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근간에는 ‘상호성’이라는 기본적인 원리가 깔려 있다. 서로 주고받는 기대와 행위의 균형이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핵심 동력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도움을 주면 보상을 바라고 공감을 받으면 어떤 형태로든 공감을 되돌려주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상호성의 균형이 무너질 때 상대와의 관계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상대의 상황이나 입장에 대한 고려 없이 들은 얘기나 얕은 지식으로 충고하는 상황은 도움을 주려는 긍정적인 의도와 달리 상호성의 원리를 역행하며 관계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상호성은 기본적으로 가치의 교환을 전제로 한다.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진심 어린 충고는 듣는 이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가치를 제공한다. 충고를 듣는 사람은 충고의 가치에 감사함이라는 심리적 보상으로 화답하면서 언젠가 기회가 되면 자신도 상대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이런 마음은 긍정적인 상호성을 구축하며 관계를 풍요롭게 만든다.
그러나 도움을 주려는 의도가 아무리 선하다 할지라도 ‘들은 얘기나 얕은 지식’에 기반한 충고는 듣는 사람과의 관계를 깊이 병들게 하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들은 얘기나 전문적이지 않은 지식과 같은 충고는 단순한 비효율성을 넘어 관계의 핵심 기반인 신뢰를 무너뜨리고 진정한 소통을 단절시키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작동시킨다.
예를 들어, 암 진단을 받은 지인에게 “항암 치료는 독이야 독! 그거 시작하면 몸만 망가져. 옆집 아주머니도 암에 걸렸는데 병원 치료 안 받고 산에 들어가서 약초 캐 먹고 완치했어! 무조건 식이요법으로 고쳐야 해.”라고 말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이 사람은 객관적인 의학적 근거나 전문 지식 없이 개인적인 경험이나 인터넷 루머에 의존한 극단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의 근거 없는 충고는 듣는 환자에게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혼란을 주고 있다. 심한 경우 의사의 처방을 믿지 못하게 만들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하는 상황까지 만들 수 있다. 이런 의료 관련 사례 말고도 엉터리 법률 조언이나 취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충고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인간관계에서 조언은 서로의 이해와 성장을 돕는 귀한 자원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조언이 깊이 없는 간접 경험이나 전문적이지 못한 얕은 지식에 기반하고 있다면 상황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간다. 특히 말하는 사람이 상사처럼 심리적 서열이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하는 조언은 거절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조언이 아니라 강요가 될 수 있다. 자기 조언을 따르지 않으면 ‘내 말을 무시한다’라고 받아들여 조언을 거절한 사람에게 다양한 형태의 보복을 하면서 인해 듣는 사람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비전문가의 조언이 만드는 소통의 단절과 관계의 비극
얕은 지식으로 충고를 하는 사람의 마음, 특히 상사처럼 심리적 서열이 높은 사람의 마음속에는 다음과 같은 복잡한 심리적 동기가 숨어 있을 수 있다. 첫째, 자신의 유능함 과시나 인정 욕구 때문이다. 이런 사람의 충고는 상대를 돕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유능함이나 현명함을 과시하고 인정받으려는 욕구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크다. ‘나는 너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경험했어’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유능함을 자랑하고, 상대로부터 존중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특히 자신의 경험이 제한적이거나 지식이 얕음에도 다른 사람에게 조언함으로써 불안감이나 열등감을 얕은 지식으로 위장된 조언을 통해 보상받거나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
둘째, 통제 욕구와 리더십 증명 때문이다. 상사라는 심리적 서열이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은 부하 직원을 지도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책임감이나 리더십을 증명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비록 자신이 해당 문제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더라도 ‘내가 상사이니 모범을 보여야 한다’, ‘내가 답을 줘야 한다’라는 강박관념이 얕은 지식의 조언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상황을 장악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셋째, 인지적 편향과 확증 편향 때문이다. 어쭙잖은 지식이나 경험으로 다른 사람에게 조언하는 사람은 자신의 경험이나 단편적인 성공 사례를 세상의 진리처럼 여기는 인지적 편향에 빠져있다. 자신의 경험과 다른 의견이나 복잡한 상황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만을 고수하려 한다. ‘나 때는 이랬어’, ‘나는 이렇게 해서 성공했으니 너도 그렇게 하면 돼’라는 확증 편향이 강하게 작용하여 상대의 사정이나 상황을 무시하는 것이다.
어쭙잖은 지식이나 경험으로 조언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이 진정으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깊이 공감하고 숙고하기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쉽게 상황을 재단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함으로써 자신의 우월감을 충족하고 싶은 욕구에 지배될 때가 많다.
비전문가의 조언을 들어야 하는 사람의 곤란함
비전문가의 억지 조언을 들어야 하는 사람, 특히 심리적 서열이 낮은 사람의 마음은 복잡한 부정적 감정의 소용돌이로 가득하다. 자신의 문제나 고민이 나이 많은 사람이나 상사로부터 충분히 진지하게 고려되지 않고 단편적인 시각으로 쉽게 재단당하는 상황은 듣는 사람에게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자신의 상황이 얼마나 복잡하고 미묘한지 알지도 못하면서 던지는 어쭙잖은 조언은 ‘네 문제는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 ‘네 상황은 이 정도 조언으로 충분하다’라는 메시지로 전달되면서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조언을 들을 때 듣는 사람은 자신의 문제 해결에 대한 의욕이 꺾이고 깊은 좌절감과 무력감을 느낀다. ‘아무리 설명해도 저 사람은 내 사정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내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해야 한다’라는 체념에 빠지기 쉽다. 특히 서열 우위에 있는 사람의 조언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거나 비합리적일 때 조언대로 따라야 하는 상황은 문제 해결에 대한 흥미와 동기를 떨어뜨려 번아웃의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문적이지 않은 조언을 계속 듣는 사람은 상대가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하거나 지지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런 깨달음은 상대에 대한 신뢰 상실로 이어져 ‘상사 앞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상사에게 나의 진정한 고민을 털어놓지 말아야 한다’라는 심리적 방어 기제를 발동시킨다.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거나 솔직한 의견을 제시하기를 꺼리게 되면서 심리적 안전감의 붕괴가 시작된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입장의 곤란함이다. 듣는 사람은 상대의 조언이 쓸모없더라도 상대의 말을 대놓고 무시하거나 반박하기 어렵다. 조직의 경우 조직 내 심리적 서열로 인해 상사의 권위를 존중해야 하고, 어길 시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네, 감사합니다. 깊이 새겨듣겠습니다.”와 같이 감사하는 척하는 감정 노동을 해야 한다. 감사하는 척하는 위선적인 태도는 듣는 사람의 내면에 불필요한 감정 소모와 함께 진정성 상실이라는 큰 대가를 치르게 한다. 결국, 겉으로는 순응하는 듯 보여도 내면에서는 상대에 대한 불신과 경멸감이 싹트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처럼 간접 경험이나 얕은 지식으로 하는 조언은 말하는 사람에게는 일시적인 만족감을 줄지 모르나 듣는 사람에게는 깊은 상처와 좌절을 안겨준다. 특히 상사와 부하 직원처럼 권력의 비대칭이 존재하는 관계에서는 이러한 조언이 조직 내 심리적 안전감을 파괴하고 진정한 소통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조직의 성장을 저해하는 주된 원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