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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환규 Jul 12. 2024

상대를 위한 작은 배려는 자기 삶을 바꿀 수 있다

약 70년의 수명을 가진 솔개는 40살 정도가 되면 발톱이 노화되고, 부리가 길게 자라나 사냥감을 잡기가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깃털 또한 두꺼워져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이 어렵게 되기 때문에 매우 고통스럽고 중요한 결심을 해야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솔개는 두 가지 선택 중 하나를 해야 한다. 그대로 죽을 날만 기다리든지 아니면 갱생의 과정을 견뎌내는 것이다.     


솔개가 갱생의 길을 선택하면, 새로운 부리가 돋아나도록 부리로 바위를 쪼아 자기 부리를 깨뜨려야만 한다. 부리와 마찬가지로 발톱과 깃털도 피가 나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견디면 솔개는 예전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부리와 발톱, 깃털을 가지고 다시 30년의 수명을 더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솔개에 대한 설명은 자기 계발과 관련한 많은 책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얼마 전 모 일간지에 서울 소재 대학의 교수가 사람들에게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의미로 이 내용을 소재로 활용하였다. 솔개와 관련된 설명을 처음 듣는 사람들은 상당히 큰 감명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이다.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 변화를 위해서는 뼈를 깎는 고통이 필요하다.”는 자극을 받으면서 각오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솔개에 대한 내용은 오래전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 기사의 댓글에는 솔개와 관련된 내용이 허구라는 조류 학자들의 설명이 달려있다. 자신의 인생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들어준 글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더 큰 실망을 할 수도 있다. 비록 이 글이 사실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사람들에게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여러 사람에게 긍정적인 기여도 어느 정도 했다고 생각한다.     


솔개에 관한 내용과 같이 정확한 근거가 없이 만들어진 이론이 책, 카페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옮겨지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온 국민을 경악게 한 ‘안아키(아이 약 안 쓰고 키우기)’ 사건이다. 안아키의 사례는 자신의 아이를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키우려는 부모의 바람이 아이에게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남긴 사건이다. 항생제와 같은 약의 부작용을 우려하던 부모에게 “약을 전혀 안 쓰고 아이를 키울 수 있다”라는 말은 자신의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고 싶다는 부모의 마음을 교묘하게 움직였다. 많은 부모가 아이에게 안아키에서 주장하는 내용대로 극단적 자연치유 요법을 실천했지만, 부모의 바람과는 달리 아이에게 남은 것은 몸과 마음의 상처뿐이었다. 그 결과 카페 운영자는 법의 심판을 받는 등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다.     


이처럼 입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으로 인해 여러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다. 안아키 사건은 많은 부작용으로 인해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암과 같이 치유가 어려운 질병일수록 민간요법에 기대는 경우가 흔하다. 암 환자를 둔 가족으로서는 어떻게든 살리고 싶은 마음에 ‘암이 완치되었다’라는 말만 들리면 그 방법을 사용하고 싶어 진다. 심지어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의사의 눈을 피해 병원 처방과 민간요법을 같이 하는 일도 있다. 오죽하면 의사들이 의사를 믿고 의사에 지시에 따르는 것이 완치할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수시로 강조하기도 한다. 잘못된 방법을 사용할 경우 환자를 살리겠다는 믿음이 오히려 환자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신체적인 질병의 경우에는 양방이나 한방과 같은 검증받은 의료기관이 있어 민간요법의 효과성에 대한 검증이 가능하지만, 스트레스나 갈등과 같은 심리적인 문제의 경우에는 ‘나름대로 처방’이 더욱 쉽게 확산할 수 있고, 이로 인한 부작용 또한 심각해질 수도 있다. 갈등이나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주변의 동료나 친구 중에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믿음직한 사람을 만나 고민을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럴 때 지인으로부터 “힘든 것 같으니 정신병원에 가서 제대로 해결하는 건 어때.”란 말을 듣게 되면 더 이상 그 사람과 대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더 나아가 관계도 단절될 가능성이 크다. 감기와 같은 사소한 질병에는 아무런 주저 없이 병원에 가지만 정신병원이나 심리상담소와 같이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현상은 정신의학과나 심리상담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인해 만들어진 결과이다. 언론에서 자주 보도되는 조현병이나 공황장애와 같은 증상은 정신의학과에서 치료받아야 한다. 정신의학과에서 치료받으면 기록에 남아 혹시라도 ‘정신병원에 다녔다’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을 것을 걱정해야 했던 시기도 있었다. 과거에 만들어진 ‘정신병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치료를 늦추면 증상이 악화하여 치료가 힘들어질 뿐이다. 어차피 치료받아야 한다면 빨리 받는 것이 시간도 절약하고, 비용도 절약하면서 완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상담도 정신의학과와 마찬가지로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담이라는 용어를 꺼려 ‘코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상담을 꺼리는 이유는 ‘상담은 어딘가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만 필요하다’라는 인식 때문이다. 심리상담은 정신의학과와 달리 일반인부터 운동선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용한다. 심지어 모든 면에서 정상 수준에 있는 사람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 상담을 받는 예도 있다. 상담이 필요한 사람도 상담을 꺼리는 이유는 상담이 주는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정신의학과나 상담에 대한 지식의 부족은 치료시기를 놓치게 만들어 일상생활을 더 힘들게 만들 뿐이다.     


잘못된 정보나 편견은 가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남자는 바깥일, 여자는 집안일이라는 고정된 역할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의 부인이 전업주부라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맞벌이 부부의 남편이 이런 주장을 한다면 그 주장에 대해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맞벌이 가정이 일상화되면서 과거로부터 내려오던 남자와 여자의 고정된 성역할도 변해야 한다. 온종일 일하고 피곤한 상태에서 가사노동까지 도맡아 하면 누구라도 스트레스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태에서 가족을 제대로 돌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가사노동에 대해서는 가족 모두가 조금씩 분담해야 맞벌이 부부가 쉴 수 있고, 다음날 일할 준비를 할 수 있다.      


남성의 가사노동 참여가 느는 추세지만 여전히 집안일을 꺼리는 남성들이 있다. 집안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격려하기는커녕 “쪼잔하게 남자가 어떻게 부엌일을 해.”라고 말하면서 오히려 놀리는 사람도 있다. 가사노동의 양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남편이 집안일을 하지 않으면 고스란히 부인의 몫이 된다. 부인의 처지에서 집안일을 나 몰라라 하는 남편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남편이 부인에게 모든 부담을 지우고 편안하게 지내는 시간이 길수록 남편의 장래는 어두워진다. 남성이 호기를 부리는 기간은 짧다. 약 30년 정도를 이렇게 보내다 퇴직을 하면 무능한 남편으로 전락해 ‘삼식이’가 되는 것이다. 나이 들어 삼식이 대접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사노동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      


가족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어른은 어른답게, 아이는 아이답게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공부는 게을리하면서 게임에만 몰두하면 그 집안은 갈등으로 휩싸이게 된다. 부모는 처음에는 아이의 모습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는 게임에 더 열중하게 되면서 부모도 실력행사를 하게 된다. 아이는 부모의 압박에 굴복하기는커녕 게임에 대한 애착을 더 드러내게 되면서 부모와 아이의 갈등은 더 심해진다. 부모와 아이와의 갈등은 부부 갈등으로 연결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부부는 문제를 수습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보다는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게 된다. “당신 때문에 아이가 저렇게 되었다.”라고 서로를 원망하기 시작한다. 부인은 남편에게 “매일 술 먹고 늦게 들어오면서 아이에게 무관심한 결과로 아이가 저렇게 되었다.”라는 말을 하면, 그 말을 듣는 남편은 부인에게 “그런 당신은 집에서 뭐 하고 있었어?”라고 응수한다. 이처럼 부부가 서로를 탓하는 행동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가장 적합한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가슴에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은 다양하고, 배가 아프다고 전부 체한 것이 아니다. 배가 아프다고 소화제를 먹는 동안 암은 악화할 수도 있고, 심장의 문제는 더 심해질 수도 있다. 육체적인 질병처럼 심리적인 문제도 전문가가 아닌 주변 사람들의 잘못된 해결 방법으로 인해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면 빨리 전문가를 찾아 정확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빨리 해결할 필요가 있다.       


아이의 행동을 수정할 필요가 있으면 아이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부모가 술이나 담배를 즐기는 것처럼 아이가 게임에 많은 시간을 보낼 때는 그 이유가 있다. 프로 게이머가 꿈일 수도 있고, 같은 반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게임을 하는 때도 있지만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해 어쩔 수 없이 게임에 몰입하는 예도 있을 것이다. 게임을 하는 사람마다 동기는 다 다르기 때문에 정확하게 원인을 파악해야 그에 적합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부모도 아이로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 부모와 아이 사이에는 세대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직장에서 새로운 직원과 업무를 할 때 괴리감을 느끼는 것처럼 부모와 아이 사이에도 세대 차이가 있다. 평소 아이와 교감하는 부모의 경우 젊은 세대들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에 익숙해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경우 젊은 세대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일 것이다. 자신이 상사기 때문에 부하가 상사인 자신에게 맞추라고 강요하면 ‘꼰대’라는 소리와 함께 부하로부터 따돌림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을 피하고 업무성과를 위해서라도 상사는 부하를, 부하는 상사의 생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집에서도 부모는 아이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노력할 때 아이도 부모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부부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남자와 여자는 관심사도 다르고, 만나는 사람의 부류도 다르다. 부부는 서로 다른 경험과 지식을 가졌고, 문제해결을 위해 접근하는 방식도 다를 수 있다. 이런 차이들은 두 사람의 경험 폭을 넓히고 지식의 깊이를 더 깊게 만드는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 부부가 자신들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양육한다면 양질의 정보를 바탕으로 양육할 수 있고, 아이들의 진로를 결정할 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서로를 위한 적은 노력은 자기 삶을 바꿀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가족이나 동료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자. 아마도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둘러싼 보이지 않는 벽이 허물어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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