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공무원 탓만 할 수 있을까

공무원 조직 뭐가 문제일까

by 마형


최근 들어 젊은 MZ세대 공무원 퇴사가 늘고 있다는 기사가 한창이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2020년 18~35세 공무원 가운데 5900명가량이 퇴직했다. 2017년에 비해 약 1200명 늘어난 수치다.

이러한 수치에 대해 MZ세대 공무원들은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탓한다. 그리고 기성세대들은 '요-즘 애들'이 나약한 탓이라고 입을 모은다. 거기에 "나 때는 더 심했지만 다 참고 견뎠다"라며 와닿지 않을 한 마디를 더한다.




여기서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라는 질문이 고개를 내민다. MZ세대와 기성세대 그 중간 어디쯤에 위치한 나는 쉽사리 답을 내놓지 못하겠다. 그래도 굳이 어느 한쪽 편을 들어야 한다면 MZ세대의 편에 서고 싶다. MZ세대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서일까, 그들의 이야기가 더 설득력이 있다. 적어도 신규 공무원인 나에겐 그렇다.

굳이 분류하자면 나도 '젊은 MZ세대 공무원'일 것이다. 나는 경력도 그리 길지 않고, 첫 발령지에서 근무를 하는 중이기에 여러 부서를 겪어보지도 못했다. 또한 우리가 말하는 '공무원'이라 할지라도 그 속에는 행정직을 포함해 사회복지직, 토목직, 보건직, 사서직, 세무직 등 다양한 직렬이 있기에 내가 하는 이야기는 전혀 대표성을 갖지 못한다. 그럼에도 선배 공무원들에게 주워들은 이야기를 통해 나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는 확신에 펜을 꺼내들었다.




MZ세대들이 그만두는 이유들을 차근차근 나열하는 것이 누워서 침 뱉기 꼴이라는 걸 알고 있다. 또한 이러한 글 몇 자로 공무원 조직이 바뀔 거라는 기대가 크지도 않다. 다만, 이러한 이유로 지레 겁먹고 펜을 내려놓자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래도 아직까진 공무원을 동경하는 듯하다. 이유는 부모님 두 분께서 모두 공무원이셨기 때문이다. 아버님은 퇴직하신지 3년이나 되었고, 어머님은 올해 상반기에 퇴직 예정이시다. 어려서부터 봐온 두 분의 모습은 나에게 동경심을 불어넣을만했다고 생각한다. 평일이며 주말이며, 밤낮 가릴 것 없이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비상근무를 나가셨다. 흔히들 말하는 '철밥통' 이미지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회사 내에서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집에서 바라본 모습으로는 그랬다.




다니던 사기업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면서도 힘들지 않았다. '공무원'이라는 꿈이 있었기에 견딜 만했다. 아니, 사실 견딜만했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 공무원이 된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는 것은 즐겁기까지 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스터디 카페로 출근하고 같은 시간에 집으로 퇴근하는 생활은 '나에겐 공무원이 천직이구나.'하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자기 위안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정말이지, 그저 한낱 정신승리였을지도.




공부를 마치고 나서는 늘 산책을 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산책로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도 좋았지만, 어둠이 내려앉은 치악산을 바라보며 걷는 것이 좋았다. 치악산을 보며 의지를 다지곤 했다. 공무원이라는 높은 산을 오르고 말겠다는.

'합격을 하게 되거든 꼭 치악산을 다녀와야지.'


그런 하루하루가 수백 번 반복된 끝에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합격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보는, 바로 그 장면을 자주 상상하곤 했는데 상상과는 달리 현실의 나는 굉장히 덤덤했다. 그저, 내일은 치악산을 갈 수 있겠다는 생각만큼만 입꼬리가 올라갔던 것 같다. 공부를 한답시고 운동을 등한시했던 탓인지 체력이 너무나도 안 좋았다. 늦은 밤 내가 바라보던 등대 같은 치악산은 온데간데없었고, 왜 '악'자가 들어가는 산이 힘들다고들 하는지 온몸으로 깨달을 뿐이었다.




운이 좋게도 집 근처로 첫 발령을 받게 되었고 사무실에서는 아름다운 치악산이 훤히 보인다. 발령 초기에는 업무를 배우고 익히느라 치악산을 볼새도 없이 바빴다. 바쁜 나날들이 지나고 자그마한 여유가 생긴 어느 날, 동료 직원과 잠시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갔다. 집이 가까워 출퇴근 시간이 얼마 안 걸린다는 얘기부터 시작해 집과 산책로 그리고 치악산을 손가락으로 가리켜가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무원이 되고 나서 보는 치악산은 느낌이 또 달랐다. 눈이 내려앉은 치악산의 모습도 꽤나 운치 있었다. 합격한 다음 날 치악산을 등반했던 얘기도 들려주었더니 동료가 말했다.




"어쩌면 공시생들 눈에는 여기도 치악산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