스프린트 뷰 열기 (온라인이면 화면공유까지)

순서대로 담당자별로 필터링하면서 한 명씩 공유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

더 공유할 것이 없는지 물어보기

나는 사람들이 기억하기 쉽게 요일별로 호스트를 나누어주었는데 이렇게 되자 스크럼 준비 및 진행의 압박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그러자 사람들 말에 좀 더 귀 기울이고 더 많은 정보들을 조합하여 질문들을 던질 수 있었다. 물론 스프린트를 시작하는 요일은 PO가 호스트를 맡아 스프린트와 목적과 목표를 기운차게 전파하는 편이 팀에 좋은 영향을 준다.

우리는.. 원 팀이니까...!



마무리하며


작성한 것 외에도 했던 시도로는 아래 사항들이 있다.

아침/퇴근 전으로 데일리스크럼 2번 하기

체크인 방법 바꾸기 (신호등 / 5점 척도 / 하지 않기 등)

비즈니스/제품 지표 모니터링 시간 추가 

(오프라인 시) 일어서서 하기

지각자 벌금

여러 팀, 여러 구성원들과 수많은 데일리스크럼 거치며 느꼈던 것은 조직마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구성원에 따라 여러 변주가 다양하게 가능한 것이라는 것이다. 애자일에서 말하는 정석을 꼭 고집하기보다는 팀원들의 성향과 팀의 상황에 맞게 적절한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설령 다소 건조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더라도 서로 간의 상호 신뢰가 끈끈하고 업무에 대한 공유와 상호작용이 잘 일어난다면 그것 또한 그 팀에 맞는 방법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 한 번, 바쁜 모두가 함께 모이는 시간은 정말 귀중하다. 

그렇기에 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면 그것이 바로 정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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