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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의 선순환과 악순환

by 최환규

인간관계는 강물과 같다. 어떤 강물은 생명을 품고 끊임없이 흘러내려 비옥한 땅을 만들고 수많은 생명체를 키워내는 것처럼 어떤 관계는 서로에게 활력을 불어넣으며 각자의 삶을 더욱더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이런 관계를 ‘관계의 선순환’이라고 한다. 반면, 오염되고 더는 흐르지 못하고 막혀 주변을 황폐하게 만드는 강처럼 어떤 관계는 시작은 좋았으나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말라 버리기도 하는데, ‘관계의 악순환’이 이런 관계를 만든다.


관계의 물줄기가 생명의 흐름이 될지 정체된 고통이 될지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관계의 선순환과 악순환은 단순히 운명의 장난이 아니라 관계를 이루는 두 주체의 내면적 특성과 그들이 주고받는 상호작용 방식이 만들어내는 결과이다. 신뢰, 친밀감, 소통, 자기 이해와 같은 복합적인 요소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얽히면 선순환을 만들고, 부정적인 방향으로 꼬이면 악순환을 형성하며 가족이나 주변 사람과의 관계와 삶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관계의 악순환 원인은?


관계의 악순환은 서로에 대한 부정적인 기대와 상호작용이 반복되면서 관계가 점진적으로 파괴되고 해체되는 패턴을 의미한다. 마치 나선형 계단을 끝없이 내려가듯 관계가 계속 하향 발전하는 것이다.


관계의 악순환을 만드는 핵심 원인 몇 가지는 첫째, 불안정한 자아와 낮은 자존감 때문이다. 자기 불신과 낮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은 관계에서 다른 사람의 인정에 과도하게 의존하며(높은 외부 평가 의존성), 상대의 작은 행동에도 쉽게 불안해하거나 공격적으로 반응한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갑옷을 입고 진정한 감정을 숨기기 쉽다.


둘째, 신뢰 상실과 심리적 불안정 때문이다. 약속 불이행, 거짓말, 배신 등의 행동이 반복되면 상대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 한 번 깨진 신뢰는 회복하기 매우 어렵고, 관계는 의심과 경계심이라는 그늘 속에서 심리적 불안정에 시달리게 된다.

셋째, 공감 부족과 정서적 소외 때문이다. 상대의 감정이나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한다. 자신의 감정에만 몰두하거나 상대의 감정을 비난하여 정서적 공명이 단절되고, 서로에게 깊은 정서적 소외를 느끼게 된다. 사이가 불편한 부부의 모습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넷째, 파괴적인 의사소통 방식 때문이다. 세계적인 부부상담전문가인 존 가트만 박사는 비난, 비꼬기, 방어, 경멸과 회피와 같은 파괴적인 의사소통 방식이 상대와의 관계를 파괴하는 신호라고 주장하였다. 상대와의 관계를 망가뜨리는 소통 방식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갈등을 악화하고, 서로에게 깊은 상처와 좌절감을 안겨준다.


다섯째, 불균형한 상호성과 부담감 때문이다. 불균형한 상호성은 짝사랑처럼 한쪽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것이다. 이런 관계는 상대에게 물질적, 심리적 부담감을 주는 관계가 된다. 상대와의 균형이 깨지는 관계가 계속되면 상대에 대한 불만과 원망이 쌓여 감정 소진 상태에 이르면서 관계는 파국을 맞게 된다.


관계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관계의 선순환은 서로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와 상호작용이 반복되면서 관계가 점진적으로 더욱 건강하고 단단해지는 패턴을 의미한다. 마치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듯 관계가 계속 상향 발전하는 것이다. 관계의 선순환을 만드는 핵심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건강한 자아와 자기 이해이다. 관계의 선순환은 ‘건강한 나’로부터 시작된다. 건강한 자존감을 느끼고, 자기를 명확하게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으며(낮은 외부 평가 의존성),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고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안다. 이런 특성은 관계에서 다른 사람에게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불안정하게 행동하지 않고, 자신의 안정감을 바탕으로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

둘째, 신뢰와 심리적 안전감을 구축하려고 노력한다. 일관되고 진솔한 행동을 통해 상대에게 신뢰를 준다. 이런 사람은 상대 앞에서 자신의 취약한 부분을 드러내도 안전할 것이라는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하려 노력한다. 심리적 안전감은 상대의 마음을 열게 하는 가장 효과 높은 방법이다.


심리적 안전감은 건설적인 의사소통에서 시작된다. 자기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고 명확하게 전달하되 상대를 비난하거나 상처 주지 않는 방식으로 소통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회피하기보다 직접 그리고 즉시 대화하여 해결하려 노력하며, 오해를 풀고 관계를 더욱더 깊게 하는 계기로 삼는다.


이때 공감과 정서적 공명도 도움이 된다. 상대의 감정과 입장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려 노력하며,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적극적 경청을 실천한다. 이를 통해 상대의 감정에 함께 울리는 정서적 공명을 경험하면서 상대와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셋째, 균형 잡힌 상호성이다. 상대와의 관계에서 주는 것과 받는 것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한쪽만 일방적으로 희생하거나 받으려 하지 않고, 서로에게 정서적 지지, 시간, 노력 등과 같은 긍정적인 자원을 주고받으며 건강한 상호 의존 관계를 형성한다.


선순환의 긍정적인 영향은?


상대와의 관계에서 선순환이 계속될 때 나타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관계의 선순환은 강력한 신뢰와 깊은 친밀감을 형성한다.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진정한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 되면서 관계는 피상적인 수준을 넘어 깊은 신뢰와 친밀감으로 발전한다. 신뢰와 친밀감은 상대와의 관계를 묶는 강력한 사회적 접착제 역할을 한다.

관계의 선순환은 심리적 안정과 행복감을 높인다. 상대와의 관계 속에서 지지와 인정을 받으며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외로움과 고립감을 해소한다. 이런 긍정적인 영향을 통해 개인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여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을 높일 수 있다.

관계의 선순환을 통해 서로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 서로의 장점을 격려하고 단점을 보완하며 함께 성장하는 관계가 된다. 새로운 지식과 관점을 교환하고, 서로의 목표 달성을 위해 지지하면서 개인의 자아 확장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갈등이나 외부의 어려움이 닥쳐도 신뢰와 친밀감을 바탕으로 이를 함께 극복해 나가는 힘이 생긴다.


인간관계는 정적이지 않다. 인간관계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물줄기와 같아서 어떤 태도와 행동으로 상대를 대하느냐에 따라 선순환의 흐름을 탈 수도 있고, 악순환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좋은 사람은 이 선순환의 원리를 이해하고 자신의 내면을 다지며, 상대를 존중하고 공감하는 건강한 관계 기술을 습득하고 적용한다. 반면,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사람은 이 악순환의 고리를 깨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관계의 선순환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은 의식적인 선택과 꾸준한 노력의 결과이다.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부족한 관계 기술을 배우며, 상대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용기를 가질 때 비로소 상대와의 관계는 삶의 버팀목이 되어 줄 강력한 사회적 접착제로 굳건히 자리매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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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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