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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여사 Jul 31. 2023

7.26 편지 3

동생 눈썹을 잘라먹었어

이쁜이 잘 잤어?

엄마는 출근하자마자 편지부터 쓰니까 아침인데, 너는 저녁에 편지를 받아보겠구나.

그럼 '잘 잤어?'가 아니라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라고 인사를 해야겠네.


어제저녁에는 아주 재밌는 일이 있었어.

네가 학원 들어가기 전에 엄마한테 눈썹 다듬어 달라고 했던 거 기억나?

어제 작은 이쁜이가 캠프 가기 전날이라 짐을 다 싸고 나서는 엄마한테 눈썹을 다듬어 달라고 하더라고.

그런데, 엄마가 그만 가위로 눈썹 꼬리 부분을 싹둑 잘라먹었지 뭐야...ㅠㅠ

눈썹이 잘려 나가는 순간 아뿔싸! 뭔가 잘못됐구나 싶었는데, 태연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 마저 다듬었지.

그런데 작은 이쁜이가 이미 다 알고 있더라.ㅠㅠ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다음에는 제대로 잘라주겠다고 했지만 작은 이쁜이가 어찌나 상심하던지...

큰 이쁜이도 작은 이쁜이도 착한 아이들이라 엄마한테 더 이상 원망하진 않았지만,

아마 외할머니가 엄마 눈썹을 그렇게 잘랐으면, 엄마는 울면서 원망했을 거 같아.^^;;;

아무래도 엄마가 눈썹 다듬는 실력을 좀 더 키워야겠어.

학원 끝나고 나오면 니 눈썹도 엄마가 제대로 다듬어 줄게.


오늘이 벌써 수요일이야.

네가 학원에 들어간 지 4일이나 지났다니, 아마 3주도 금방 갈 것 같아.

엄마는 덥고 일도 많은 여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지만,

너에게는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지 않고, 네가 하고 싶은 것들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

너도 알다시피 엄마가 입시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고, 네가 너에게 필요한 것들은 알아서 챙기고 있을 거라 믿거든.



전화를 할 수 있으면 잠자리가 불편하진 않은지 냉방이 너무 세서 목이 아프면 어쩌지 같은 소소한 걱정을 하겠지만, 지금은 그저 마음만 이렇게 전할 수밖에 없으니, 답답하기도 하지만 덕분에 이렇게 아들한테 편지를 쓰게 돼서 이것도 나름 좋구나.


이쁜아

아프지 말고 긴장도 하지 말고

시간은 충분하니까 차분히 계획대로 잘 실행해 보자.

벌써 보고 싶다 아들...

이불 잘 덮고 좋은 꿈 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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