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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이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by 최환규

많은 사람이 ‘뛰어난 능력’과 ‘강력한 자신감’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긴다. 물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진정으로 나의 마음을 사로잡고 오래도록 깊은 관계를 이어가게 하는 것은 흔히 말하는 ‘잘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지식이나 재능을 과시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며 때로는 자신의 부족함을 기꺼이 인정할 줄 아는 사람에게 더 깊은 신뢰와 호감을 느끼곤 한다. 이런 태도를 ‘겸손(Humility)’이라고 한다.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행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겸손은 단순히 ‘조용함’이나 ‘겸양’을 넘어 인간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과 지혜가 담긴 태도이다. 겸손은 자신의 한계와 오류 가능성을 인식하고, 다른 사람의 강점을 존중하며, 세상과 삶에 대해 끊임없이 배우려 하는 ‘마음의 여백’이자 ‘열린 자세’이다. 마음의 여백은 인간관계에 상상 이상의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관계를 더욱더 단단하게 만들고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강력한 ‘사회적 접착제’로 작용한다.

신뢰는 관계의 가장 기초적인 건축 재료이다. 상대가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며, 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할 것이라는 믿음이 없으면 마음의 빗장을 열지 못한다. 겸손이 상대와의 관계에서 신뢰를 높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겸손은 신뢰감을 높인다


첫째, 겸손한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할 줄 안다. 솔직함은 위장이나 가식이 없음을 드러내어 상대에게 깊은 신뢰감을 준다. ‘이 사람은 나를 속이려 들지 않겠구나’, ‘말과 행동이 일치하겠구나’라는 믿음은 관계에 예측 가능성과 안정감을 부여한다. 완벽한 사람보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솔직한 사람에게 더 인간적인 신뢰를 느낄 수 있다.


둘째, 거의 모든 사람은 오만하거나 모든 것을 다 아는 척하는 사람 앞에서 위축되기 쉽다. 이런 사람과 대화할 때는 자신의 의견이 무시당하거나 비난받을까 봐 두려워 마음을 터놓지 못하게 된다. 이런 사람과 달리 겸손한 사람 앞에서는 두려움이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편안한 상태에서 자신의 속마음까지 털어놓을 수 있게 된다.


겸손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배우려 하며, 상대를 비판하거나 평가하려 들지 않는다. 이는 상대에게 ‘여기서는 나의 의견이 존중받을 것이고, 나의 취약한 부분을 드러내도 공격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어 높은 수준의 심리적 안전감을 형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심리적 안전감은 상대가 스스로 마음을 열고 신뢰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동기가 된다.


2. 겸손은 친밀감을 높인다


친밀감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것을 넘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유하며 깊이 연결되는 정서적인 유대감이다. 겸손은 친밀감을 높이는 핵심 요소이다.


첫째, 친밀감의 본질은 서로의 취약한 모습을 상대가 수용해 주는 경험에 있다. 겸손한 사람은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고, 강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며, 필요할 때는 도움을 요청하거나 자신의 어려움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취약성의 공유’는 상대에게 ‘나도 이 사람 앞에서 내 약점을 보여도 되겠구나’라는 용기를 주며, 서로의 깊은 내면으로 연결되는 다리를 놓는 것이다.

둘째, 겸손은 깊은 공감과 적극적인 경청을 유도한다. 겸손한 사람은 자기 생각이나 주장을 앞세우기보다 다른 사람의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입니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배울 것이 많다’라는 겸손한 마음은 단순히 상대의 말하는 소리를 듣는 것을 넘어 상대의 감정과 입장을 헤아리려는 깊은 공감적 경청으로 이어진다. 공감적 경청은 상대에게 ‘내가 온전히 이해받고 있다’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이것은 ‘정서적 공명’으로 이어져 친밀감을 폭발적으로 높인다.


셋째,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벗어나 상호 교류를 가능하게 한다. 오만하거나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대화의 주도권을 자신에게만 두려 한다. 이런 태도는 상대를 지치게 하고 소외감을 느끼게 하여 친밀감을 떨어뜨린다. 이런 사람과 달리 겸손한 사람은 대화의 흐름을 독점하지 않고, 상대가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이런 태도는 상대와 대등한 관계 속에서 건강한 상호 교류를 가능하게 하여 친밀감을 자연스럽게 높인다.


3. 겸손은 ‘신뢰-친밀감’의 선순환을 만든다


겸손은 관계에서 ‘안전’이라는 경험을 선물한다. 안전함은 곧 신뢰를 낳고, 신뢰는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취약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친밀감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친밀감 속에서 서로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경험은 다시 신뢰를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이렇게 겸손은 신뢰와 친밀감이 서로를 강화하며 관계를 계속 성장시키는 건강한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핵심 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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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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